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세에 나선 ‘명랑노년탐사기’ [포토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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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즈막한 아침.
홀로 오롯이 시간을 보내는 정씨는 지금과 앞으로 올 노년의 삶을 명랑하게 탐사하고 탐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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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즈막한 아침. 헝클어진 회색빛 머리칼을 얼기설기 땋고,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한다. 좋아하는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산책을 하고, 도서관을 놀이터 삼아 1시간쯤 돌아본다. 집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허기가 질 즈음 달걀말이와 가자미구이를 하고, 미리 무쳐놓은 나물들을 갓 지은 밥 위에 올려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그리고 동네를 여행하듯 거닐다가 동네 문화센터에서 중국어 강좌를 듣는다. 수업이 끝나면 동료 수강생들과 조금은 모자란 중국어로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돌아간다. 1월의 마지막 날 만난 68세 정경아씨의 하루다.
워킹맘으로서의 정씨는 30년을 빠르게 흘려보냈다. 퇴직 후 자신만의 책상에 앉아 글을 쓰며 갱년기를 통과하고, 지금은 노년의 삶을 누리고 있다. 독립한 딸과 아들에게는 ‘최소한의 개입 원칙’을, 대구에 사는 남편과는 적당하고 안전한 거리를 지키며 ‘만나면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에서 퇴근 후 다시 출근하는 곳이던 집은 ‘봉사할 대상이 없는’ ‘천국 같은’ 곳이 되었다. “나 혼자 사니까 결혼 생활 후에 싱글 라이프가 너무 좋은 거예요. 이제 솔로다. 나도 솔로!”
홀로 오롯이 시간을 보내는 정씨는 지금과 앞으로 올 노년의 삶을 명랑하게 탐사하고 탐험한다. “젊음의 문이 닫히면, 중년의 문이 열리면서 갱년기를 지나고, 노년의 문이 열리죠. 그때마다 사실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거예요. 사람들은 늙으면 아무것도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60세, 65세, 70세 이후, 그때마다 또 다른 풍경이 보이는 거예요. 젊었을 때는 뛰기에 바빠서 스쳐 지나간 것들을 이제는 볼 수 있죠. 길가의 애기똥풀도, 공원의 길고양이도 보이고, 계절의 냄새가 각기 다르다는 것도 알아차리게 되죠.” 그런 그녀는 명랑 노년을 위해 가져야 하는 필수조건으로 ‘혼자 잘 노는 능력, 자신의 건강을 잘 유지하는 능력, 디지털 문해 능력,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탄할 수 있는 능력’을 꼽았다.
그는 ‘왕언니’로서 노년을 앞둔 후배들을 향해 말한다.
“인생의 의미를 너무 찾지 말아요. 너무 훌륭하게 살지도 말고요. 이제는 경쟁하지 말고 존재감 제로의 삶을 사는 그 가벼움과 해방감을 누려봐요. 명랑한 마음가짐으로 자꾸 살다 보면, 그때마다 만나는 다채로운 풍경 앞에서 삶이 풍성해질 거예요.”
박미소 기자 psalms27@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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