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기술이 낳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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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말,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1885년 한성 전보총국이 서울-인천 간 전보(電報)를 처음 보낸 지 138년 만에 전보 서비스가 완전히 종료된다.
텔레그램과 전봇대 둘 다 전보에서 파생된 단어지만 현대에 쓰임새가 완전히 다르다.
짧고 긴 발신 전류만을 가지고 전신부호를 구성한 뒤 문장을 구성, 전신기를 통해 전송하던 모스 부호가 대표적인 전보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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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말,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1885년 한성 전보총국이 서울-인천 간 전보(電報)를 처음 보낸 지 138년 만에 전보 서비스가 완전히 종료된다.
철통 보안으로 이름난 러시아의 메신저 서비스 이름이지만, 원래는 전보를 텔레그램(Telegram)이라 불렀다. 전기를 송전하는 '전봇대' 또한 본래 '전보를 전달하는 기둥'이란 뜻으로 쓰였다. 텔레그램과 전봇대 둘 다 전보에서 파생된 단어지만 현대에 쓰임새가 완전히 다르다.
현대 문자메시지에 각종 이모지와 사진, 음악까지 전송할 수 있지만, 파발마로 소식을 전하던 19세기에 전선으로 편지를 전한다는 건 하이테크였다. 짧고 긴 발신 전류만을 가지고 전신부호를 구성한 뒤 문장을 구성, 전신기를 통해 전송하던 모스 부호가 대표적인 전보 방식이다. 당시로선 시공간을 뛰어넘는 전송방식이었다.
또 요즘 많이 쓰는 '축전'이란 말도 본래 '축하 전보'의 줄임말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보가 우리 생활에 끼친 가장 큰 영향은 줄임말을 보편화시킨 것이다. 글자 수마다 요금이 부과되는 방식이다 보니 글자 수를 줄여야 했고, '기쁘고 즐거운'은 '경축', '승진을 축하합니다'는 '축·승진', '돈을 부쳐주시기를 바랍니다' 는 '송금요망' 등등, 줄임말의 대중화가 바로 전보였다.
요즘 노래들은 대부분 4분 안팎의 트랙을 가지고 있다. 혹자는 그게 보편적으로 가장 편하게 느껴지는 길이라지만, 과학적 근거가 없다. 이것 역시 기술의 강요로 강요된 길이다.
역사상 최초의 음악 재생기는 1877년 발명된 축음기다. 분당 78회전짜리 12인치 SP판을 사용했는데, 이게 4분 30초가 최대 재생분이었다.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연주회장이 아닌 곳에서 음악감상이 가능했지만 그게 딱 4분 30초까지였다는 소리다. 당연히 그 이상은 녹음이 불가능했고, 1948년에 새로운 LP 형식이 나오기까지 71년 동안, 음악 작품이 시장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두려면 모든 것을 4분 30초에 구겨 넣어야 했다. 클래식도 예외는 아니라 여기저기 잘라내고 생략하며 시장 규격에 맞춰갔다. 그 레코드를 보관하기 가장 알맞은 크기가 사진 앨범 사이즈였기에 현대의 싱글-앨범과 3-4분짜리 음악은 이렇게 탄생했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3시간 53분짜리 영화다. 고전들은 3시간 넘기는 작품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다가 상영시간이 짧아야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상영 회차가 늘어나 극장 수입에 직접적인 연관을 주기 시작했다. 주요 관객층인 직장인 퇴근 시간 이후 영화를 극장에 걸 때 4시간짜리라면 한 번만 걸어도 자정이 넘어간다. 상영시간이 길다고 돈을 더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짧게 두 타임 거는 게 수입에 직결된다. 거기에 가정용 비디오테이프 VHS 형식의 대량복사판이 2시간이다 보니 광고와 예고편 넣다 보면 영화가 1시간 40분 안팎이 가장 경제적인 분량이 돼버렸다. 영화도 2시간이 길다고 하는 판국에 클래식 음악회도 2시간 넘기면 길다 소릴 듣는 요즘이다. 서필 목원대 성악·뮤지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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