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우주경제를 위한 교훈: 반도체 시장을 반추(反芻)하다
정부는 '2045년 우주경제 강국 실현'이라는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이정표로 제4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을 2022년 12월에 발표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우주항공청 설립과 더불어 우주위원장을 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해 우주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자 한다. 특히 전 세계 우주산업 시장에서 현재 약 1%에 머물고 있는 국내 점유율을 2045년 10%까지 높이며 우주산업을 반도체 산업처럼 국가 10대 주력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은 1970년대 처음 사업에 참여한 이후 약 반세기 만에 전 세계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17.7%까지 차지하면서 세계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인베스트코리아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60.5%를 차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신화적인 성장에는 80-90년대 미국과 일본 간의 견제구도 사이에서 수혈된 기술이전이라는 절호의 기회가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반도체 산업을 굳건히 지탱해 준 장기적인 정부의 지원과 정책, 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지속적인 개발, 그리고 학계 등을 통한 기술혁신과 우수한 인적 자원 육성이 토대가 되었기에 반도체 선진국으로의 도약이 가능했다.
우주산업은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와 매우 유사한 규모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컨설트는 2022년 우주산업 규모를 4640억 달러로 평가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2020년 4390억 달러)와 매우 유사한 규모라 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세계 우주산업이 2030년 5900억 달러, 2040년 1조 1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고, 메릴린치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40년 2조 7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주산업이 이미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를 추월했다는 분석도 나올 정도로 우주산업의 성장세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우주산업의 높은 성장세는 기술의 발전, 우주 데이터에 대한 수요 증가, 민간 및 국가 안보 부분의 투자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평가되고 있다. 재사용 발사체 및 소형위성 등과 같은 신기술은 우주산업 진입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었다. 그 한 예로 ㎏당 우주탑재체 발사 비용은 스페이스셔틀이 5만 달러였다면, 팔콘9은 2700달러, 팔콘헤비는 140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군사 통신, 해양 감시, 환경 및 기후 변화 모니터링 등의 직접적인 우주데이터 사용과 더불어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등 신기술 산업으로의 활용 면에서 우주산업은 지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또한 우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더 많은 기업들의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우주산업은 소수의 대기업이나 일부 국가만이 소유하는 영역이 아닌, 다양한 주체들이 복합적으로 참여하는 시장경제로 성장하고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는 2045년까지 우주산업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50년간 지속적 성장으로 약 18%의 점유율을 보인 반도체 시장에 비하면 그리 높지 않은 목표치라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약 1%의 점유율에 머물고 있는 한국의 우주산업 시장 규모를 고려해 볼 때 앞으로 약 22년간 9% 점유율 증가라는 목표는 반도체만큼이나 도전적이라 할 수 있다.
우주산업을 반도체처럼 국가 10대 주력 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선 반도체 산업에서 얻은 교훈, 즉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과 정책, 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지속적인 개발, 그리고 학계의 기술 혁신과 인재 육성을 우주 산업 전략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우주항공청의 설립은 이러한 전략을 구체화하고 실행에 옮기는 데 중심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반도체 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축적된 성공적 경험과 인적 자원의 활용은 2045년 우주경제 강국 실현을 위한 또 하나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혁신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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