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제보 없어서"… 익산시, 직장 내 성 비위 진상조사 '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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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가 공무원노동조합 게시판 투서를 통해 불거진 직장 내 성 비위에 대한 추가 제보가 없다는 이유로 진상 규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제1호 여성친화도시'를 내세우는 익산시가 정작 공직사회 내부 성차별에 대해서는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익산시에 따르면 설 연휴를 앞둔 지난 8일 공무원노조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익명의 성 비위 피해 폭로 이후로 추가 피해를 봤다는 제보는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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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전북 익산시가 공무원노동조합 게시판 투서를 통해 불거진 직장 내 성 비위에 대한 추가 제보가 없다는 이유로 진상 규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제1호 여성친화도시'를 내세우는 익산시가 정작 공직사회 내부 성차별에 대해서는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익산시에 따르면 설 연휴를 앞둔 지난 8일 공무원노조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익명의 성 비위 피해 폭로 이후로 추가 피해를 봤다는 제보는 들어오지 않았다.
여성가족과와 공무원노조 등에서 가해자를 특정하기 위한 제보 창구를 운영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폭로 글 외에 피해 신고는 없는 상태다.
이러다 보니 '공직사회의 모든 괴롭힘을 근절하겠다'는 정헌율 시장의 약속과 다르게 성 비위에 대한 진상조사는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도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피해 사실이 상세히 적힌 투서가 있는데도 피해자의 실명 제보만을 기다리는 바람에 본격적인 감찰 조사 등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숭 시 감사위원회 조사감찰계장은 "성 비위는 여성가족과에서 먼저 일차적으로 조사하고 저희한테 징계 요구를 한다"며 "현재 부서에서 결과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김선아 시 여성정책계장은 "폭로 글만으로는 가해자와 피해자 특정이 어려워서 여러 루트를 통해 신고나 제보를 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제보 이외에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를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관련 부서 설명과 다르게 시청 내부에서는 폭로 글과 관련된 꽤 구체적인 피해 사례들이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상급자의 갑질과 괴롭힘 사례 등도 공무원들 사이에서 파다한 모습이다.
전문가는 성평등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공공기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권지현 성폭력예방치료센터장은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아 조사가 어렵다고 한다면 청사 내부에 어떤 인권 침해나 성적 괴롭힘이 있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전 직원 '실태조사'를 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며 "가해자 처벌과 색출 목적이 아니라 더 나은 근무 환경을 만들기 위한 조사라면 구성원에게 안정감도 심어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조사에 응하지 않아서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한다면 말 그대로 소극적인 대응이 된다"며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장이 직접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선포하고 실제 진행한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나은 공직사회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공무원노동조합 게시판에는 익산시 한 남성 공무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새내기 여성 공무원들에게 장기간 사적 만남을 강요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글쓴이는 남성 상사가 늦은 밤 전화를 하고 불쾌한 신체 접촉, 술 강요를 일삼았으며 '영화 친구가 돼 달라', '집에 아픈 아이가 있어서 각방 쓴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 남성 상사는 여성 공무원이 자신의 제안을 거부하면 '앞으로 공직 생활에 내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협박까지 했다고 작성자는 밝혔다.
정헌율 시장은 이에 "시장으로서 공무원들이 편안하게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정말 유감스럽다"며 "직원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모든 종류의 괴롭힘에 대한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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