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업적'으로 따진 바이든 vs 트럼프…승자는?
현대 정치 지도자에 순위를 매기는 건 자못 위험할 수 있습니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평가자의 정치적 시각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가 몇 위일지, 다음 대선을 놓고 맞붙은 두 전·현직 대통령의 평가가 어떤지 궁금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업적으로 평가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순위는 어떻게 될까요?
바이든 14위 vs 트럼프 45위 '꼴찌'
미 휴스턴 대학교와 코스털 캐롤라이나 대학교가 전미정치학회 회원 등 정치 분야 전문가 525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1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응답률은 29.3%였습니다. '2024 위대한 대통령 프로젝트'로 명명된 조사에서 100점 만점에 바이든 대통령은 62.66점을 얻어 전현직 대통령 45명 가운데 14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61.8점으로 15위에 오른 28대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나 61.62점으로 16위에 오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보다 높은 순위입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92점을 얻는 데 그치며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44위인 15대 제임스 뷰캐넌 대통령보다도 6점 가량 낮았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제임스 뷰캐넌, 프랭클린 피어스, 앤드루 존슨 등 미국을 내전으로 몰아넣거나 그 뒤를 엉망으로 만든 19세기 중반 실패자들보다도 순위가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를 들어 보면 과연 바이든도 웃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언론에 발표한 브랜던 로팅하우스 휴스턴대 교수와 저스틴 본 코스털 캐롤라이나대 교수는 "바이든이 이룬 가장 중요한 업적은 트럼프에게서 대통령직을 가져오고, 전통적 스타일의 대통령 리더십을 다시 선보였으며, 올가을 전임자(트럼프)로부터 직위를 지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치 성향 따라 평가도 '천차만별'
당파적 차이를 거의 보이지 않은 대통령 중 한 명은 빌 클린턴이었습니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었지만 민주당 성향 전문가들 보다 오히려 공화당 성향 전문가들이 사이에서 점수가 더 높았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공화당 성향 전문가 사이에서 10위, 민주당 성향 전문가 사이에서 12위로 각각 평가됐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미투(Me Too)' 시대에 대한 재검토 등이 영향을 미친 걸로 분석했습니다.
상위권에 배치된 역대 대통령은 누가 있을까요? 누구나 예상할 수 있겠지만 노예 해방을 이끈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93.87점, 1위)과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독립선언서를 초안한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73.8점으로 7위에 올랐습니다.
여론조사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리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되는 조사결과일지 모르지만 높은 평가의 이유가 본인이 아니라 '반(反) 트럼프' 때문이라는 건 정치 지도자이자 대중 정치인인 바이든에게는 치명적인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상당수 민주주의 국가에서 '누가 좋아서'가 아니라 '누가 싫어서' 투표한다고 답하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은 걸 보면 이런 결과도 꼭 나쁜 건 아니라고 해야 할까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AP, 연합뉴스)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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