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학생이 말하는 IB 교육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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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획일화된 수업 내용에 관심이 없는 경우 딴짓하는 학생이 교실에 많잖아요.
그런데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연구할 수 있으니까
스스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열기가 뜨거웠다고 합니다.
아무리 잘 외웠다고 해도 IB는 그런 방식으로 고득점을 받을 수 없는 시험을 치릅니다.
“지식의 양 아닌 생각하는 능력 중요”
Q 대구는 IB 공교육 도입을 시범적으로 시도했는데요, 일선 학교에서의 반응은 어땠는지요?
2021년 9월 IB 본부인 IBO로부터 ‘IB World School’ 인증을 받은 대구 지역의 포산고와 경북대사대부고가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포산고는 18명의 학생이 IB 과정을 이수했는데, 담당부장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일주일에 한 번씩 교사협의체도 운영하고 학생들에 대한 평가, 피드백, 소논문 지도 등 힘든 과정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니까 교육적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내신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은 아니었지만 이번 대입에서 학생들의 역량이 모두 반영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내신 4등급·7등급 학생들이 인서울에 성공하고, 우수한 이공계 특성화 대학에 합격생을 배출한 걸 보면 핵심 개념을 기반으로 한 탐구 학습이 결과적으로 인정받은 것 같습니다.
Q IB 교육과정은 그동안 일부 국제학교에서 시행해와서 ‘귀족 교육’, ‘엘리트 교육’이라는 말도 있었는데, 일반 학생들이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없는지도 궁금합니다.
IB 교육과정은 역량 중심 기반이라 학생 스스로가 자기 주도 학습으로 성장하는 걸 추구합니다. 프로젝트 수업과 토론 수업으로 진행하고 평가는 논술형, 절대평가로 이뤄지죠. 누구와 비교해 점수를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얼마나 알고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에요. 결국 지식의 양이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잘 써야 하죠. 사실 기존의 정답 찾기만을 공부한 학생들에게는 어떤 정보를 받아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게 어렵습니다. 문해력 얘기가 또 나오는데요, 결국 교과과정에서 다양한 종류의 글 읽기와 글쓰기 연습, 피드백 받기가 일상화돼야 합니다.
Q 공교육 현장의 IB 교육을 지켜본 결과, 시급한 선결 과제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아무리 좋은 제도를 가져와도 제일 중요한 것은 교육정책의 정치적 중립성과 지속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정권이 바뀌고 집권 정부의 성향이 달라져도 교육정책은 중립적으로 이어져야 하는 거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수능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면 전면적인 서술형 평가를 도입해야 합니다. 각 대학에서 필요한 인재를 알아서 뽑도록 선발권을 주고, 과정의 공정성에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필수죠. 그런 밑그림이 없다면 그 어떤 좋은 교육도 우수한 결과를 만들기 힘들다고 봅니다.
Q 한국형 IB의 성공 전략을 제시한다면요?
현실적으로는 IB를 가르칠 수 있는 교사 수급의 문제가 떠오릅니다. 교원 양성 과정부터 인문, 사회, 자연, 공학 등 큰 영역으로 전공을 개설하고 논문 지도와 철학을 공통 기본 과목으로 개설할 필요가 있죠. 학생들에게 창의융합적 사고를 요구하려면 가르치는 교사 역시 그런 식으로 공부하고 고민하는 경험을 쌓아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IB 교육을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엄청난 수업 준비가 선행돼야 합니다.
이대희 교장(대구 달서고등학교)
경북대학교 교육학 석사. 교육부 평가위원, 교육부 전문 컨설턴트, 교육부 교육과정심의회 심의위원 등 교육 실무 관련 핵심 요직을 역임했다.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 즐거웠어요”
Q IB 교육과정을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IB DP(IB 고등 과정)는 2년 동안 진행되는 교육과정이라 고2 때부터 시작했어요. 고1 때는 다른 학생들과 동일하게 일반적인 한국 고등 교육과정을 공부했습니다.
