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강간살인’ 최윤종 항소에 유족 “어처구니없다”

무기징역 선고 직후 “억울”하다며 항소
숨진 초등 교사, 21일 순직 심사 예정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에서 여성을 살해한 피의자 최윤종(31)씨가 2023년 8월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관악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등산로를 거쳐 출근하다 최윤종(31·신상공개)에게 살해당한 30대 초등 교사의 유족이 21일 순직 심사를 앞두고 심경을 밝혔다. 지난달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곧장 항소한 최씨에 대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숨진 초등 교사의 오빠라고 밝힌 ㄱ씨는 1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는 신림동 등산로 사건 피해자의 친오빠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ㄱ씨는 “내 동생은 20살에 서울교대에 합격한 뒤 15년을 첫 자취방 보증금 말고는 집에 손 한 번 벌리지 않은 착한 딸이고 동생이었다. 장례식 때도 수많은 제자들과 학부모님들이 와주실 정도로 사회생활도 곧잘 했다”며 “어떻게 이렇게 (동생과) 극과극의 인간이 내 동생을 저렇게 만들었는지 정말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밝혔다.

최씨는 2023년 8월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공원 둘레길에서 방학 중 연수 준비를 위해 출근하던 초등 교사를 성폭행할 목적으로 흉기로 때리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됐다. 초등 교사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이틀 뒤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결국 숨졌다. 강간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씨는 지난달 22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ㄱ씨는 “검사는 사형을 구형했지만 판결은 무기징역이었다”며 “그런데도 최윤종은 억울하다고 현재 항소한 상태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건 이후 나는 모든 일을 멈출 수밖에 없었고 어머니는 아예 집 밖에 못 나간다”고 덧붙였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등산로에서 출근길에 피살된 초등 교사의 유족과 교총 관계자, 변호인단이 2023년 10월23일 오후 서울 동작관악교육지원청에 ‘순직 유족 급여\' 청구서를 제출하기 전 고인을 위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ㄱ씨는 동생의 순직 인정을 촉구했다. 지난해 10월 숨진 초등 교사의 유족은 서울동작관악교육지원청에 교사·학부모 등 1만7576명이 동참한 탄원서와 함께 ‘순직유족급여청구서’를 제출했고 21일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서 순직 여부를 심사할 예정이다.

ㄱ씨는 “동생은 학교에서 체육부장 보직이었고 방학 때 공문으로도 남겨져 있는 교내 탁구 연수를 위해 출근 중에 그렇게 되었다”며 “(21일에) 서울 서초구 초등 교사도 같이 (순직 여부를) 심사한다고 하는데 두 사람 모두 합당한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지난달 최씨의 1심 선고에 대한 입장을 내고 “단죄만큼 중요한 것은 고인의 안타까운 희생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예우하고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이라며 “조속히 순직을 인정해 고인의 한과 유족의 아픔을 위로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ㄱ씨는 “동생이 하늘에선 (2022년에 폐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와 편히 지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