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한 반려견, 혼내고 벌주는 게 능사일까
※ 반려동물에게도 '올바른 양육'이 필요하다. 건강관리부터 문제 행동 교정까지 반려동물을 잘 기르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은 무궁무진하다. 반려동물행동의학 전문가인 최인영 수의사가 '멍냥이' 양육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반려견 겁 많고 공격성 강해져
보호자가 반려견을 체벌하는 이유는 대체로 그게 편하기 때문입니다. 체벌은 반려견에게 "이렇게 하면 혼나는구나"라는 인지적 강화를 일으킵니다. 보호자는 체벌로 반려견의 문제행동을 손쉽게 저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하지만 체벌에는 상당한 부작용이 있습니다. 우선 반려견이 체벌에 무감각해질 수 있습니다. 일례로 보호자가 반려견에게 자주 큰 소리를 낸다면 반려견은 그 소리에 익숙해져 보호자의 말을 더는 중요하게 인식하지 않게 됩니다. 보호자는 문제행동을 계속하는 반려견을 보면서 점점 더 크게 소리를 지르게 되겠죠. 최악의 경우 보호자가 말을 듣지 않는 반려견을 괘씸하게 여겨 손찌검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체벌에 바탕을 둔 훈련법은 문제행동을 악화하는 것은 물론, 반려견에게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주게 된다는 점에서 동물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반려견이 체벌에 거부감을 느껴 또 다른 문제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겁이 많아지거나 강한 공격성을 보이는 게 대표적입니다. 신체적·정서적으로 불쾌한 자극을 받은 반려견은 겁 많은 성격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런 반려견은 주변 환경에 민감하고 소리 등 자극에 과도하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체벌을 가하는 보호자와 충분한 신뢰 관계를 쌓지 못해 보호자를 피해 숨거나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고 스킨십을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보호자가 다가가면 반려견은 공격적 성향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극심한 공포를 느껴 으르렁거리거나, 입질을 하고 무는 등 자신을 방어하려는 행위를 하는 거죠. 즉 체벌에 기반한 훈련법은 언뜻 효과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보호자와 반려견의 관계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타이밍 완벽하지 않으면 효과 없어
체벌보다 더 좋은 훈련법은 '긍정 강화 훈련'입니다. 반려견이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보상으로 칭찬을 해주거나 간식을 제공함으로써 그 행위를 강화하는 거죠. 이 또한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보상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훈련 시간 동안 반려견 스스로 무엇 때문에 보상을 받는지 알기 쉽다는 점, 반복할수록 반려견과 보호자의 신뢰 관계가 두터워진다는 점, 반려견이 활달하고 명랑한 성격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체벌보다 훨씬 나은 선택지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
최인영 러브펫동물병원장
Copyright © 주간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