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민주당 찍었던 사람들은 왜 공화당으로 돌아섰을까

심영구 기자 2024. 2. 2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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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D.C.] 정치학자 유혜영 교수


미국 대선이 사실상 현직 바이든 대통령 대 전직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로 확정되는 모양새입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미국인 학생들 상대로 미국 정치를 가르치는 한국인 정치학자 유혜영 교수와 분석해봅니다.

Q. 사람들이 굉장히 관심이 많은데 어떻게 보면 싱거워졌습니다. 아직 2월밖에 안 됐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현직이라 그렇다 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로 굳어져 가는 모습인데 지금까지 경선 상황 어떻게 보세요?

A. 공화당 경선이 굉장히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마선언을 하고 또 트럼프를 경쟁 상대로 하는 론 디샌티스라든지 니키 헤일리 이런 다양한 후보들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경쟁이 조금 오래가지 않을까 했는데 공화당 경선이 굉장히 싱겁게 트럼프의 승리로 거의 끝나는 분위기여서, 본선에서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대결이 완성이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 2020년이랑 똑같은 후보 2명을 놓고 우리가 뽑는구나. 지금 그래서 실망감? 2020년 민주당 경선 생각하면 굉장히 열기가 뜨거웠잖아요. 정말 많은 후보들이 경쟁을 하고 그때와 비교해서는 오히려 경선이 주는 다이내믹한 즐거움 이런 거는 없어지고 이미 본선 모드로 들어간 상황인 것 같습니다.

Q. 트럼프가 다시 또 공화당을 어떻게 보면 장악을 했는데 그 비결은 뭘까요?

A. 2016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 후보로 나올 때 뉴욕 트럼프 타워에 있는 금으로 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후보 등록을 시작했는데. 2016년 선거만 해도 트럼프는, 정치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잘 알려지긴 했지만 아웃사이더였고 2016년 경선 전에는 트럼프가 후보가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가 후보가 되고 대통령까지 됐는데 대통령이 되면서 공화당의 어떤 브랜드, 공화당의 특징을 완전히 바꾸면서 현재의 공화당을 트럼프의 정당으로 만드는 그런 과정을 거쳤거든요. 굉장히 놀라운 거죠.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아웃사이더가 4년 만에, 그리고 이 짧은 시간 안에 거대한 보수 정당을 본인의 정당으로 만든 과정들을 보면 본인의 카리스마 그다음에 공화당 유권자들의 변화 이런 것들을 굉장히 잘 잡아낸 전략적으로도 그런 것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장악 비결① '부자 정당'을 '백인 서민 정당'으로

Q, 그 공화당 유권자들의 변화 어떤 겁니까?

A. 미국에 제가 처음 유학 왔을 때만 해도 공화당의 이미지는 어떤 거였냐면 부자들의 정당 이런 것들이 있었거든요.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FDR이라고 하죠. 루즈벨트 대통령 뉴딜을 거치면서 노동자들의 정당, 워킹클래스(working class), 블루칼라를 대변하는 게 민주당, 부자 혹은 교육 많이 받은 사람들을 대표하는 게 공화당 이런 인식이 있었어요.

실제로 20세기의 투표를 보면 노동자층 서민 같은 경우는 민주당을 찍는 성향이 강하고 소득이 높아질수록 공화당을 찍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게 1990년대를 지나면서 서서히 변화하고 있긴 했거든요. 1990년대에 어떤 일이 있었냐 세계화가 굉장히 가속화가 됐고 미국 같은 경우는 북미자유무역협정, 나프타(NAFTA)가 시작되면서 서민층, 워킹클래스 블루칼라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이런 것들이 시작이 됐고 2000년에 중국이 자유무역을 하고 세계무역기구(WTO) 멤버가 되면서 중국산 제품이 미국에도 굉장히 많이 들어왔거든요.

그래서 미국에서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중국산과 경쟁을 해야 되는데 가격경쟁이 안 되니까 일자리가 정말 많이 사라졌어요. 그러면서 이 사람들 삶이 어려워지고 팍팍해진 상황에서 대변해야 되는 서민의 정당, 민주당이 이런 역할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이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거든요. 그래서 2000년 선거 조지 W부시 대통령과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붙었던 그 선거 때부터 미국에서 특히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표가 처음으로 민주당보다는 공화당에 많이 가게 된 거죠.

