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서 방출 후 돌연 미국행, 그리고 동료들이 찾는 ‘일타 강사’가 됐다…허일이 꾸는 ML의 꿈[스경X인터뷰]

김하진 기자 2024. 2. 2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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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일 코치(오른쪽에서 두번째). 본인 제공



지난 겨울 프로야구 선수들이 개인 훈련으로 찾는 훈련지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곳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였다.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운영하는 아카데미가 워낙 유명해진 것도 있지만 또 다른 ‘일타강사’도 있었다. NC 박민우, 김성욱과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배지환(피츠버그) 등이 허일 코치를 찾아 시즌을 준비했다. 이대호가 한동희(롯데)의 부활을 위해 미국을 찾았을 때의 과정을 담은 유튜브 영상을 보면 허일 코치도 종종 등장한다.

허 코치는 현재 아주사퍼시픽 대학교의 코치를 하면서 비시즌 동안에는 선수들의 레슨을 맡고 있다.

허일 코치는 KBO리그 롯데에서 선수 생활을 보냈다.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뒤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2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2019년 71경기를 뛰면서 자리를 잡는 듯 했으나 2020시즌을 마치고 방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은퇴 후 지도자로 진로를 바꾸는 이들이 많지만 아예 미국으로 건너가는 건 드문 일이다.

허일 코치. 본인 제공



게다가 허 코치는 미국과도 아무런 인연이 없었다. 단순히 ‘꿈’ 하나만으로 2021년 6월 무작정 미국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 배터리 코치를 맡았던 행크 콩거 미네소타 코치의 조언을 받았다. 허 코치는 “방출 소식을 듣고 콩거 코치에게 연락을 했다. 미국에서 코치를 하고 싶은데 방법이 어떤게 있을까 물어보니까 ‘일단 가서 영어 공부를 하라’고 하더라. 6개월 뒤 자신도 미국으로 들어갈테니까 고교생들을 가르칠 수준이 되면 고교 코치 자리를 소개시켜주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허 코치는 콩거 코치의 말을 그대로 따랐다. 생각대로 영어가 빨리 늘지 않았다. 영어 수업을 들었고 공부하다 밤을 새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무슨 말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쓰던 펜을 종종 집어던졌다.

게다가 한국에도 ‘신조어’가 있는 것처럼 미국 청소년들도 생소한 용어를 많이 썼다. 그럴 때마다 허 코치는 “무슨 말이야?”라고 물어보고 뜻을 이해했다.

허일 코치. 본인 제공



그리고 약속된 12월이 됐고 콩거 코치와 마주했다. 허 코치는 “단 둘이 커피를 마셨다. 만나면 이야기를 잘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했는데 생각보다는 안 되더라. 그런데 콩거 코치가 대화를 해보더니 ‘충분하다. 이렇게 잘 할 줄 상상도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 뒤부터 헌팅턴 비치 고등학교에서 코치로서 일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교에서 타격을 가르치는 동안에도 의사 소통이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허 코치는 “우리는 ‘캐치볼’이라고 표현하는데 그 친구들은 ‘플레이 캐치’라고 하더라. 같은 야구 용어인데도 다른 게 많았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배우다보니 영어가 엄청 늘었다”고 돌이켰다.

이렇게 한 시즌을 보내다보니 해당 고등학교 감독이 대학교 코치의 자리를 제안했다. 그래서 아주사퍼시픽 대학교의 코치직을 맡게 되었다.

이런 생활들을 SNS에 올리다보니 KBO리그에서 같이 뛰었던 선수들의 연락이 하나 둘 씩 오기 시작했다.

NC 김성욱은 지난해 시즌 중에 허 코치에게 연락을 했다. 둘은 충장중 선후배 사이다. 허 코치는 “성욱이가 연락이 와서 자신의 타격을 좀 봐줄 수 있냐고 하더라. 그래서 성욱이 경기 영상을 한 번도 안 빠지고 다 봤다. 그리고 겨울에 스프링캠프를 미국으로 오니까 같이 해보고 싶다고 해서 함께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민우와는 친구다. 허 코치는 “민우가 훈련할 곳이 필요하다면서 연락이 왔다. 그래서 같이 해보고 싶다고 해서 올해 겨울에도 함께 몸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배지환은 호주프로리그에서 함께 뛴 인연이 있다. 허 코치는 “배지환이 싱글A시즌이 끝난 뒤에 함께 타격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공유를 많이 했다. 내가 플로리다로 넘어가서 타격도 봐줬고 지난해에는 배지환이 LA로 넘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허 코치는 선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충분히 확보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영상 하나만 보고 그 선수를 판단하면 시작부터 잘못 된다. 출발점은 이 선수가 어떤 스윙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게 우선이다. 이 타자와 스윙간의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찾는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현역 시절 자신을 북돋아준 지도자들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허 코치는 “장종훈 코치님, 양상문 감독님을 보면서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2군에서 힘들때 장종훈 코치님이 ‘너같이 치는 애들은 1군가서 무조건 잘 칠 거야’라고 매일 내가 타격할 때마다 말씀해주셨다. 당장 1군에 가서 바로 경기에 나갈 수 있게끔 스스로 준비하고 있어야된다고 말해주시곤 했다. 나도 덕분에 자신감이 생기더라”고 했다.

2019년 양상문 감독이 롯데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에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을 때에도 위로를 받은 경험이 있다. 허 코치는 “내가 승부처에서 실수를 해서 경기가 넘어간 적이 있었다. 민폐를 끼쳤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괴로워서 밥도 먹는 둥 마는둥 하는데 양 감독님이 어깨를 두드리면서 ‘니 잘 못 하니고 내 잘못이니까 맛있게 먹어라’하고 가셨다. 그런 말을 해주시니 나도 존경심이 들더라”고 돌이켜봤다.

허 코치는 선수 시절부터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왔다. 그는 “2군에 있는 7년 동안 매일 끝내기 안타를 치는 상상을 했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2019년 4월20일 KT전에서 연장 10회 끝내기 안타를 치고 동료들의 물세례를 맞았다.

궁극적으로 꾸는 꿈은 메이저리그 타격 코치다. 허 코치는 “몇년 안에 이루고 싶다는 꿈을 적은 계획이 있다. 더블A, 트리플A 등을 거쳐서 몇년 뒤에는 메이저리그 타격 코치가 되고 싶다는 계획을 짜 놓은게 있다”라고 했다.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해 백악관을 가는 꿈도 종종 그리곤 한다.

그는 “생각한대로 행동하면 언젠가 꿈은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했던 그런 자세나 노력들이 비단 야구 선수로서는 안 됐더라도 다른 삶을 살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며 각오를 밝혔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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