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경영권 분쟁]⑪'바이오? 지배력?' 이우현의 '찐' 속내는
OCI홀딩스 3대 주주 이우현 회장, 우호 지분 확대
"기존에 하던 제약·바이오 사업은 규모가 작아서 성장에 한계를 느꼈다. 대한민국 최고의 제약·바이오 회사와 한 팀이 되면서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
이우현 회장은 이달 초 열린 OCI홀딩스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 직접 등장해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 배경에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화학 업체들의 사례를 들어가며 바이오 사업 확장의 당위성을 내세웠다. 이 회장은 "영국 ICI, 독일 바이엘, 한국 LG화학도 성장 한계 돌파구로 생명과학을 택했다"며 "OCI도 같은 길을 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OCI그룹이 한미약품그룹과 통합을 결정한 표면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지난 2018년부터 추진해 온 바이오 사업 강화다. OCI그룹은 당시 기업설명회 등을 통해 바이오의약품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이후 2022년 부광약품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등 보폭을 넓혀 왔다.
여기에 더해 두 그룹의 오너가 비교적 안정적인 지배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한미약품그룹의 경우 이 계약으로 임주현 사장으로의 승계와 상속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OCI홀딩스의 경우 이우현 회장이 우호 지분을 더욱 확대해 안정적인 지배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우현 "기존 제약·바이오 사업 성장 한계"
이 회장은 최근 두 회사 콘퍼런스콜에 연달아 등장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달 7일 OCI홀딩스에 이어 8일에는 부광약품 대표이사로 기업설명회(IR)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부광약품은 각자 대표이사 체제였는데 유희원 전 대표가 지난해 11월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이 회장이 단독 대표이사가 됐다.
앞서 OCI홀딩스 콘퍼런스콜에서 이 회장은 적극적으로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반면 부광약품 실적발표에서는 그룹 통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대신 부광약품의 부진한 실적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를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부광약품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259억원, 영업손실 36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34% 감소하고 영업손실 규모는 더욱 커졌다. 이 회장은 "안 좋은 실적을 발표하게 돼 마음이 무겁다"며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타이트한 관리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데 심혈을 기울인 영향"이라고 말했다.
OCI그룹은 지난 2022년 바이오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부광약품을 인수했다. 하지만 이 해에 부광약품은 창사 이래 첫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영업손실이 더욱 늘어나면서 시장의 우려를 샀다.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으로 답보에 빠진 바이오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OCI그룹은 지난 2020년 부광약품을 인수하면서 "자금력을 바탕으로 부광약품의 제약바이오 분야 전문성과 결합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하지만 부광약품의 경우 중소제약사라는 점에서 사업 확장의 한계에 부닥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우현 회장 지배력도 강화…동행 이어질까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통합으로 한미약품그룹의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상속세 마련의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많이 나왔다. 송 회장은 지난 1일 이와 관련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면서도 창업주의 유산인 한미의 DNA를 지키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OCI의 이우현 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이번 통합이 이뤄지면 OCI홀딩스의 주주구성은 새롭게 변한다. 우선 송 회장과 임 사장이 OCI홀딩스 지분의 10.37%를 확보한다.
대신 유상증자 효과로 기존 1, 2대 주주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과 이복영 SGC그룹 회장의 지분은 감소한다. 두 회장은 이우현 회장의 숙부다. 이우현 회장은 두 숙부가 이번 통합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OCI홀딩스의 3대 주주였던 이 회장이 한미약품 측 우호 지분을 두게 되면서 두 숙부를 견제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런 두 오너가의 동맹 관계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회사 창립 때부터 공동 경영을 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번처럼 별도의 두 그룹이 통합되는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점에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은 두 오너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과감한 선택을 했지만 앞으로 여러 환경 변화에 따라 서로의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불안한 동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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