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발니 사망을 자신에 빗대…“좌파가 미국 파괴”

이본영 기자 2024. 2. 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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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죽음에 대해 침묵을 깨면서 이번 사건을 자신도 정적한테서 탄압받고 있다는 주장을 펴는 데 이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일 소셜미디어 계정에 "알렉세이 나발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내가 우리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더 잘 알게 해줬다"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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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찰스턴에서 유세하고 있다. 노스찰스터/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죽음에 대해 침묵을 깨면서 이번 사건을 자신도 정적한테서 탄압받고 있다는 주장을 펴는 데 이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일 소셜미디어 계정에 “알렉세이 나발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내가 우리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더 잘 알게 해줬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범죄적인 급진 좌파 정치인들, 검사들, 판사들이 우리를 서서히 그리고 꾸준히 파괴의 길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뚫린 국경, 부정 선거, 극도로 불공정한 법원의 결정들이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 우리는 기울어 가는 국가다”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나발니 사망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리며 그를 강하게 비판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는 나발니 사망을 언급하지 않다가 18일 소셜미디어에 “바이든:트럼프::푸틴:나발니”라는 표현을 올리면서 같은 제목의 한 보수 매체 사설을 첨부했다. 이 사설은 트럼프 전 대통령도 나발니처럼 조작된 범죄 혐의로 탄압을 받고 있다는 주장을 펴는 내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 이튿날 다시 나발니 사건에 미국 상황을 비유하는 글을 올린 것은 자신이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다는 주장을 강화한 것이다. 그는 4건의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상태다. 민사소송에서도 거액의 벌금과 배상금이 선고되고 있다. 그가 말한 “극도로 불공정한 법원의 결정”은 지난 16일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이 사기 대출을 이유로 자신에게 벌금 3억5400만달러(약 4728억원)를 선고한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에도 1990년대에 저지른 성추행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833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연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사건에 대한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그는 19일에도 소셜미디어에 “트럼프는 살인적 악당 블라디미르 푸틴을 비난할 수 있었고, 나발니의 용기를 칭송할 수 있었다”며 “그는 그 대신 미국을 비난하고 우리나라를 러시아에 비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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