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시대, 그 이후…" 음악협회 관계자들이 본 K팝 산업 [ST창간기획-가요③]

윤혜영 기자 2024. 2. 2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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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 사진=소속사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대한민국의 대중가요' K팝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왔다.

2000년대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힌 K팝은 2010년대 후반,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많은 아티스트들이 고무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전세계로 영향력을 확장했다.

빌보드 점령, 스타디움 투어, 외국 시상식 입성 등 상업적인 성공이 이어지며 최초, 최고, 최다 기록이 쏟아졌다.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며 문화적인 힘까지 키운 K팝은 높아진 글로벌 위상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다만 'K팝 위기론'도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가장 큰 골자는 '포스트 방탄소년단' 부재에서 비롯된다. 방탄소년단의 '군백기'로 인한 공백이 본격화되며 K팝 시장 역시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의견이다.

여기에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 일부 시장이 역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는 데다, K팝 팬덤 구조가 코어 팬덤 위주라 라이트 팬들로 인한 확장성이 부족한 탓에 K팝 산업이 위기를 맞은 게 아니냐는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논쟁의 여지는 있으나 현재 K팝 산업에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위기론'에 직면한 K팝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스포츠투데이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각종 음악협회 관계자들에게 K팝 산업의 현 주소와 미래에 대해 물었다.

음악협회 측은 K팝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많은 관계자들이 K팝의 발전과 함께 산업이 안은 과제를 언급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윤동환 회장은 "2023년은 오랜 시간동안 노력한 제작사와 아티스트의 투자가 결실을 맺는 해였다. 팬데믹으로 온라인 및 음원 시장에만 집중돼 있던 해외 반응들이 오프라인 및 공연 시장에서 급성장 하는 K팝으로 입증됐고, 불가능하다고만 생각해왔던 꿈의 무대 빌보드와 그래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앞으로 무한한 발전을 엿볼 수 있었다"고 되짚었다.

이어 "올해는 그 결실들을 얼마나 다양한 아티스트와 콘텐츠로 유지할 수 있을지 모두가 고민을 해봐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대형 기획사와 아티스트에게만 집중돼 있는 결과이기에 지금의 토대를 바탕으로 얼마나 많은 중소형 기획사와 새로운 아티스트에게 이어질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피프티피프티 같이 좋은 결과를 만들고도 악의적인 행태로 발전을 저해하거나 AI 같이 산업 구조의 변화가 이뤄지는 부분들에 대해 법과 제도가 산업의 발전을 따라갈 수 있을지 점검해야 하는 시기일 수 있다"고 봤다.

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고기호 부회장은 "현재 K팝은 K컬처와 K콘텐츠를 이끌며 세계에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K팝은 최근 10년간 당당히 변방의 음악에서 주류 음악으로 자리잡았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비약적으로 성장해 하이브, SM 등 수조원대 가치의 대형 기획사가 생겨났다"면서 "산업화, 글로벌화는 결국 경험과 자본의 싸움이다. 앞으로는 더 이러한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K팝 시장이 집중될 것으로 본다. 이때 더욱 필요한 것은 아이돌로 대표되는 K팝 음악에 발라드, 밴드, 심지어 트로트까지 다양한 K팝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려나가며 다양성과 외형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추가열 회장은 "K팝의 초국가적 영향력은 음악 문화 산업뿐만 아니라 관광 산업, 국가 이미지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K팝의 명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아이돌 댄스 장르로 대변되는 K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한국의 독창적인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음악들이 계속해서 나와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최광호 사무총장은 "K팝 산업이 확장된 근간은 아이돌 문화지 않나. 아이돌 문화이기 때문에 강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니아 음악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어떤 장르나 음악을 아이돌이라는 틀에 국한하지 말고 더 확장을 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이제는 아예 한국 가수가 없고 여러 다인종으로 멤버들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가져가는 그림도 있지 않나. 물론 이런 시도가 성공을 할 거냐 말 거냐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K팝 발전에 한계점을 느끼고 그 이상으로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인 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산업이 더 발전하고 확장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음반산업협회 유재진 경영지원국장은 "음악산업 관계자들도 K팝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며 유명 아티스트 소속사 대표, 세계적인 음반사 대표와 함께 나눈 이야기를 인용했다.

그는 "몇년 전, 서태지가 방탄소년단에게 '이제 너희의 시대야. 맘껏 놀아봐'라고 했는데 그리고 나서 조금 있다가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한류 3.0 시대가 오면서 '지금의 K팝 한류가 좀 있으면 시들해지겠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고, 그래서 미래에 대한 지속 가능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나 하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엔터테인먼트의 흥행은 불확실성의 부분이지 않나. 너무 잘 준비하고, 영향력 있는 콘텐츠나 아티스트들도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것이 이 산업의 속성인데 K팝이 무서운 건, 이미 최고의 시스템을 만들어놨기 때문에 시스템이 그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돌려놨다고 본다. 지금 K팝이 만든 시스템은 전세계 1, 2등 국가와 다양한 요인들에서 초격차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예전에는 저희가 세계의 시스템을 배우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무언가를 배우는 것을 뛰어넘어서 전세계를 리드하고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를 벤치마킹하는 상황이 됐다. K팝의 성장세나 K팝이 가져올 수 있는 부가가치가 계속 상승 국면에 있기 때문에 위기론은 섣부른 것 같고 아직까지도 정점을 찍지 않았다고 본다. K팝은 아직 정상을 찍지 않고 더 올라가고 더 확대되고 더 강화될 여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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