'바이든-날리면' 1년5개월째 수사…"정권 눈치 보나?"

박성동 기자 2024. 2. 2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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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장기수사
"정권 눈치 무혐의 처분 못 해...
방심위 중징계 뒤 억지기소할 수도"
대통령 명예훼손 판결 전례 없어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허위보도로 대통령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국민의힘이 MBC 사장 등을 고발한 사건 수사가 1년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이 뭐라고 발언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까지 나왔지만 정권 눈치를 보느라 수사를 종결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22년 9월22일 방송된 MBC뉴스데스크 화면.

서울경찰청은 지난 2022년 9월 국민의힘이 박성제 전 MBC 사장과 보도국 간부 2명, 취재기자 등 4명을 고발한 사건을 아직 결론 내지 않았다. 혐의는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피해자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민사와 달리 형사사건은 사실관계가 명확해야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외교부가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음성 감정을 거친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달 12일 “윤 대통령이 ‘바이든은’과 ‘날리면’ 중 어떤 발언을 한 것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더욱이 대통령이 바이든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MBC 기자가 알고 있었으면서도 일부러 비방하려 보도했다는 고의도 밝혀야 해 유죄 입증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2022년 당시 국민의힘을 무고로 고발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하고 싶더라도 정권 눈치를 보고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보도에 문제가 있다는 인상을 주려고 계속 끌고 있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가 나오면 검찰로 송치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찰수사규칙에 따라 고소·고발은 3개월 안에 수사를 마쳐야 한다. 길어도 1년이 되면 송치나 불송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조사해야 할 사람이 너무 많거나 전문기관 감정이 길어지거나 범인이 잡히지 않은 등 이유가 있을 때는 ‘장기사건’으로 분류하고 상급 경찰청이 수사기간 연장을 허락해야 한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재판 결과도 중요한 참고자료지만 판결을 기다린 것은 아니”라며 “수사는 수사의 시간에 맞춰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처벌불원을 기다리는지 질문에는 “기다릴 것 같았으면 의사를 확인하고 착수했을 것”이라며 “전혀 상관없다”고 답했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다.

MBC는 압수수색까지 예상하며 긴장이 높았지만 지금까지 피고발인 조사는 없었다. 편집기자와 영상기자만 한 명씩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촬영 원본도 제출했다. 다만 국민의힘을 비롯해 보수단체 등이 제기한 고발이 모두 12건이어서 경찰이 다시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면 10명까지도 입건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재판까지 가더라도 실제 유죄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유죄가 확정된 사례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4년 8월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듬해 말 1심에서 무죄를 받고 확정됐다.

2019년에는 전광훈 목사가 집회에 나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말했지만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가 나왔다. 2021년 대법원은 대통령 같은 공인은 비판과 의혹을 감수하고, 해명과 재반박으로 극복해야 한다며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문 전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한 발언이 무죄라고 판단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명예훼손 피해자가 된 사건은 ‘바이든-날리면’ 보도 외에도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과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가 있다. 검찰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꾸려 JTBC와 뉴스타파, 경향신문, 뉴스버스 등 여러 언론에 압수수색을 벌였다.

다만 지난해 2월 대통령 관저 이전에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 보도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이 대통령이 아닌 김용현 경호처장을 피해자로 고발했다. 한국일보 기자는 단정적 표현을 쓰지 않았다며 7개월 뒤 무혐의를 받았고, 뉴스토마토 기자 4명은 검찰로 불구속 송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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