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동반자'였던 김기현-박맹우, 4년 만에 경선 재대결
김기현 지역구 다시 탈환, 박맹우와 사이 틀어져
(울산=뉴스1) 김재식 기자 = 4·13 총선을 앞두고 울산 남구을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전 대표와 박맹우 전 의원이 4년 만에 경선 '리턴매치'에 나선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19일 김기현 전 대표, 박맹우 전 의원이 공천을 신청한 울산 남구을 지역구는 경선을 실시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울산시장을 나란히 지낸 울산을 대표하는 거물 정치인이 금배지를 앞에 두고 또다시 정치 생명을 건 피 말리는 공천 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박맹우 의원과 김기현 전 시장의 과거 얽힌 정치적 인연을 돌이켜 보면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는 냉엄한 정치 세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10년 전인 지난 2014년, 당시 김기현 의원과 박맹우 시장은 '정치적 동반자'에 가까운 동지였다.
당시 박맹우 시장이 지방자치단체장 3선 연임 제한 규정에 따라 더 이상 시장 선거에 나올 수 없게 돼 정치적 야인이 될 처지에 놓였다.
그러다 돌연 박 시장은 공직선거법의 총선 출마자 사퇴시한인 선거 90일 전에 맞춰 3월 31일, 현역 김기현 의원이 버티고 있는 남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2월 말 김기현 의원이 울산시장 출마를 선언한 상태였지만 울산시장 후보 경선도 열리기 전이라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 여부도 불분명한 때였다.
박 시장이 국회의원 보궐 선거가 열릴 지도 불확실한 시점에 11년 9개월의 역대 최장수 울산시장직을 내려 놓은 것이다.
이 때문에 박맹우 시장과 김기현 의원 측이 국회의원과 울산시장직을 맞바꿔 출마하는 향후 정치 일정을 조절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4월 12일 울산시장 경선에 승리해 후보로 확정된 김기현 의원은 임기 2년을 남긴 5월 5일 국회의원을 사직했고 6월 4일 울산시장에 당선됐다.
박맹우 시장은 김기현 의원 사퇴로 치러진 7월 30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첫 금배지를 달았다.
이런 정치적 분위기와 과정을 감안하면 사실상 박맹우 전 시장과 김기현 의원이 나란히 현직에서 중도 사퇴하고 서로 '지방 권력'과 '의회 권력'을 주고받은 모양새가 됐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당시 상황을 김기현 의원과 박맹우 시장이 지역의 '친이'와 '친박'을 대표하며 정치적 결은 달리하고 있었지만, 사실상 '정치적 동반자'로 신뢰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정치적 행보였다고 분석했다.
이후 김기현 의원은 전국에 17명뿐인 광역단체장으로 정치적 몸집을 키웠고, 박맹우 시장은 재선 가도를 달리며 집권여당의 사무총장을 역임하는 등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서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한 김기현 울산시장의 재선 실패이후 두 전직 울산시장간에 불협화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김기현 전 시장이 정치적 재기를 위해 향후 총선에서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남구을에 출마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들이 지역 정가에 돌면서부터다.
이때부터 박맹우 의원 측과 김기현 전 시장 측은 소문의 진위를 두고 물밑에서 상당할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갈등의 결과로 김기현 전 시장의 중구, 북구 출마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끝내 김기현 전 시장이 자신의 전 지역구이자 현 박맹우 의원의 지역구인 남구을 탈환을 선언하면서 서로 정치적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결국 경선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60.4%를 얻어 39.6%를 득표한 박맹우 의원보다 20%P 이상 득표해 총선 본선행을 확정 짓고,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쉽게 이기며 6년 만에 국회에 재입성하게 됐다.
이후 김기현 울산시장은 당 대표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지만, 박맹우 전 의원은 2000년 울산시장에 당선 된 뒤 20년 만에 처음으로 '야인'으로 지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박맹우 전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예비 후보로 등록했으나 1차 경선에서 컷오프되는 아픔도 겪었다.
김기현 의원에게 경선에 패배한 지 4년 후인 지난달 25일 박맹우 전 의원은 김기현 의원의 지역구인 남구을 출마를 선언했다.
이번에는 '권토중래'를 노리는 박맹우 전 의원이 현역인 김기현 의원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경선의 패자는 정치권을 떠나야 할 운명이라는 운명이라는 게 국민의힘 내부 중론이다"며 "정치 이력, 나이 등을 고려했을 때 더 이상 유권자에게 표를 달라는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jourlkim183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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