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6415명 집단 사직서…복지부, 취합하는데 진땀 뺐다

세브란스병원만 600여명…전공의 둔 병원마다 혼란 휩싸여
일부 사직서 반려 복귀하기도…대전협 오늘 임시총회

(서울=뉴스1) 강승지 천선휴 김규빈 기자 = 이른바 '빅5' 등 서울 대형 병원뿐만 아니라 전국 대다수 병원에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과 현장 이탈이 이어져 현장은 큰 혼란을 겪는 모양새다. 수술과 입원 연기 등 의료 공백에 따른 피해도 가시화 되고 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예고대로 전날(19일) 빅5 등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빗발쳤다.

복지부는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통해 "19일 오후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의 55% 수준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사직서는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면서도 "사직서 제출자의 25% 수준인 1630명이 근무지를 이탈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근무지 이탈은 세브란스병원, 성모병원 등이 상대적으로 많았으며 나머지는 이탈자가 없거나 소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221개 전체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1만3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 등 빅5 병에만 2745명의 전공의가 있다.

복지부가 전날 오후 10시 기준 현장점검에 나선 결과 10개 수련병원 1091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중 757명의 전공의가 출근하지 않은 사실도 파악됐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한 29명을 제외하고, 남은 728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대전협은 빅5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 끝에 전날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한 뒤 이날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빅5 중 한 곳인 세브란스병원에서만 총 612명 중 600명 정도가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에서도 전공의 578명 중 일부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빅5 가운데 전공의가 가장 많은 서울대병원(740명)은 과별로 제출한 사직서 등을 집계 중이라 정확한 규모를 알기 어렵다고 했다.

경기도에서는 전날 기준 분당서울대병원 144명, 아주대병원 133명, 인천에서는 인하대병원 100명, 가천대길병원 71명 등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날 기준 순천향대천안병원 9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중 인턴 27명은 지난 18일 사직서를 제출한 뒤 취소했지만, 다시 출근하지 않고 있다. 단국대병원도 100여명이 출근하지 않았다.

충북대병원 인턴 33명 중 29명이 지난 17일자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전날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 레지던트들의 사직 규모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104명 대부분이 참여한 것으로 관측된다.

전북대병원은 전날 전공의 189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원광대병원 전공의 126명도 집단사직에 나섰지만, 한 차례 반려됐다. 다만 다시 제출하고 근무를 안 할 가능성도 있다.

전날까지 전남대병원에서 224명, 조선대병원에서 108명이 사직서를 냈다. 전남대병원 224명, 조선대병원 54명은 이날부터 출근 중단이라는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전날 강원도에서는 강원대병원 64명,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97명, 경남에서는 양산부산대병원 138명, 진주 경상국립대병원 121명, 삼성창원병원 71명이 사직서를 냈다.

울산에서는 이날부로 울산대병원 75명이, 대구·경북에서는 전날 경북대병원 179명, 대구가톨릭대병원 83명, 칠곡경북대병원 81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복지부는 전날 221개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들을 상대로 현장을 떠나지 말라는 취지의 '진료유지 명령'을 내렸다.

사직서 제출 4명 중 1명꼴로 근무지 이탈 사실이 우선 확인된 데다 복지부 명령을 어기고 출근하지 않을 전공의들이 늘 수 있어, 의료현장 혼란은 더 클 전망이다.

병원들은 당장 수술 일정 조정에 나섰다. 급하지 않은 수술은 조정될 수 있다고 환자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6일부터 진료과별로 수술 일정을 조정해달라고 공지했고 다른 빅5 병원들도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진료과별로 응급과 중증도를 고려해 수술 일정을 조정하는 한편, 의료 공백 최소화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집단사직을 막거나 늦추기 위해 사직서를 반려하거나 복귀를 유도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공의 본인이 사직서를 내놓고 근무를 하는 일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빅5 병원 한 관계자는 "각 병원에서 취합이 늦어졌다. 사직서를 반려하고 복귀하는 사람도 꽤 많아, 현장의 혼란이 있다. 정확한 숫자에 대해 말하기가 곤란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사직서를) 내놓고 근무하는 사람도 많아, 일부 병원을 제외한 의료현장에서는 생각보다 의료진 이탈이 많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병원을 빠져나간 전공의 등을 대표하고 빅5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이끈 대전협은 낮 12시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연다.

대전협은 업무개시명령 등에 대한 대응 등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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