2000년부터 이런 변화가 시작되었는데 공화당 내에서 대선후보가 된 후보들 중에서 누구도 트럼프만큼 적극적으로 이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거나 이 사람들에게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트럼프가 나타나서 중국이 우리에게 이익을 얻고 있는데 우리는 아무 소리 못 한다 혹은 현재의 세계화는 백인 노동자들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미국에게 도움이 안 된다라는 지금까지 공화당 후보들이 하지 않았던 그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엄청난 지지를 이끌어내게 된 거죠.

이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공화당으로 서서히 넘어가던 추세가 있었는데 트럼프 후보가 나오면서 그 추세를 정말 가속화했고 이제는 미국에서 트럼프의 가장 열렬한 지지층은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이거든요. 전통적으로 미국에서 흑인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것처럼 이제는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가 트럼프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상황을 만들어낸 거죠.

Q. 사실 트럼프 후보 본인만 공화당 밖에서 굴러 들어온 돌이 아니라 지지층, 본인의 핵심 지지층 팬덤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사람들조차도 어떻게 보면 원래 공화당 지지층은 아니었던 거네요.

A. 네 그렇습니다. 경합주에 가서 블루칼라 노동자들, 트럼프를 지지한 사람들 인터뷰하는 걸 보면 2008년 선거에서 누구 찍으셨어요? 하면 오바마, 2012년 선거에서 누구 찍으셨어요? 하면 오바마인데 2016년부터 트럼프를 찍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요. 우리 집안은 대대로 노동자 집안이고 우리 아버지는 노조 위원장이었고 이런 사람들 그래서 우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했던 집이지만 이제 바뀌었다, 민주당이 더 이상 우리를 대변하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이 부자들의 정당, 많이 배운 사람들의 정당 이런 식으로 갔기 때문에 우리는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다, 이런 얘기를 하는 유권자들을 많이 보실 수가 있죠.

Q. 여기서 궁금한 게 과연 백인 블루칼라, 미국 내에 백인 비중이 더 높다고 알고 있는데 비중이 어느 정도나 되나요?

A. 미국 전체 유권자 중에서 백인 비중은 70% 정도 되는데 블루칼라라고 할 때는 4년제 대학을 가지 않은 사람을 얘기합니다. 블루칼라 백인의 비중은 전체 유권자에서는 40%로 굉장히 높죠.

과거에는 이 비중이 더 높았어요. 1950년대에 가면 80%가 넘고 그랬는데 미국에서 점점 백인의 비중이 줄어드니까 그리고 교육 수준이 높아져서 이 비중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40%면 흑인 유권자를 다 합쳐봐도 11% 밖에 안 되니까 굉장히 높은 거고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서 백인 블루칼라 유권자의 비중은 훨씬 더 높은 거죠.

Q. 대통령 당선될 때의 득표율이 50%가 채 안 되는 경우가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거의 압도적인 수치라고 봐야겠네요.

A.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블루칼라 백인들에게 지지를 받지 않고서는 대통령 당선되기가 굉장히 어려운데 그래서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도 계속해서 이 그룹의 유권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시간의 흐름이나 추세를 보면 공화당으로 많이 넘어갔죠.
 

장악 비결② 표만 된다면… 보수 가치도 버려라!

Q. 또 하나 특징적인 게 보수정당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경제 정책에서도 기존에 해왔던 자유무역이나 이런 트렌드를 깨면서 본인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이런 평가도 있던데요.

A.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보면 기존에 공화당이 지켜왔던 가치와 부합하는 것도 있어요. 예를 들어서 부자 세금감면 이런 것들은 기존의 공화당이 해왔던 거고 반대로 기존의 공화당 문법에 전혀 맞지 않는 정책들, 그래서 기존의 공화당은 세계화를 지지하고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정당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100년 만에 공화당 대선 후보로서는 처음으로 자유무역을 반대하는 그런 후보였던 거죠.


