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 가족은 이사가서 잘 사는데”…'신림 등산로’ 유족의 글
서울 관악구 신림동 등산로에서 여성을 성폭행하려는 목적으로 무차별 폭행하고 살인한 최윤종(30) 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순직 심사를 앞두고 “미친 사람처럼 살았다”며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19일 밤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는 ‘저는 신림동 등산로 사건 피해자의 친오빠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동생 순직 절차 때문에 오늘 서울에 올라왔다”며 긴 글을 시작했다. 최윤종에게 살해당한 피해자는 생전 교사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측은 피해자의 순직이 인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었다.
A씨는 “작년 8월 17일 저는 부산에서 평범하게 일하고 있었다”며 “근데 저녁 6시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피해자 담당 경찰관이라고 소개한 이는 A씨의 동생이 강간당해 뇌사상태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믿기지 않았던 A씨는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을 의심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A씨에게 보내온 경찰관의 명함은 진짜였다.
A씨는 “동생은 이틀 만에 하늘나라로 가버렸다”며 “그때까진 가해자고 나발이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어머니가 정말 산송장이셨다”며 “2022년도에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시고 동생까지 저렇게 되니 저라도 정신 차려야겠다 싶었다”고 했다.
아버지 옆자리에 동생을 묻어주고 난 후에야 가해자에 대해 찾아봤다는 A씨는 “그런 놈에게 제 동생이 당했다니. 그놈은 그냥 진짜 바보 같았다”고 표현했다. 최윤종은 무직으로 게임 커뮤니티에 짧은 글을 쓰는 것 외에는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소위 ‘은둔형 외톨이’였다.
A씨는 “제 동생은 20살 때 서울교대에 합격한 후 15년을 집에 손 한 번 벌리지 않은 착한 딸이었다”며 “장례식 때도 수많은 제자와 학부모님들이 와주실 정도로 사회생활도 곧잘 했다”고 했다. 이어 “어떻게 이런 극과 극의 인간이 제 동생을 저렇게 만들었는지 정말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그는 “작년 8월 이후 지금까지 저는 모든 일을 멈출 수밖에 없었고, 어머니는 아예 집 밖에를 못 나가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가해자 가족은 저희에게 사과 한마디 없고, 이사가서 회사 잘 다니며 일상생활 잘하고 있다고 한다”며 “피해자 가족은 죽지 못해 사는데 정말 이게 맞는거냐”고 되물었다.
A씨는 “여자 혼자 그 시간에 뭐 하러 운동하러 갔냐” 등의 댓글을 보고 제정신으로 살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제 동생은 교내탁구 연수를 위해 출근 중에 그렇게 되었다”며 “울다 웃다, 참 미친 사람처럼 살았다”고 했다.
A씨는 “21일이 동생 순직 심사”라며 “어떻게 보면 동생 신변정리의 마지막 절차”라고 했다. 이날 사망한 서이초 교사의 심사도 같이 이뤄진다고 한다. A씨는 “방학 중 연수 출근하다 사고를 당한 제 동생이나, 서이초 선생님이나 두 사람 모두 합당한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며 “동생이 하늘나라에선 아버지와 편히 지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윤종은 지난해 8월 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목골산 등산로에서 피해자를 철제 너클을 낀 주먹으로 무차별 폭행하고 최소 3분 이상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현장에서 약 20분간 방치됐다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이틀 뒤 숨졌다. 검찰은 최윤종이 성폭행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최윤종에게 사형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지난달 22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국가가 생명을 박탈하는 형벌을 내릴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생명 자체를 박탈하기보다는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무기징역을 선고해 재범 가능성을 차단하고 수형 기간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잘못을 참회할 시간을 갖게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유족은 선고 직후 “개만도 못한 놈을 왜 살리느냐”고 울부짖으며 반발했다. 최윤종 역시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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