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교사의 꿈이 사라지는 사회

송길호 2024. 2. 2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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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중앙대 영어교육과 교수· 국가교육위 전문위원
며칠 전 사립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기간제교사 모집이 어려우니, 졸업생에게 널리 홍보를 부탁한다는 내용이다. 기간제 교사 구인란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직접 들어보니 그 심각성은 예상보다 훨씬 심했다. 지난 십여년간 인구절벽에 따른 학생 수 감소, 긴축재정 등을 이유로 정규 교원임용을 대폭 감축하고, 부족한 교사를 계약직으로 대체한데 따른 부작용일 것이다.

교권추락, 과중한 행정업무, 여기에 최근 늘봄학교 운용 도입 등 교사들의 불만은 터지기 직전의 활화산과도 같다. 필자가 재직중인 대학의 사범대생의 경우 과거 90%가 교사를 희망했지만 현재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것도 이런 현실이 반영됐을 것이다. 최근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에 따르면 이른바 Z세대(34세이하) 교사의 66.6%가 이직 의향이 있고 실제 준비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설상가상으로 2025년 시행 예정인 고교학점제를 위해 8만 명 이상의 추가 교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심한 교사 대란이 예고된 셈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거센 파도를 마주한 배와 같다. 사교육은 물론이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맞서 좌초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교육부가 미래를 위한 교육혁신으로 학습격차 해소와 맞춤형 교육을 목표로 인공지능 기반 학습 플랫폼, 에듀테크, 디지털 교과서 등, 이른바 K-에듀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필자도 AI기반의 영어 말하기학습시스템 개발연구에 주력하며, 획기적으로 달라질 미래의 영어수업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혁신의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교육과정의 도입에 앞서 이를 수용할 유능한 교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첨단 시스템의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 해도 사는 사람이 사용법을 모르거나, 내 집이 아니라서 혹은 일이 바빠서 관심이 없거나, 왜 필요한지 이해를 못한다면 무슨 소용인가. 장기간의 훈련을 바탕으로 전문지식과 교육 역량을 갖춘 교육전문가들이 현장에 필요한 이유다.

다각적인 학습자요인에 맞춰 이를 진단하고 그에 부합하는 내용과 교수법을 처방하는 맞춤형 교육이나 혁신적 교육과정의 운영 등은 모두 교사의 전문성을 통해 실현가능하다. 챗(Chat)GPT와 같은 AI환경에서 학생들이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두뇌를 발전시킬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많은 고민과 책임 있는 학교교육에서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젊은 세대에게 교직에 대한 매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교권은 추락했고 학교 현장에선 불필요한 감정노동과 과다한 행정 업무 등으로 수준 높은 교육을 준비할 여력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 놓고 사설학원의 강사보다 수준이 뒤처진다는 비판만 제기하고 있으니 현직 교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교직 문호를 대폭 개방해 미취업 대졸자에게 교직의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외과 의사에게 정신과 상담을 받게 하고, 회계사 준비생에게 회사 재무제표를 맡기는 격이다. 교사의 전문성을 가볍게 보는 것은 과거 칠판 백묵 시절 지식 전수가 교육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낡은 교육 관념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 경쟁력의 근간은 높은 교육수준에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교사들의 역할을 폄하하고 홀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물론 일부 교사들의 일탈과 무능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교직에 대한 소명의식으로 이익 집단으로서의 투쟁의식을 상대적으로 억눌러 왔다.

우수한 교사 없이 우리가 바라는 찬란한 미래교육은 없다. 공교육의 정상화나, 교육 개선을 논할 때 교실 환경, 테크놀로지 확충에만 주력하고 정교사 확보나 교원처우 개선 등은 간과되는 현실이 유감스럽다. 실력 있는 청년들이 기꺼이 선택하는 일자리가 돼야 우리 학교교육이 위기를 넘어 선진 미래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송길호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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