이것도 굉장히 재미있는 게 사실 90년대부터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미국에서 세계화가 장점도 많지만 그 세계화로부터 피해를 받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피해를 받았던 노동자들이 굉장히 어려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이게 그렇게 정치인들의 이목을 끌지 못했던 거예요. 그래서 민주당의 대선 후보도 공화당의 대선 후보도 누구도 이 세계화가 블루칼라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트럼프가 나오면서 2016년 대선 캠페인에서 이 문제를, 중국과의 무역이 불공정하다 이런 얘기들을 직접적으로 한 거죠. 그래서 불만이 있던 많은 유권자들은 아 드디어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후보를 만났구나 이런 게 있었던 거죠.
 

장악 비결③ 언론은 나의 것… 적대적 언론도 100% 활용

Q. 트럼프가 굉장히 기행에 가까운 발언들을 많이 하잖아요. 그리고 기존에 미국의 전통적인 매체라고 하면 대부분 진보적인 성향을 띄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보수 성향인 폭스 뉴스를 제외하면 언론하고 직접 싸우는 것들이 많은데요. 그게 적대적 공생 관계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 CNN만 해도 트럼프 시절에 훨씬 더 시청률이 좋았다 이런 얘기가 있거든요. 언론과의 관계도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되나요?

A. 그렇죠.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해서 이 미국 정치를 정말 장악하게 되었나를 생각해 보면 언론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아요. 특히 기존의 뉴욕타임스나 CNN 같은 전통적인 언론도 있고 소셜 미디어의 등장이 트럼프에게 사실 행운이었다고 보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하던 시절에 트위터 하나하나 올릴 때마다 뉴스가 되고 보통 사람은 모든 글을 대문자로 쓰지 않잖아요. 미국에서 보면 정말 강조를 할 때만 대문자로 쓰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알파벳을 대문자로 쓰면서 이런 것들을 처음에는 기자들이 너무 신기해했던 거죠. 기존의 대선후보 혹은 대통령이 된 사람들의 언론을 대하는 태도나 연설 이런 것들이 기존의 문법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에 그래서 기사를 많이 쓰고 주목을 했는데 나중에 기자들이 얘기하는 걸 보면 아 우리가 사실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를 했고 사실 쓰지 않았어도 되는 것들을 너무 많이 기사를 쓰면서 오히려 트럼프는 돈을 하나도 쓰지 않고 캠페인 광고 효과까지 누렸다 이런 분석이 있을 정도로.


트럼프는 정말 뉴스워시(newsworthy) 하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뉴스를 많이 만들어내기는 했죠. 근데 CNN이나 MSNBC 같이 미국에서 진보적인 성향의 언론들 같은 경우는 트럼프 대통령을 굉장히 비판을 많이 하는데 비판하는 것 자체도 어쨌든 뉴스에 나오는 거니까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트럼프에게 도움이 됐고 실제로 정치학이나 경제학에 그런 연구들이 있어요. 보수 성향의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진보적인 언론사의 구독자가 늘어나고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되면 보수 성향의 언론사가 잘 된다. 왜냐하면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안 됐으니까 두 눈을 부릅뜨고 잘하나 보자 이렇게 되는 거죠. 사실 트럼프 덕분에 MSNBC라든지 CNN 같은 경우는 굉장히 덕을 봤죠. 뉴욕타임스도 마찬가지고요.
 

장악 비결④ 뉴욕 갑부 서민? 표심 사로잡는 '개인기'

Q. 미국에도 어떤 특정 개인에 대한 팬덤정치나 이런 게 전에도 있었던 건가요?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 때 새로운 트렌드라고 봐야 되나요?

A. 팬덤정치라고 할 만한 것들이 미국 정치에서는 오바마 대통령 때 처음 등장한 것 같아요. 어떤 새로운 형태의 정치인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 오바마 대통령이 가졌던 특이한 이력, 개인적인 스토리 이런 것들에 열광을 했던 게 있었는데 공화당 쪽 정치인 중에서는 근래에는 보기 드물게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 팬들처럼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팬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미국 정치에 사실 팬덤정치가 흔한 일은 아닌데 그런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본인을 사랑한다고 얘기하는,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켜줘야 한다고 하는 유권자들이 있거든요. 공화당 내에서 정말 오랜만에 팬을, 팬덤 정치를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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