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법, 이번 입법기회 놓치면 한국 뒤처질 것"

권다희 기자 2024. 2. 2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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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백옥선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회 묶인 해상풍력특별법…"계획입지, 어업·해운에도 긍정적"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수백개의 법률안 중 해외 투자기업들이 유독 눈여겨 보는 법안이 있다. 국회 상임위에 계류된 '해상풍력특별법'*이다. 해상풍력발전에 적합한 입지를 국가가 먼저 선정하고, 이후 인허가 절차의 방식과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해상풍력이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핵심 수단이 되며 유럽국가들은 물론 일본(2019년), 호주(2022년)도 유사한 법을 마련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해관계자간 의견 수렴이 상당 수준 이뤄졌음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제정이 불확실하다. 정부가 공표한 2030년 해상풍력 보급량(14.3GW)의 1%도 달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 법이 없다면 목표 달성은 더 요원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해상풍력특별법 제정 과정에 참여한 백옥선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난 13일 만나 이 법이 왜 중요한 지 들었다.

-해상풍력특별법 설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한국법제연구원에서 선박통항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관한 각종 인허가에서는 어업·항로 등의 다른 부분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은 해안지형 특성상 연안에 섬과 뱃길이 많고, 유럽의 해상풍력 입지와는 달리 바다 활용방식이 복잡하고 밀도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의 바다 현실에 맞게 해상풍력을 도입해 확대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해상풍력 법제와 해양공간법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그때 하게 됐다. 2021년 김원이 의원 안이 발의된 이후부터 해상풍력에 관심을 가지던 중 2023년 초 여야 의원들이 각각 해상풍력에 대한 특별법을 발의하는 그 시기에 입법연구에 참여하게 됐다.

-해상풍력특별법의 취지를 설명해 달라
▶해상풍력특별법은 다양한 목표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일차적으로는 해상풍력 발전을 위한 법적 기반을 체계적으로 마련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전세계 에너지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는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데, 현재의 해상풍력 관련법제는 이러한 에너지 환경 변화를 다 담지 못하고 있는 건 물론이고 전기사업법, 공유수면법 등 각각의 개별법에 흩어져 규정돼 있어 계획적이고 효과적으로 해상풍력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해상풍력특별법은 에너지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법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특별법은 해상풍력에 관한 산업 육성을 위한 시책도 담았다. 우리나라 풍력 관련 공급망 산업의 발전과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하고, 수산업 등 국가가 보호육성해야 하는 기존 산업과의 공존을 꾀할 수 있도록 하는 목표도 적극적으로 담고 있다.

-법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핵심은 계획입지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목표 시점까지 확대한다는 정부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바다를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 갈등 소지를 없애고 해양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계획입지는 필요하다. 해상풍력을 상정한 해양공간계획 법제가 없는 상황을 그대로 두면 사업자들 입장에서도 사업 시작 후 실제로 끝까지 발전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법적 기반 없이 동일한 공간을 두고 어민은 어민대로 어업을 하고, 선박은 선박대로 최적 항로로 통항하고, 발전사업 사업자는 사업자대로 인허가를 받으려는 상황을 내버려 두면 갈등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 국가에너지 목표달성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갈등을 조정하는 차원에서 국가의 조정은 반드시 필요하고, 그 핵심적 수단이 바로 계획입지라 생각한다.

백옥선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권다희 기자


-이 법이 주민수용성 확보에 미치는 순기능은
계획입지 도입의 또다른 핵심이 주민수용성 확보 과정의 제도화다. 현재 주민수용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사업 진행 중 계속해서 협의가 필요한 또 다른 주민이나 이해관계자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사업자들이 만나는 주민들이 정말 대표성을 가진 주민인가를 분명히 할 제도적 틀이 없다. 주민수용성 확보의 시작과 끝도 명확하지 않다. 국가가 주민수용성 확보 대상자들을 명확히 설정하고 제도적으로 최대한 참여하게 해 주민들의 실질적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틀을 계획입지법인 특별법에서 마련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주민수용성 확보 제도화가 어떻게 이뤄지나
▶현재 마련된 대안은 예비지구 및 발전지구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주민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한 번에 의견을 제출하고, 협의를 거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계획입지 발굴과 수용성 확보 부분에 대한 부담을 국가가 최대한 지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 기존의 주민수용성 확보를 개별적으로 하던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사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민·해운 교통의 입장에서도 해양공간 이용에 대한 불투명성이 줄어들고, 공간 이용의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합의에 기반한 해상풍력사업이 될 수 있으므로 사업의 정당성도 더욱 확보될 수 있다고 본다.