Q 기존의 공부 방법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IB는 끝없이 공부하게 만드는 교육인 것 같아요. IB 과정을 공부하다 보면 정말 제가 부족한 점을 끝없이 계속 찾게 돼요. ‘이 정도면 됐다’, ‘이 과목 공부는 끝났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없었어요. 일반적인 내신 성적을 위해 시험공부를 할 때는 배웠던 내용을 되새겨보고 그 내용을 외우다 보면 시험공부가 끝나간다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IB 과정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가 모르는 것과 더 공부해야 할 것을 발견하게 돼요. 일반적인 역사 공부라고 하면 연표와 사건들, 그 사건들의 원인과 결과처럼 비교적 얕은 수준으로 역사를 배우잖아요. 그런데 IB 역사는 정말 깊고 복잡한 내용을 배워요. 예를 들어 세계대전에 대해 공부하는 단원에서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통합적으로 배우고, 다양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도 아주 구체적으로 배워요. 말 그대로 거대한 국제적 사건을 샅샅이 배우고, 특정 사건의 원인에 대한 저만의 논리와 추론을 펼치기도 하죠. 그러다 보니 모르는 사건과 더 자세히 알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찾게 되니까 공부할 게 점점 더 많아지더라고요.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Q 제일 힘들었던 사례와 제일 뿌듯했던 사례를 한 가지씩 들려줄 수 있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공부할 게 너무 많고 내야 하는 과제도 많아 매일매일 힘들었어요. 그래도 가장 힘들었던 때를 꼽으라면 생물 내부 평가 보고서 만들 때예요. IB DP의 최종 평가는 내부 평가와 외부 평가로 나뉘는데, 생물 내부 평가는 개별적인 탐구 보고서였거든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원하는 주제를 정해 직접 실험을 설계하고 결과를 보이고, 이 모든 걸 통계를 거쳐 증명해야 하는 과제라 진짜 힘들었어요. 주제 선정부터 실험 설계, 통계 처리, 엄격한 양식 맞추기 때문에 며칠 동안 이 과제만 잡고 끙끙거리기도 하고 밤을 새우는 날도 많았죠. 대신 뿌듯하고 행복했던 순간도 많았어요. 최근에 IB 점수가 나왔는데 열심히 공부한 과목들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어요. 제가 예상했던 점수보다 고득점을 받아 지금까지 공부했던 모든 순간이 보람 있게 여겨졌습니다.
Q 지식을 암기하는 위주의 우리 교육이 많이 지적받고 있는데, IB 교육은 보완된 것 같아요?
공부해보니까 IB 교육에도 암기나 지식 위주의 교육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해하고 탐구하고 토론하거나 글을 쓰는 것 외에 이론 수업을 받아야 할 때도 있고 암기해야 할 때도 있거든요. 하지만 IB 교육은 암기와 지식 위주의 교육, 그 이상을 분명히 요구하고 있다고 이해했어요. 우리나라 교육은 시험을 위해 다양한 것을 외우고 지식 위주로 공부하는 게 주가 되지만 IB 교육에서 암기는 학생들이 토론하고 글을 쓰고 배운 것에 대해 자신의 논리적인 생각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이 될 뿐이지 암기 자체가 공부의 본질이 되지 않아요. 저는 IB 교육과정을 통해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습관부터 시작해 넓은 학문에 대한 자발적인 관심, 국제적 이슈에 대한 지식 등 앞으로 국제사회로 나아가는 러너(Leaner)로서 자랄 수 있었습니다.
Q IB 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했는지요?
학생 개인의 굳건한 의지와 열정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학교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고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가르쳐주신다고 해도 학생이 여러모로 자료를 찾아보고 자발적으로 공부하지 않는다면 남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IB 본부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 자신의 자발적인 노력과 끈기라는 점을 강조하죠. IB에서는 엄격한 방침으로 선생님들이 학생의 과제나 공부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을 막고 있어요. 학생이 주도적으로 공부하고, 선생님에게 찾아가 질문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IB 과정을 이수하기 힘들 것 같아요.
실제로 공부해보니, IB 교육 역시 암기나 지식 위주의 교육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이해하고 탐구하고 토론하거나 글을 쓰는 것 외에 이론 수업을 받거나 암기해야 할 때도 있거든요. 하지만 IB 교육은 암기와 지식 위주의 교육, 그 이상을 분명히 요구하고 있다고 이해했어요.
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유정임(교육 칼럼니스트)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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