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고 뜯기고 잘리고…제주 연산호 ‘수난’

문준영 2024. 2. 2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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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무릎 높이만 한 분홍빛 연산호가 두꺼운 낚싯줄에 칭칭 감겨 있습니다.

조인영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선임연구원은 "큰 연산호 군락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가 많아서 폐그물이나 낚싯줄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해송 등 한두 개체가 드문드문 있는 경우는 한 종 한 종이 중요하기 때문에 강력한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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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 형제섬 인근 수중 17m에서 낚싯줄과 그물 등 폐어구에 걸린 가시수지맨드라미


어른 무릎 높이만 한 분홍빛 연산호가 두꺼운 낚싯줄에 칭칭 감겨 있습니다. 수심 10~50m 암벽이나 암석에 붙어 사는 가시수지맨드라미입니다. 옆에 붙어있는 국내 미기록종 주황색 수지맨드라미류도 금방이라도 낚싯줄에 걸릴 듯 위태해 보입니다. 바닷속 흉기 폐어구가 발견된 곳은 제주도 서귀포시 형제섬 인근 수중 17m 지점입니다.

제주도 서귀포 형제섬 인근 수중 17m에서 낚싯줄과 그물 등 폐어구에 걸린 수지맨드라미류와 천연기념물 긴가지해송


길게 이어진 줄을 따라가자, 이번엔 낚싯줄에 걸린 또 다른 수지맨드라미류가 나타납니다. 바로 옆엔 눈 덮인 소나무처럼 보이는 해송이 보입니다. 천연기념물 '긴가지해송'입니다. 마찬가지로 물결이 일렁이면 낚싯줄에 엉겨 붙을 듯 위태롭습니다.

제주도 서귀포 형제섬 인근 수중에 있는 연산호 군락이 폐그물로 뒤덮인 모습


근처는 더 심각합니다. 형형색색 산호들이 넘실대는 연산호 군락은 아예 거대한 폐그물로 뒤덮였습니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그물이 어지럽게 감겨 있습니다. 숙련된 잠수부도 장비가 그물에 걸릴까 조심스럽게 접근해 폐그물을 잘라내 보지만 역부족입니다.

연산호 군락을 뒤덮은 폐그물을 제거하는 모습


김건태 수중촬영 감독은 "산호의 폴립(산호의 가장 작은 단위)이 잘리고, 통째로 뜯겨 나간 경우도 있다”며 "잠수부가 그물을 제거하는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해 더 작업하지도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주낙에 걸려 몸부림치는 부시리와 연산호가 통째로 뜯겨있는 모습


어선에서 긴 낚싯줄에 여러 개의 바늘을 달아 고기를 잡는 '주낙'에 걸린 부시리도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부시리는 며칠 동안 먹지 못한 듯 바짝 말라 있었습니다.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낚싯줄이 산호를 통째로 뜯어내 줄에 주렁주렁 달려있기까지 했습니다.

폐어구에 걸려 반쯤 잘린 굵은나선별해면


수심 5~30m의 암벽이나 바위에 붙어사는 푹신한 굵은나선별해면은 폐어구에 의해 거의 반쯤 잘려나갔습니다. 바닷속 흉기로 변한 폐어구가 산호류를 상대로 이른바 '묻지마 살생'을 저지르는 모습입니다.

김태훈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한 슈퍼 태풍의 영향으로 부착 생물인 산호가 약해지고 있는데, 폐그물이나 낚싯줄에 의한 물리적인 영향까지 더해지면 휩쓸려 나갈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말했습니다.

또 "연산호 군락은 생물 서식지 역할을 해서, 산호가 없어지면 주변 생물이 서식할 공간이 줄어들고, 해양생물의 다양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폐그물에 걸려 잘려나간 연산호의 폴립들(산호의 가장 작은 단위)


조인영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선임연구원은 "큰 연산호 군락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가 많아서 폐그물이나 낚싯줄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해송 등 한두 개체가 드문드문 있는 경우는 한 종 한 종이 중요하기 때문에 강력한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산호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해서 폐어구가 달라붙으면 대부분 잘려나가 그 피해가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낚싯줄 등 폐어구에 의한 산호류 피해 사례는 이전부터 보고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조사가 어려워 관련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낚싯줄 등 폐어구에 걸려 목숨을 잃을뻔한 새끼 남방큰돌고래, 낚싯바늘을 삼켜 폐사한 새끼 바다거북과 야생조류, 이번엔 바닷속 바닥에 붙어 사는 산호류까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바닷속에선 지금도 '살생'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수중촬영 김건태
촬영기자 고아람

[바닷속 흉기 폐어구… 계속되는 '묻지마 살생' 관련 기사]

1. 바닷속 죽음의 덫 '폐그물'…해양생물·해녀까지 위협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59425

2. 인간까지 위협하는 바닷속 '죽음의 덫'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59347

3. 두 달 넘게 폐그물에 신음 새끼 남방큰돌고래…구조는 시간과의 싸움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68954

4. 제자리서 ‘빙글빙글’ 새끼 돌고래 "이러다 정말 죽는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72787

5. 그물 걸린 새끼 돌고래 구조 돌입…꼬리 그물 일부 제거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78021

6. 이번엔 새끼 거북이 몸속 관통…바닷속 흉기 된 낚싯줄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83909

7. 기도에서 꼬리까지 관통…새끼 바다거북 어쩌나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83965

8. 낚싯줄 삼켜 항문으로…새끼 바다거북 결국 폐사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86574

9. 갈매기 뱃속에서 발견된 ‘이것’…묻지마 살생 멈출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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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현장K] 갈매기 뱃속에 5cm 낚싯바늘…야생조류 위협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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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 기자 (m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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