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예술엔 ‘길잡이’가 필요해… 예당·세종·풍월당 3색 열전
예술의전당
어린이~성인 수업 대상 세분화
미술실기·서화 등 체험형 인기
세종문화회관
기존 8개 강좌서 15개로 확대
‘뮤지컬 보컬’ 등 장르도 다양화
풍월당
인원 소규모 꾸려 집중도 높여
클래식·문학 월례강좌 등 호평
“찰스 디킨스, 오스카 와일드도 낭독회 다니느라 바빴어요. 예술 강좌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있었던 거죠. 혼자선 높은 산을 올라가기 힘들지만, 이야기를 듣고 길을 알게 되면 올라갈 수 있잖아요. 저는 일종의 ‘길잡이’예요.”(박종호 풍월당 대표)
멀게만 느껴졌던 클래식과 미술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예술 강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등 국내 대표적 공연장은 평소엔 아카데미가 열리는 강연장으로 붐빈다. 국내 유일의 클래식 전문 음반 가게인 풍월당도 오래전부터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우리 삶 가까이에서 예술과 호흡한다.
◇예술의전당 ‘눈높이형’
예술의전당 아카데미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수강 대상이 세세하게 나뉜 ‘눈높이형’ 프로그램이 많다는 게 차별화 지점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곡·연극·놀이 프로그램은 창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결과물 제작에서 서로 공유하기까지 전 과정을 함께 한다. 의자에 앉아 듣기만 하는 것보단 직접 해보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의 만족도가 높은 체험형 강좌다.
서화 아카데미는 중장년층의 지지를 받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미술 실기 아카데미도 눈에 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예술에 대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실제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공연·전시에 대한 감상으로 연결지을 수 있다는 점이 의미”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표적인 클래식 공연장과 전시관을 운영하는 기관답게 인문학적 소양을 키울 수 있는 클래식 강좌와 미술 강좌도 마련돼 있다. ‘유정우의 오페라 살롱’과 ‘최영옥의 클래식의 오늘이 있기까지 : 근·현대를 잇는 거장들’, ‘이진숙의 그림, 시대를 말하다(2) : 14C∼17C 서양의 역사와 미술’, ‘이현의 전시와 함께 보는 서양미술사 : 19세기 후반 편’ 등이다. 20일부터 접수를 시작한다.
◇세종문화회관 ‘다다익선’
세종문화회관 아카데미의 예술 강좌는 평년 8개에서 15개로 늘어났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세분화되는 예술적 수요와 취향을 만족시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연극,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열리는 세종문화회관처럼 여러 분야의 강좌가 망라돼 있다.
특히 직접 공연장에 서볼 수 있는 강좌들이 눈에 띈다. 뮤지컬 배우 김승대가 진행하는 ‘뮤지컬 보컬 스테이션’은 뮤지컬 넘버를 무대 위에서 직접 불러볼 수 있고, 소프라노 김은경의 ‘히든보이스’는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을 불러볼 수 있다. 연극·뮤지컬 연출가 이대웅의 ‘연극을 읽다’는 수강생이 직접 배우들이 돼 희곡을 읽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지난해에 이어 시민 건강관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무료 강좌 ‘스포츠 in 아트스테이션’은 접근성이 좋아졌다. 강좌 시간대와 종목이 확대됐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서울시체육회 소속 협회 강사진들에게 댄스스포츠, K-팝 댄스, 리듬체조, 요가 등을 배울 수 있다.
전통적인 클래식 강좌도 역시 있다. 음악평론가 최은규의 ‘이야기가 있는 클래식’이 대표적이다. 주말의 시작점인 금요일 퇴근길에 열리는 전시해설가 김찬용의 ‘퇴근길 미술 한 잔’이나 아침과 점심 사이에 연주와 강의를 함께 들을 수 있는 피아니스트 김주영의 ‘클래식 브런치’처럼 틈새 시간을 쪼개 듣는 강좌도 마련됐다. 지난 14일 접수를 시작했고, 내달 18일 개강한다.
◇풍월당 ‘프리미엄’
풍월당 아카데미는 ‘소규모 프리미엄’이란 특성을 가진다. 강좌당 수강 인원이 한정돼 있어 집중도가 높은 편이다.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월례강좌는 음악평론가 김문경·나성인·최은규·황장원, 음악전문기자 김성현, 문학평론가 장은수 등이 클래식과 문학을 중심으로 한주씩 돌아가며 수강생을 만난다. 올 봄학기엔 지휘자 김선아가 새롭게 합류했다.
접수가 시작된 목요포럼은 클래식 음악가의 삶과 그들의 음악을 집중 조명하는 시간이다. 지난 1월 풍월당 월례강좌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으로 보는 번스타인의 예술’을 수강한 이미란(45) 씨는 “주제에 맞는 음원, 영상, 서적 등의 방대한 자료를 유기적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해 강의가 매우 알차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다음 강좌도 수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까이에서 연주자와 호흡하는 ‘풍월당 쇼케이스’도 이따금 열린다. 지난해엔 피아니스트 김정원, 알렉상드르 타로 등이 함께했다.
박 대표가 15년째 진행 중인 비공개 클래스는 풍월당의 보물이다. 이번 봄학기엔 에드워드 사이드의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에서 영감을 얻은 ‘만년탕춘(晩年蕩春)’이라는 주제로 위대한 음악가들의 만년을 살필 예정이다. 마무리가 좋아야 하나의 음악이 완벽하게 완성되는 것처럼 인생의 마지막까지 더욱 성숙해지기를 노력하자는 것이 강의의 핵심주제다.
풍월당 관계자는 “클래식 음악을 비롯해 다양한 문학과 예술을 폭넓게 알아가고, 예술을 하나의 기호품이 아니라 삶에 깊이를 더하는 하나의 매개체로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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