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뱃속에 5cm 낚싯바늘…야생조류 위협 심각

문준영,고아람 2024. 2. 2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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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얼마 전 낚싯바늘을 삼켜 목숨을 잃은 새끼 거북의 안타까운 사연 전해드렸는데요.

바닷속 흉기로 변한 낚싯줄이 이젠 야생조류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KBS 카메라에 포착된 충격의 현장, 문준영, 고아람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해안 갯바위 위를 힘차게 날아 오르는 갈매기 무리, 거친 파도와 맞물려 자유롭게 바람을 타는 모습은 겨울 제주 바다의 매력입니다.

그런데 한 모래 해안에서 어딘가 불편한 듯 자꾸 머리를 흔들어 대는 괭이갈매기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심지어 부리로 자기 몸을 쪼기까지 합니다.

자세히 보니 몸에 1m가 넘는 투명한 줄이 달려있습니다.

'낚싯줄'입니다.

몸속에 낚싯바늘이 걸려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겁니다.

인근에 정박 된 배에서 발견된 또 다른 괭이갈매기입니다.

이번엔 2m 넘는 낚싯줄이 오른쪽 날개를 꽁꽁 옭아맸습니다.

새하얀 날개뼈가 부러져 밖으로 드러날 정도입니다.

[김원진/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사 : "(낚싯줄이) 우측 날개 쪽에 다 감싸져 있어서. 날개까지 골절이 다 된 상태로. (뼈가 튀어나온 거죠?) 네 개방골절."]

이 갈매기를 가까스로 구조해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옮겼습니다.

마취약을 넣고 차분해진 갈매기, 엑스레이를 찍자 몸속에 날카로운 금속이 보입니다.

5cm에 달하는 큰 낚싯바늘입니다.

버려진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를 먹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장진호/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수의사 : "뼈가 노출된 지 시간이 지나서 수술해봤자 붙지는 않을 것 같고, 위 벽을 분명히 뚫고 나와서 여기 걸려있을 가능성이 크고, 복강 내 출혈이 있을 가능성도 높거든요."]

의료진이 긴급 조치에 나섰지만, 갈매기는 이튿날 폐사했습니다.

낚싯줄에 위협받는 건 갈매기뿐만이 아닙니다.

제주에선 도요새와 가마우지, 왜가리 등 바다를 오가는 여러 야생조류가 어선과 낚시인이 사용하는 낚싯줄과 바늘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례만 보고되고 있을 뿐, 실태조사나 관련 연구는 사실상 전무합니다.

[김완병/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 "구조되더라도 제때 제거하지 못하고 수술도 어려워서 아사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어민들이라든가 낚시하시는 분들한테 필요한 조치가 어떤 것인지 교육하고 홍보하면서 이런 사례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지금도 어딘가에서 낚싯줄에 걸려 목숨을 잃고 있는 야생조류들, 바닷속 흉기가 된 낚싯줄이 해양생물을 넘어 야생조류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문준영 기자 (mjy@kbs.co.kr)

고아람 기자 (high-k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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