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 살려내라”…병원 떠나는 전공의에 환자들 분노
20일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면서 ‘의료 대란’이 현실로 다가왔다. 필수의료를 맡는 인력들이 줄어들면서 수술이 취소되거나 입원이 연기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만난 환자와 보호자들은 수술 연기와 취소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대병원이 보냈다는 문자에는 ‘모든 전공의가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밝혀 언제 입원과 수술이 정상화할지 알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있다는 남편을 둔 보호자는 “음식점에서 일방적으로 예약만 취소해도 어이없고 화나는데, 목숨과 직결된 입원이나 수술을 멋대로 취소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남편을 살려내라”고 분노했다.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 등 이른바 ‘빅5’ 병원 전공의들은 전원 사직서를 내고 이날 오전 6시부로 병원을 떠난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은 전날 전공의 612명 가운데 60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빅5 병원에서만 1000여명의 전공의가 집단 사직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221개 수련병원에서 일하는 전공의 수는 1만3000명이다. 빅5 병원 의사 인력 중 전공의 비율은 서울대병원 46.2%, 세브란스병원 40.2%, 삼성서울병원 38%, 서울아산병원 34.5%, 서울성모병원 33.8%로 평균 39%다.
병원의 남은 인력도 비상에 걸렸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주말부터 문의 연락이 빗발쳐 업무 마비가 오고 있다”고 전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 전원사직’이라는 최악을 가정하고 내부에서 수술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일부 진료과는 이미 수술 일정을 절반으로 축소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도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혼란이 가중하지 않도록 대체인력을 어떻게 배치할지 등을 다각도로 논의 중이다.
복지부가 전날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의료현장을 떠나지 말라는 취지의 ‘진료유지명령’도 발령했지만, 전국 1만3000여명에 달하는 전공의의 집단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각 수련병원에 담당자들을 파견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이 몇 명인지, 이 중 현장에서 이탈한 인원이 몇 명인지 파악하고 있지만 전국 곳곳에서 집단 사직이 진행돼 정확한 규모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통령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앙비상진료상황실장은 “여러 병원 상황을 보면 대략 2~3주 정도는 기존 교수님들과 전임의, 입원전담전문의, 중환자실전담전문의 등 전공의를 제외한 인력으로 큰 차질 없이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비상근무 당직 체계를 짜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그 이상으로 기간이 길어지면 이분들의 피로도가 누적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때는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 중 필요한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은 이날 정오쯤 서울 용산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긴급 임시대의원 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업무개시명령 등 현안과 관련한 대비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의원 총회는 각 병원별 전공의 대표가 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 대다수는 사직서를 제출한 후 총회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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