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안정에 웃은 교보·유안타…PF 부진에 다올·하이 '적전'
교보·유안타·한화 등 운용수익에 활짝.
PF 익스포져 많은 증권사, 수익 직격타
중형 증권사들의 실적이 엇갈렸다. 일부 증권사는 운용 부문에서 높은 수익을 내며 1년 전보다 많은 순이익을 벌었다. 당기순이익이 두 배 넘게 증가하거나 흑자 전환에 성공한 회사도 있었다.
채권·주식 등 운용에서 수익을 낼 수 있던 건 금리 변동성이 컸던 2022년과 달리 작년에는 금리 인하 기대 속 시장 금리가 비교적 안정을 찾은 덕분이다.
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진 여파로 실적이 흔들린 곳도 다수였다. 투자은행(IB)부문 수익 감소와 높은 충당금 부담으로 순이익이 크게 뒷걸음쳤다. 한해동안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에서 비용을 제하고 나면 오히려 손실을 본 곳도 있었다.
11곳 중형사 순이익 14% 감소...교보 1위
비즈워치가 자기자본 2조원 미만(2023년 3분기 말 기준)인 증권사 11개사의 2023년도 연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순이익 총합은 317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3174억원 대비 13.84%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났다. 1개사 평균 순이익은 289억원으로 전년대비 50억원 가량 줄었다.
11개사 가운데 순이익 1위는 교보증권이다. 교보증권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676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56.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에는 당기순이익이 433억원을 기록하며 6위에 머물렀는데 5계단이나 껑충 뛴 셈이다.
교보증권은 영업이익도 703억원으로 56.12% 성장했다. 지난해 실적 성장을 이끈 건 채권 관련 수익이다. 보유하고 있는 채권 평가이익이 늘고, 운용 수익을 쏠쏠하게 벌어들이면서다.
유안타증권은 교보증권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644억원으로 전년대비 42.7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98.13%나 뛰었다. 유안타증권도 운용 수익 덕분에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 회사는 시장금리가 안정화되면서 채권 운용수익이 증가하고, 주식시장 회복으로 위탁수수료 수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양증권의 당기순이익은 351억원으로 46.25%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4.46%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주식, 채권 등 자산 운용에서 수익이 발생했다. 회사는 자기매매(PI) 부문의 운용실적이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한화투자증권은 1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328억원을 기록하며 직전년도 적자에서 벗어났다. 영업이익도 619억원으로 전년대비 80.11%나 성장했다. 주식, 채권 운용 부문에서 모두 수익이 늘어난 덕분이다.
DB금융투자의 당기순이익은 308억원으로 전년(108억원)대비 2배 넘게 불었다. 유진투자증권도 95.54% 증가하며 27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들 모두 운용 이익이 개선된 것을 순이익 성장의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PF 의존도 높은 증권사, 충당금 압박에 부진
반면 부동산 PF 리스크에 노출된 증권사들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현대차증권은 2022년 800억원대 순이익을 냈지만, 작년에는 500억원대에 머물렀다. 1년 만에 38.58% 감소하면서 순위도 2위에서 3위로 한단계 내려왔다. 영업이익도 43.12% 뒷걸음쳤다.
사업별로는 IB부문 순영업수익은 전년대비 59%나 깎였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신규 거래가 줄어든 데다가 충당금 적립으로 압박을 받은 탓이다. 다만 다른 사업부에서는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추가 이익 감소를 방어했다. 리테일 부문 순영업수익은 자산관리(WM) 서비스 강화로 전년대비 48% 증가했으며, 채권 부문은 전년대비 60% 늘었다.
BNK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124억원으로 전년대비 78.36%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0.1%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부동산 금융 관련 수익이 줄어든 영향이다.
SK증권은 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순이익 규모는 전년 대비 82.56% 쪼그라들었다. SK증권은 "PF 실적이 감소했으나, 채권 관련 수익 증가로 흑자를 시현했다"고 밝혔다.
적자로 돌아선 곳도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당기순손실은 31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37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올해는 순손실로 전환했다. PF 리스크에 대비해 충당금을 높이 쌓아올린 것이 실적 부진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회사는 작년에만 1300억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았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금융감독원의 충당금 적립 강화 기조를 고려하고, 시장 변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충당금의 적립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PF 익스포져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PF 익스포져는 2022년 말 기준 93.3%에서 79.0%로 14.3%포인트나 낮아졌다.
2021~2022년 연속으로 중형사 탑 자리를 지켜온 다올투자증권은 꼴찌로 내려앉아 체면을 구겼다. 다올투자증권은 2022년 9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8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이 회사는 올해에만 약 500억원에 이르는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작년 4분기에 연속 분기 적자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올투자증권의 4분기 당기순이익은 41억3500만원을 기록했다. 다올투자증권은 "4분기에만 338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하면서 실적은 다소 감소했지만, PF 관련 예상 손실을 충실히 반영한 만큼 재무적 부담이 줄어 향후 경영활동에 안정화를 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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