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4기 아버지 위독한데 수술 연기”… 전공의 떠난 ‘빅5’, 의료 공백 현실화
“폐암 4기인 아버지가 위독한데 수술이 연기됐어요.”
직장인 김모(43)씨는 20일로 예정된 아버지 수술을 잠정 연기했다. 폐암 4기인 B씨는 약 1년6개월간 항암치료를 받다가 더 쓸 약이 없어 수술을 결정했다. 김씨는 “수술 당일 전공의가 수술실에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해 병원측과 아버지 수술을 연기하는데 동의했다” 며 “중증환자들은 1분 1초가 급한데 의사들이 파업하면 환자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빅5’ 병원을 비롯한 전국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서를 제출했고, 본격적으로 병원 이탈 행렬이 시작됐다. 사직서 제출에 동참하는 전공의가 잇따르면서 의료 공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은 이날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한다.
전날 이미 1000명이 넘는 ‘빅5’ 소속 전공의들이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5개 병원에는 전공의 2745명이 소속돼 있다.
병원을 빠져나간 전공의들은 이날 정오 서울 용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연다.
회의에서 전공의들은 향후 대응 방안 등 본격적으로 ‘병원 밖 행동’을 논의할 예정이다. 병원 응급·당직 체계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곳곳에서 환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하루 200∼220건 수술하는 삼성서울병원은 전날 10%가량인 20건의 수술이 연기됐다. 이 병원은 이날 약 70건의 수술이 미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김택우 위원장과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에게 의사 ‘집단행동 교사금지 명령’ 위반 혐의로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관한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의협 수뇌부를 겨냥해 면허 정지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221개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에게는 의료법 59조에 근거해 ‘진료 유지명령’을 발령했다. 필요시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로 의료 공백을 메우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진료 유지명령에 대해 “말 그대로 현재 하는 진료를 유지해 달라는 명령”이라며 “위반하면 상응하는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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