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희준 "다시 태어나면 스님 되고파" [인터뷰]

정한별 2024. 2. 2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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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준, '살인자ㅇ난감' 송촌 역으로 열연
공황장애로 겪은 어려움 고백
이희준이 '살인자ㅇ난감'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제공
다음 생에는 스님 같은 수행자가 되고 싶어요.

배우 이희준이 이 말을 하자 인터뷰 장소에 있던 이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살인자ㅇ난감'에서 그토록 강렬한 인물을 연기했던 사람이 남긴 말치고는 꽤나 신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유를 듣는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이희준은 인간의 마음과 세상의 이치를 들여다보는 일이 재밌다고 했다. 이희준의 이러한 관심사가 그에게 지금의 연기력을 선물한 게 아닐까.

이희준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살인자ㅇ난감'은 우연히 살인을 시작하게 된 평범한 남자와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멋진 배우 손석구·최우식

이희준이 손석구 최우식을 칭찬했다. 넷플릭스 제공

이희준은 살인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만의 비틀린 정의를 실현하는 송촌을 연기했다. 그는 '송촌은 왜 이렇게 됐을까' '어쩌다 이런 확고한 생각을 하게 됐지' 등의 생각을 하며 이 역할을 만들어나갔다. 이희준은 "역할을 이해하고 찾아가고 공감하는 시간이 좋다. 연기하는 즐거움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송촌 캐릭터는 65세로 설정하고 연기했단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근육 많은 할아버지를 생각했다. 왜소해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 할아버지이지만 체격 같은 게 무서워 보이길 원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작품에서 최우식은 악인 감별 능력을 각성한 이탕 역으로, 손석구는 기묘한 살인사건을 쫓는 형사 장난감 역으로 활약했다. 이희준은 이들과 호흡을 맞추며 극에 긴장감을 더했다. 그는 "이탕이 참 공감하기 어려운 캐릭터고 어려운 감정을 갖고 있다. 그런데 최우식 배우가 복합적으로 한 걸 보고 모니터링하면서 놀랐다. 손석구 배우는 화면만 봐도 남자 목욕탕에 스킨 냄새가 확 나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멋진 배우들이었다. 그들도 날 좋아해 줘서 행복하게 작업했다. 만나면 즐거웠다"고 이야기했다. 현장의 훈훈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게 만드는 지점이었다.


가정적인 이희준

이희준이 가족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제공

이희준은 2016년 모델 이혜정과 결혼했다. 이혜정은 '살인자ㅇ난감'과 관련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이희준은 "아내가 '오빠, 너무 멋있다. 애썼다'고 하더라"고 답했다. 이어 "원래 촬영을 하고 가도 내가 아들을 등원시킨다. 아이도 날 좋아한다. 밤샘 촬영을 하고 집에 들어가도 (아들이) '아빠' 하고 오면 아이랑 논다. 그런데 아내가 '집안일 하지 마. 오빠는 밖에서 이런 거(연기) 해야 해'라고 하더라. '살인자ㅇ난감'을 보고 리뷰 전화를 주는 사람이 많나 보다"라면서 웃었다.

가족 이야기를 하는 이희준에게서는 가정적인 면모가 돋보였다. 그는 "가정적인 사람이 되려고 애쓴다. 일할 때 외에는 아이와, 가족과 함께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아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이야기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희준은 "아직 아들은 내가 뭘 하는지 모른다. 대본 보니까 책 보는 사람인 줄 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아들을 겨냥해서 '미니특공대' 같은 작품을 하나 해야겠다. 아들이 '미니특공대'를 제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이희준에게 찾아온 공황장애

이희준이 과거를 회상했다. 넷플릭스 제공

이희준에게는 커다란 시련이 찾아온 적이 있다. 공황장애다. 그는 "(배우로서) 내가 뛸 수 있는 속도보다 빨리 뛰어서 넘어진 듯하다. 공연 중 과호흡이 와서 대사가 안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이기조차 어려웠단다. 스스로를 다그쳤고 자신이 되고 싶었던 배우의 모습과 현실이 크게 다르다는 생각에 '그만둬야겠다'고 마음먹기도 했다. 그러나 법륜스님을 만나 신경안정제를 먹으라는 조언을 얻었다. 또한 "더듬을까 봐 두려운 마음이 들면 '그 배역에게 이 상황이 얼마나 당황스러우면 그럴까' 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안 되느냐"는 말을 들었다. 이야기를 들은 이희준은 마음이 갑자기 가벼워졌고 당시의 느낌을 담은 영화 '병훈의 하루'도 만들었다. 결국 이희준은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려가게 됐다.

그는 다시 태어난다면 스님 같은 수행자가 되고 싶다는 뜻밖의 이야기로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이희준은 "인간의 마음과 세상의 이치, 화합에 대한 게 재밌다. 뇌과학 책도 자주 본다. 스님 아니면 뇌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재밌는 점은 인간의 마음을 깊게 탐구하고 그 부분을 화면에 섬세하게 펼쳐내는 그가 정작 스스로를 '연기 못하는 배우'라고 표현했다는 사실이다. 이희준은 "난 최우식 손석구 같은 재능 있는 배우가 아니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 감탄스럽고 질투 난다. 난 재능이 아무것도 없다. 100% 공부해서 서치해서 하는 거다. 내가 가진 재능은 열심히 노력하는 것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겸손함도 그가 지금의 완성도 높은 연기를 보여주는 비결이 아닐까.

한편 '살인자ㅇ난감'은 지난 9일 공개됐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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