-인허가 과정이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효과도 특별법의 취지 중 하나다.
▶현재 상임위 단계에서 논의된 대안에는 산업부장관과 해수부장관이 공동으로 해상풍력 입지를 개발해 예비지구를 지정하고, 이후 산업부가 기본설계를 하고 발전지구를 지정하는 절차로 돼 있다. 발전지구 지정 이후 공모절차를 통해 선정된 사업자가 실시계획을 만들어 승인을 받을 때, 여러 관계법에 따라 개별적으로 제출하던 인허가 서류를 함께 내도록 한다. 이때 사업자가 낸 실시계획 승인과정에서 여러 개별법에 따른 인허가에 대해서도 검토되기 때문에 사업자는 여러 부처에서 받아야 하는 인허가를 한 번에 받게 된다. 검토받는 내용은 동일하나 사업자 입장에서 행정적 절차와 소요기간이 대폭 줄어드는 셈이다.

-기존 사업자(특별법 제정 전 해상풍력 사업을 이미 진행해 온 사업자) 문제는
▶ 산업부에서 기존 사업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분명히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대안에도 이 취지를 실을 것으로 알고 있다. 적어도 기존에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 사업을 진행 중인 사업자에 대해서는 최대한 종전의 절차대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법안이 정리된 것으로 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사업자가 원한다면 특별법에 따른 절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사업자에게 유리한 형태로 사업자가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여러 차례 이뤄진 공청회 등의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사업자의 기존의 지위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식으로 큰 방향성을 법에 담았다는 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기존사업자가 입찰에 참여했지만 사업자로 선정되지 못했을 때는
▶ 기존 사업자가 투입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 중이다. 다만 이 부분은 법 제정 후 하위 법령, 또는 법령이 아닌 사업 공모 절차에서 정하는 게 낫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법률에서는 구체적인 비용에 대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그 취지만 담고, 하위 법령이나 공모 절차에 넘길 수 있는 부분들은 최대한 넘겨서 유연하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개별 사업마다 실제 기존 사업자가 투입한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법에서 정하면 하나의 방식을 모든 사업에 적용해야 하는 경직성이 생겨 오히려 사업자 유형에 따라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일본의 경우도 법률은 계획 입지의 큰 방향을 담은 형태로 매우 간소하다. 반면 공모 절차에 상당히 많은 부분들을 담고 있다. 해상풍력 입지마다 성격과 사업비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2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21대 국회에서 마지막 제정 기회다.
▶해상풍력특별법은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관심을 갖는 중요한 법률이다. 그만큼 해상풍력특별법은 국회나 정부는 물론이고 시민사회에서도 그 어떤 법률보다도 상당히 논의를 거쳐 지금에 왔다.사실상 김원이 의원안이 발의되기 이전인 2020년부터 논의가 본격화 됐다. 대안이 여기까지 온 것도 매우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제정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건 매우 아쉽다. 회기가 바뀌어서 다시 발의하고 시작하면 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해관계자가 많은 법이라 도돌이표가 될 수도 있다. 이번 회기에서 통과를 시키고, 법이 제대로 시행되고 정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기간 안에 좀 더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해 나가는 게 발전적이다. 이번 회기에 통과가 돼도 법이 제정된 후, 하위법령 제정 기간을 거처 실제 법이 시행돼도 예비지구를 지정하고, 이후 발전지구를 지정해 나가는 기간이 필요하다. 법이 적용돼 첫 입찰이 시작되는 시점은 현실적으로 2020년대 후반이 될 것이다. 이번 입법 기회를 놓치면 한국은 전세계적 추세에 뒤처지게 된다.

지난해 말 마지막 상임위가 열리기 전 이해당사자들의 의견들은 대부분 법안에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고, 해상풍력특별법의 제정필요성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들도 반대가 없는 상황이다. 하위법령에서 정해야 할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이견들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새롭게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므로 이런 논의를 하기 위해서라도 기본적인 틀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해상풍력논의가 진척이 없는 이유도 세부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법적 틀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법을 통과시키고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만 좀 더 진일보된 법령으로 완성될 수 있다. 현재 추가로 논의돼야 할 부분은 법이 통과되고 난 이후 하위법령에서 검토할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다. 법이 제정된 후 시행령·시행규칙을 만들다 보면 또 다른 새로운 의견들이 생기고 법에 반영할 필요가 있는 내용들이 계속 나온다. 제정 시점에 아쉽지 않은 법률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법이 조속히 제정되는 게 가장 필요하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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