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첫 사망 4년…3만6천명 잃었는데 성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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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영 중앙대 명예교수(사회학)는 "참사를 기억하는 방식으로는 첫 번째로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애도'가 있고,더불어 중요한 부분은 제도를 혁신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회복에만 집중하다 보니 공중보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계기가 사라져버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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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보건 점검없이 경제 회복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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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만난 마민지(35)씨는 2022년 4월29일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으로 어머니를 보냈다. 열이 없다는 이유로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제때 받지 못했고, 확진 뒤엔 재택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병세가 악화됐다. 민지씨 어머니는 4개월을 의식 없는 상태로 치료받다 결국 세상을 떠났다. 초유의 전염병 사태에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었지만 죽음은 ‘개인의 일’로 치부됐다. 민지씨는 “노인들이 10년 일찍 죽었을 뿐이라는 인식이 가장 속상하다. 투병과 죽음은 개인이 극복해야 하는 일이 됐고, 참사라는 말을 붙이기도 어색해져 버린 상황”이라며 “3년간 3만명 넘게 숨진 건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전염병 때문이지 않냐”고 말했다.
2020년 2월20일 코로나19로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 4년이 지났다. 코로나19 유가족과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은 3만5934명(지난해 8월 기준)이 코로나19로 숨졌음에도, 대한민국은 반성과 성찰 없이 일상으로 돌아가기에만 급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성재(57)씨 아들 정유엽(당시 18살)군은 2020년 ‘품절 대란’이 일었던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1시간 동안 약국 앞에서 줄을 섰다가 코로나19에 걸렸다. 열이 났지만 집 근처 병원은 진료를 거부했고 유엽군은 감염 엿새 만인 3월18일 급성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재씨는 “지방의료·공공의료의 필요성을 여러 번 얘기했지만, 대구·광주 지역의 추가 의료원 설립조차도 무산됐다”며 “코로나19가 확산되던 당시 절박했던 상황들은 잊혀지고, 관련 예산은 감소하는 등 오히려 퇴보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후유증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조수진(41)씨의 할머니는 2021년 11월26일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상태가 됐다. 아흔을 넘기셨지만, 거동이 거뜬했던 할머니였다. 수진씨는 “정부는 ‘일상회복’을 말하지만, 우리처럼 일상으로 온전히 돌아가지 못하는 가족들이 많다”며 “위중증 피해 환자들의 제대로된 치료·회복을 지원하는 근본 대책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민간을 중심으로 ‘추모의 벽’을 만들어 전염병과 싸운 이들과 숨진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다. 신광영 중앙대 명예교수(사회학)는 “참사를 기억하는 방식으로는 첫 번째로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애도’가 있고,더불어 중요한 부분은 제도를 혁신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회복에만 집중하다 보니 공중보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계기가 사라져버렸다”고 지적했다.
랄라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변화와 성찰 없는 사회는 또 다른 재난과 참사를 반복하는 시작이다. 누군가를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권단체가 모여 만든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는 20일 추모문화제를 진행한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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