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비흡연 여성에게 폐암 유발시키는 주방의 살인자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하루에 재료 준비, 조리, 취사, 배식, 설거지, 청소를 하는 급식조리노동자가 옮기는 물건의 무게는 약 8톤에 육박해 근골격계질환만이 문제인 줄 알았는데, 폐암 역시 급식조리노동자의 직업병이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민족 대명절 설이 지났다. 설 연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와 나누는 첫인사 중 하나가 "명절 동안 맛있는 거 먹었어요?" 아니던가. 떡국, 갈비찜, 삼색나물, 잡채, 산적에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게 동태전, 꼬치전, 깻잎전, 고추전, 동그랑땡 등등등이다. 살과 식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명절 음식과의 눈치 싸움은, 결국 늘 먹부림으로 기우는 형국이다.
이번 설에 고향집에 내려가 문을 열었다. 먼저 나를 반긴 것은 반가운 얼굴이 아니었다. 코를 찌르는 전 부치는 기름진 냄새였다. 손바닥만한 초라한 후드에 비해 위풍당당한 업소용 프라이팬의 기름은 전분가루를 만나 자글자글 끓어올랐고, 날이 살짝 으슬으슬해서 창문은 닫힌 채였다. 깜짝 놀라서 나는 집의 창문을 잔뜩 열었다. 조금 추워도 옷을 입자고 했다. 아는 게 힘이고 걱정거리라고, 조리흄(cooking hume)에 노출돼서 폐질환을 앓는 급식조리노동자가 떠올라서 그랬다.
폐암의 원인은 흡연으로 알려져 있어서 요리하다가 폐암에 걸린다는 말이 의아해 보일 수 있다. 남성폐암환자의 상당수는 흡연자이지만, 여성폐암환자의 80% 이상은 비흡연자로 보고돼 있는데, 이들의 폐를 공격해 암을 발생시키는 원인은 흡연이 아니라 조리매연, 즉 조리흄(cooking hume)때문이다.
무상급식 12년 차인 2023년 발표된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023년 3월 학교 급식 노동자 42,077명을 대상으로 폐를 검진한 결과, 폐암 의심 노동자 수는 341명(폐암 확진자를 포함한 수치), 폐 이상 소견자는 13,653명으로 전국교육청의 조사 결과 공식 확인됐다(여성 폐암 조발생률을 비교했을 때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발생률은 최대 16.4배 높음). 비슷한 환경에서 일하던 여러 사람이 같은 질환을 가질 때 우리는 직업병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하루에 재료 준비, 조리, 취사, 배식, 설거지, 청소를 하는 급식조리노동자가 옮기는 물건의 무게는 약 8톤에 육박해 근골격계질환만이 문제인 줄 알았는데, 폐암 역시 급식조리노동자의 직업병이었다.
2021년 2월 학교의 한 급식조리사의 목숨을 앗아간 폐암을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일 시키는 학교가 노동자에게 위생적인 쾌적한 노동환경을 제공하지 못했단 사실이 인정됐지만, 질병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여전히 가정과 많은 음식점에서는 조리흄의 유해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이강인 생일 챙긴 PSG 음바페…"축하해 내 동생"
- "사직할 전공의들 필독" 행동지침 게시글 발칵…경찰 수사
- [뉴스딱] 아이에게 "귀 따갑다" 한마디에…종업원 폭행한 엄마
- 수갑 차고 국밥 먹은 남성…"친구가 준 것" 해명했지만 결국
- "10년째 내 집인데 느닷없이 쫓겨날 판"…무슨 땅이길래
- 입간판 들고 와 냅다 '쾅'…"불법 주차 응징" 차들 부쉈다
- 직업소개소 숙소에 불…동료 살해 뒤 방화한 현장이었다
- '전권' 이준석에 "전두환 같다"…개혁신당 벌써 갈라서나
- 설연휴에 희뿌옇던 하늘…나사 위성에도 찍힌 먼지 정체 [사실은]
- "나발니 시신에 경련 제압 멍 자국"…추모 시민들 징역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