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방사청장의 평이한 취임 일성…진가 발휘의 길은? [취재파일]
석종건 제13대 방위사업청장이 어제(19일) 취임했습니다. 엄동환 12대 청장이 윤석열 정부 방위사업의 틀을 잡았다면, 석종건 13대 청장은 윤 정부의 방위사업을 완성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았습니다. 윤 정부 2기 방사청의 시작입니다. 엄동환 전 청장보다 부담이 큽니다.
석종건 청장은 취임사를 통해 △ 신속하고 효율적인 획득, △ 국방 R&D 강화, △ 방산강국 도약을 방사청의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방사청의 법적, 실질적 제1 임무가 획득, 즉 무기의 도입이라는 점에서 기본기에 충실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또 국방 R&D, 즉 국방과학은 획득과 방산의 공통적 토대라는 점에서 제2의 임무에 국방 R&D, 제3의 임무에 방산강국을 각각 배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방사청의 제1 임무는 역시 '획득'
석종건 신임 방사청장이 취임사에서 제기한 3대 과제 중 첫 번째는 획득입니다. 주머니 사정 뻔한데 좋은 무기 들여야 하니 참 어렵습니다.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 도입처럼 예산 한도 내에서 맞춤형 무기 사면, 가격은 논외로 한 채 왜 세계 최고 못 샀냐는 타박을 듣습니다. 세계 최고 무기 사라고 해서 F-35A 구매 결정했더니, 돈 모자라 도입 대수를 60대에서 40대로 줄인 것이 두고두고 방사청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좋은 가격에 좋은 무기 제때 확보해도 방사청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다목적 공중급유기 MRTT 시그너스의 맹활약에 국민들은 공군을 향해 환호할 뿐, 시그너스 획득의 주역인 방사청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천궁-Ⅱ의 잇단 중동 수출로 방산업체들에 이목이 쏠렸지만, 2020년 천궁-Ⅱ를 조기 전력화시킨 방사청의 노고는 관심 밖이었습니다.
이렇듯 획득은 아무리 잘 해도 티가 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획득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요즘 들어 획득을 국내 방산 강화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경계해야 합니다. 대형 해외무기 도입 시 국내 방산업체의 컨소시엄을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제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한 현역 장성은 "해외 군소 업체들이나 국내 컨소시엄을 환영하지, 첨단 무기를 보유한 유력 업체들은 국내 컨소시엄을 짐으로 생각한다", "국내 업체 컨소시엄 의무화는 방산을 위해 획득을 희생하는 제도"라고 꼬집었습니다.
국방 R&D 강화와 ADD 재구조화 개혁
석종건 청장이 두 번째 과제로 꼽은 것은 국방 R&D 강화입니다. 국방 R&D의 책임기관은 국방과학연구소 ADD입니다. 십수 년 전부터 국방 R&D 강화, 즉 ADD 개혁의 당위성이 제기됐습니다. 2020년 ADD 재구조화 개혁안이 마련돼 미래지향적 국방 R&D로 나아가는가 싶더니 방사청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유야무야됐습니다.
ADD는 첨단·핵심·비닉(秘匿)·비익(非益) 기술의 연구개발에 전념하고, 방산업체는 ADD의 기술을 밑돌 삼아 일반 무기를 연구개발하는 것이 ADD 재구조화입니다. 석종건 청장이 취임사에서 천명한 대로 국방과학이 'First Mover'로 도약하기 위한 현실적 엔진으로 평가됐습니다. 방사청은 국방백서와 국회 보고를 통해 ADD 재구조화 개혁을 약속했다가 별다른 설명 없이 1년 만에 백지화했습니다.
강은호 '수출 강화', 엄동환 '수출 만개'…석종건 청장은?
강은호 11대 방사청장은 역대 청장 중 방산수출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바통을 이어받은 엄동환 12대 방사청장은 역대 최대 수출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2022년 173억 달러, 2023년 130억 달러의 방산수출 기록은 지금 봐도 '넘사벽'입니다.
석종건 13대 청장이 주눅들만도 한데 그는 방사청의 세 번째 과제로 글로벌 4대 방산강국 도약을 내세웠습니다. 173억 달러, 130억 달러의 기록을 깨면 금상첨화겠지만 깨기 힘들다고 실망할 일도 아닙니다. 2022년과 2023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폴란드의 안보 불안이 부른 깜짝 특수였습니다. 실력과 더불어 운이 작용했습니다. 단기간에 수출액을 늘리기보다 폴란드와 중동, 동남아 이외의 국가로 수출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현재 우리 방산이 추구할 길입니다. 석종건 청장도 수출시장 확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석종건 청장의 취임사는 2,600자, 원고지 30장 분량입니다. 단숨에 읽을 수 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방사청의 청사진을 현실로 가져오려면 원고지 30만 장에 담기에도 넘치는 고민과 실천이 뒤따라야 합니다. 대단히 어렵겠지만 못할 것도 없습니다. 석 청장의 성공은 윤석열 정부 방위사업의 성공입니다. 석종건 신임 방사청장의 건투를 빕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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