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종원 "첫 사극, 이렇게 예쁨 받다니"

최지윤 기자 2024. 2. 20. 1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종원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이종원(29)은 'MBC 아들'로 통한다. '엑스엑스'(2020)부터 '나를 사랑한 스파이'(2020) '금수저'(2022), 최근 막을 내린 '밤에 피는 꽃'까지 MBC 작품이다. 최근 MBC TV 예능물 '나 혼자 산다'에도 얼굴을 내비쳤다. 2018년 데뷔 후 필모그래피의 1/3을 MBC 드라마로 채웠는데, 밤에 피는 꽃으로 첫 흥행작을 냈다. "황홀하다"면서 "거의 가족이 아닌가 싶다. MBC 덕분에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밤에 피는 꽃은 15년 차 수절과부 '조여화'(이하늬)와 사대문에서 모두가 탐내는 금위영 종사관 '박수호'(이종원)의 이중생활을 그렸다. '별에선 온 그대'(2013~2014) 장태유 PD의 첫 MBC 드라마 연출작이다. 1회 7.9%(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 마지막 12회는 18.4%를 찍었다. 이종원 역시 "이렇게까지 많은 사랑을 받을 줄 몰랐다"며 "지금도 처음 겪어보는 시청률이 실감나지 않는다. 애청자 마음으로 보다 보니 '16부작이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들었다"고 할 정도다.

"이번 설에 친구, 형, 선배 할 것 없이 연락이 많이 왔다. 다 똑같은 사진을 보내줬다. '우리 엄마, 아빠, 할머니가 엄청 좋아하셔' '지방 내려가면 네가 신이더라'라고 하더라. 확실히 사극이고, 유쾌한 내용이라서 어르신들이 많이 즐기더라. 설에 부모님과 밥을 먹으러 갔을 때도 서비스를 주고, 중년 분들이 많이 알아봐줬다. 부모님 입이 귀에서 안 내려왔다. '밤에 피는 꽃 파급력이 정말 크구나' 느꼈다. 새로운 팬층이 생긴 것 같아서 기쁘다. '사극을 하니 이렇게 예쁨을 받을 수 있구나' 싶다."

물론 첫 사극이라서 부담감도 컸다. 전작인 금수저에선 또래와 주연을 맡았다면, 이번엔 첫 메인 주인공이라서 "어느 때보다 부담감이 있었다. 무게감과 책임감이 어느새 원동력이 됐다"고 돌아봤다. 촬영 4개월 전부터 액션스쿨을 다녔고, 승마, 서예 등을 배웠다. "액션을 소화하는 게 쉽지 않았다. 내가 왼손잡이인데, 오른손으로 서예를 하고 검을 쓰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며 "오디션 보고 캐스팅 된 후 촬영 끝날 때까지 긴장 상태였다. 감독님이 우려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뼈를 갈고 열심히 임했다. 말투, 목소리 컨트롤 등 사극 호흡이 따로 있더라. 촬영 끝나고 감독님과 30분 정도 얘기하고 퇴근하곤 했다. 감독님에게 만족을 안겨주고 싶었다"고 했다.


조선시대 과부를 좋아하는 설정이 신선했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라서 더 안타깝게 느껴졌는데, "실제 나였으면 수호처럼 직진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계속 도전하지 않을까 싶다. 수호가 그렇게 여화에게 마음을 두는 걸 보면 보통 사람이 아니니까. 다른 방도를 찾아서 어떻게든 사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혼자 수호 캐릭터를 만들기 쉽지 않았는데, 하늬 선배와 감독님이 도와줘서 더 애절하고 웃긴 부분이 잘 살았다. 감사할 뿐"이라며 "하늬 선배에 비해 경력이 짧다 보니 어떻게든 맞추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더 뛰고 뭐라도 더 하려고 했다"고 부연했다.

"보통 드라마는 스킨십으로 보여주는 로맨스가 많지 않느냐. 밤에 피는 꽃은 손을 잡는 스킨십 등이 일절 없었다. 손만 스쳐도 '어휴' 하며 조심스러워했는데, 오히려 새로운 로맨스라고 생각했다. 스킨십 없이 눈빛, 터치만으로도 깊은 로맨스를 표현할 수 있었다. 스킨십 없어서 아쉽지는 않았냐고? 1회에 '과부가 외간 남자랑 만나면 팔이 잘리고 눈이 뽑힌다'는 대사가 나오지 않았느냐. '조선시대 과부의 삶의 쉽지 않았구나' 느꼈다. 그 시대 과부의 애절함, 일생을 잘 표현한 것 같다."

