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 부지에 ‘종합병원만 가능’…중구, 계획안 곧 상정
인제학원 “용도 한정 땐 매각 어려워” 반발
지난해 설립 82년 만에 문을 닫은 서울백병원 자리에 종합병원만 들어설 수 있도록 하는 도시관리계획 절차가 본격화된다.
중구는 지난 19일 구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서울백병원 부지(저동2가 85)의 용도를 종합병원으로 한정하는 도시관리계획 결정안에 대한 자문을 완료했다고 20일 밝혔다.
결정안에 따라 3127㎡ 규모 부지가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로 묶이면 다른 용도로는 활용할 수 없다. 다만 시설 중 일부는 비도시계획시설로 운영할 수 있는 계획을 반영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구 관계자는 “도심 의료 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명동과 을지로에 다시 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K-의료서비스센터’를 구축하고 병원 수익 보전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는 도시관리계획을 통해 특정 부지에 지을 수 있는 시설을 지정할 수 있다. 토지가 투기용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고 지역 내 필요한 시설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중구는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 이번 결정안을 서울시에 상정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백병원 부지 활용은 서울시의 최종 판단만 남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종합의료시설 지정안에 대해 백병원 운영 주체였던 인제학원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백병원지부 등이 “일방적 방침”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지 용도를 한정하면 서울 도심이라는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매각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1111807001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서울백병원은 도심 공동화와 대형 병원 경쟁 심화 등으로 최근 20년간 누적된 적자가 1745억원에 달하면서 지난해 이사회에서 폐원이 결정됐다.
이에 서울시는 백병원에 대한 도시계획시설 결정 입안을 중구에 요청한 바 있다. 또 시내 다른 종합병원 부지도 3000㎡ 이상 규모일 경우 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중구·종로구 등 도심 내 의료기능을 유지하고 응급의료 등 공공의료의 갑작스러운 기능 부재가 생기지 않도록 하려는 취지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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