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환자·과잉보상 때문에?…산재보험 부정수급 113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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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산재보험 부정수급 의심사례를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부정하게 보험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기환자를 양산하고 있는 요양 절차상 문제를 개선하고, 일부 과잉 보상되는 부분을 진단해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20일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1일부터 12월 29일까지 진행한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 대상은 감사과정에서 근로복지공단 등 각종 신고시스템으로 접수되거나 자체적으로 인지한 883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486건(55%)의 부정수급 사례가 적발됐습니다. 적발액은 약 113억2천500만원입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적발된 부정수급 사례에 대해서는 부당이득 배액징수, 장해등급 재결정, 형사고발 등 조치 중에 있다"며 "부정수급으로 의심된 4천900여건에 대해서는 근로복지공단이 자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부정수급이 발생한 요인으로는 산재보상 인정 기준과 산재보험 요양 절차의 문제점을 꼽았습니다.
먼저, '질병 추정의 원칙'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지적입니다. 근로자가 산재를 인정박디 위해선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합니다. '질병 추정의 원칙'은 이에 대한 근로자 부담을 줄이고 쉽고 빠르게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도입한 제도입니다.
그럼에도 이같은 추정의 원칙은 법적 위임 정도가 불명확해 그 적용에 있어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합니다.
이어 '소음성 난청'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이 장관은 "판례 등에 따라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사실상 사라졌으며 산재 인정 시 연령별 청력손실 정도를 고려하지 않아 과도한 보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용부에 따르면 산재 신청자 중 60대 이상 고령층 재해자가 전체의 93%를 차지하고 있으며, 신청 건수도 지난해 2017년보다 6.4배 증가했고, 보상급여액도 5.2배 급증했습니다.
또, 적기 치료 후 직장 복귀라는 산재보험 목적과 달리 장기환자를 양산하는 요양 절차상 문제도 거론됐습니다.
이 장관은 "6개월 이상 장기요양환자가 전체 요양환자의 절반 수준인 약 48%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이를 적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부족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장기요양환자를 유발하는 원인으로는 상병별 표준요양기간의 부재, 요양 연장을 위한 의료기관 변경 제도 이용, 저도한 집중재활치료 실적, 민간산재병원 관리 부적정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상병별 표준요양기간이 없어 사실상 주치의 판단에 따라 요양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실정입니다. 아울러 의료기관 변경승인 요건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나 횟수가 없어 요양기간 연장을 위해 의료기관을 여러번 변경해도 통제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산재보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이 장관은 "다른 사회보험처럼 산재보험도 고령화에 따른 수급자 증가 등으로 연금부채가 약 55조원에 달한다"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약 22조원의 적립금이 적정한지, 미래세대에 부담되는 건 아닌지, 기금 적립방식과 규모 등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적절한 보상 여부에 대한 문제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일부 과잉 보상되는 부분은 없는지 진단해 개선할 계획입니다.
이 장관은 "제도의 허점 등으로 악용되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기금의 재정 건전성 악화 등으로 이어져 미래세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감사 지적사항을 포함한 여러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발족한 '산재보상 제도개선 TF'에서 외부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논의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입니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에선 "무고한 산재 환자들을 이른바 '나이롱'으로 칭하고 비리의 집단으로 내몰고 있다"며 "실질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날 한국노총은 입장문을 통해 "감사 결과에서 추정의 원칙 제도와 관련한 일말의 부정수급 사례도 적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고용부는 현 정부의 친기업 정책 기조에 맞춰 추정의 원칙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경영계 요구에 적극 화답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소음성 난청 문제와 관련해선 "장기간 소요되는 소송으로 제대로 된 치료와 보상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의 고통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장기요양환자와 관련해서도 자칫 이를 해소하기 위해 상병별 표준요양기간을 설정할 경우 업무 특성이나 개인적·신체적 특성이 각각 반영되지 못해 치료와 보상에 불이익이 상당할 것이란 게 한국노총 측 설명입니다.
한국노총은 "현재도 노동자들은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 상당히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고 있다"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제도개선과 지원방안 마련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노무법인을 매개로 부당하게 산재보험을 받은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고용부가 지난달 18일부터 29일까지 2주간 '노무법인 점검'을 진행한 결과, 일부 노무법인이 과도한 수수료를 받아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실제 한 재해자 A씨는 노무법인이 지정한 병원에서 난청 진단을 받았습니다. 병원을 이동할 때 노무법인 차량을 이용했고, 진단 및 검사비는 모두 노무법인이 부담했습니다. A씨는 이후 소음성 난청 승인으로 공단에서 약 4천800만원의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노무법인은 A씨에게 수임료 명목으로 보험금의 약 30%인 1천500만원을 받아갔습니다.
산재 관련 상담이나 신청을 변호사나 노무사가 하지 않고, 권한이 없는 사무장이 해당 사무실의 이름을 빌려 수행해 위법이 의심된 사례도 나왔습니다. 실제 한 변호사 사무소 직원은 산재 상담 및 신청 업무를 전담하면서, 수수료로 1천700만원을 받았습니다.
이 장관은 "노무법인과 법률사무소 등 11곳에 대해 처음으로 수사를 의뢰했다"며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공인노무사에 대한 징계, 노무법인 설립 인가 취소 등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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