넷플릭스처럼 자막을 더해 이해도를 높였다. 매회 뒷부분에 '못다한 이야기'를 구성해 재미를 더했다. "자막은 첫 방송을 보고 알았다. TV를 켜놓고 다른 일 하는 분들도 '자막이 나와서 이해가 잘 된다'고 하더라"면서 "못다한 이야기만 기다리는 사람도 있더라. 극본에는 따로 에필로그 형식으로 써 있었다. 본편에서 진지한 얘기를 담고, 못다한 이야기에서 코믹적인 내용을 보여줘서 새로웠다. 하트 '뿅뿅' 나오고 볼도 굉장히 빨개지고···. 감독님이 수호와 여화의 사랑하는 마음을 귀엽게 표현하기 위해 컴퓨터그래픽(CG)을 만화책처럼 과하게 줬다고 하더라"고 했다.

수호 캐릭터는 여성 시청자들을 설레게 만들기 충분했다.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귀여운 매력을 잘 살렸는데 "실제 성격은 정반대다. 수호는 단단한 고집이 있고 자신의 생각대로 직진하는데, 난 생각도 많고 무른 편이다. 나와 닮은 점의 거의 없어서 더 재미있었다"고 귀띔했다. 상의 탈의 신 관련해선 "수호가 보여줄 수 있는 매력 중 하나였다. 시청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신이었다"면서 "첫 탈의 신인데,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다. 살을 먼저 찌운 뒤 근육을 만들었다. 온 세상의 닭고기는 다 먹은 것 같다. 지방 촬영이 많다 보니 차에 늘 덤벨, 요가 매트 등을 싣고 다니면서 운동했다. 원래 진짜 마른 체형인데, 노력해서 어떻게든 근육을 만들고 싶었다. 수호의 강인함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했다. 상의 탈의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했다"며 웃었다.

코믹 연기에 자신감이 붙었다며 "하늬 선배가 능숙하게 하지 않았느냐. 극본상으로 전혀 웃긴 장면이 아닌데도 '이렇게 한번만 꺾으면 웃기네'라는 걸 어깨 너머로 배웠다. '코믹에 완전 자신있다'는 아니지만 무슨 느낌인지 알게 됐다. 수호는 단단하고 고지식한데, 한 두 번 코믹을 보여주는 신이 있었다. 이번에 제대로 입문했다. 액션과 코믹, 멜로 세 가지 장르를 겪어보니 다 욕심난다. 다 발을 들여봐서 앞으로 한 가지 장르씩 진하게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이종원은 밤에 피는 꽃 흥행 후 더욱 여유로워졌다. 1994년생 배우들이 작품 흥행 후 대부분 군 입대했는데, 이종원은 군필자라서 "마음이 굉장히 편하다"고 미소 지었다. "스물 세 살에 군대에 갔다. 그때는 사실 별 깊은 생각을 안 했는데, 지금 이렇게 좋은 나비효과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나를 막을 중대한 일이 없지 않느냐. 군대에 가면 그만큼 공백기가 생기는데, 정말 다행이다. 과거의 내가 가장 잘한 일이다. 군대에 즐겁게 잘 다녀온 과거의 나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근 더블랙레이블로 소속사도 옮겼다. 프로듀서 테디(45)가 수장을 맡고 있는 곳이다. "올해 서른이 됐는데, 20대 마무리를 잘했다. 후회 할 일 없이 잘 선택하고 재미있게 인생을 즐기면서 마무리했다"며 "드라마도 좋은 결과가 나와서 마음이 더 풍요로워졌다. 지금 기운이 좋아서 이 에너지를 빨리 쏟고 싶다"고 바랐다. "20대는 청년의 느낌이었다면, 30대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또 다시 사극을 하면 자신있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떤 길이 열릴지 걱정되는 게 아니라 기대된다. 행복한 요즘"이라고 했다.

"연기 외에 사진, 음악 등도 좋아한다. 사진 전시든 예술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들과 일해보고 싶었다. 배우 외에도 욕심이 많은데, 더블랙과 함께 라면 재미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연기는 기본이고 인간 이종원 모습도 더 보여주고 싶다. 테디 사장님과도 얘기를 나눴는데, 배울 점이 많았다. 앞으로 보여줄게 많고, 난 자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