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재건 지원 참여로 北은 러에 무기… 동맹 강화 ‘기싸움’ [심층기획-우크라이나 전쟁 2년]
한국, 우크라 재건 협의체도 가입
G7·유럽·세계은행·IMF 등 참여
지원 넘어 대외적 위상 제고 평가
北은 국제 고립 탈피 기회로 삼아
러와 적극적 무기 기술 이전 거래
전략적 가치 재평가… 밀착 가속
대결 국면 속 한반도 정세는 악화
남북 관계 운신 폭 제한 가능성
2년 전 러시아의 전격적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그동안 안이하게 생각해 왔던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새롭게 상기하는 전환점이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사회에서의 진영 간 대결을 심화시켜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하는 계기가 됐다. 한반도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직후부터 경제적, 인도적 지원에 적극 나섰다. 개전 직후 한국은 군사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의 러시아 수출을 통제했고, 우크라이나에는 응급 의료품, 백신, 발전기 등 1억달러(약 1230억원)를 지원했다.
그러나 대러 관계를 고려해 무기지원에 주저했던 한국 정부는 결국 직접 포탄을 지원하는 대신 폴란드와 체코, 캐나다 등을 통한 우회지원을 선택했다. 한반도 안보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러시아와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분쟁 지역에 직접적인 군수물자 지원을 금지하는 방위사업법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회피하는 고육지책으로 분석된다. 특히 6·25 당시 유엔군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은 사실과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할 의도를 가진 만큼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무기지원도 소홀히 취급하기 어려운 것이 한국 정부가 처한 현실적인 딜레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023년 한국은 모든 유럽 국가를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의 ‘우크라이나 탄약 공급국’이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국은 또 G7(주요 7개국) 주도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협의체인 ‘우크라이나 공여자 공조 플랫폼’(MDCP)에 신규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지난 1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MDCP는 우크라이나 재정 지원과 중장기 재건 복구 계획을 조율하고, 우크라이나 개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출범했다. G7 회원국, 유럽연합(EU) 집행위, 우크라이나, 세계은행,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참여하는 공동체다.
북한은 외교적 고립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돌파구로 삼는 모습이다. 국제적으로 침공국인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꺼리는 상황에서 러시아에 적극적으로 무기를 지원하고 이를 대가로 기술 이전을 약속받는 등 숨통을 틔웠다. 러시아로서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하게 만든 셈이다.
올 초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북한이 공급한 탄도미사일(900㎞ 떨어진 목표물에 도달 가능한 자체 유도 로켓)과 발사대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해 온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미 정보기관이 무기 세부 정보를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북한의 러시아 지원이 중요하고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 문제를 제기하고 기술 이전을 촉진하려는 이들에게 추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협력 방향성은 한층 구체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성훈 한국외대 교수(노어과)는 “서로에게 우선적 관계를 확인한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며 “정상회담 내용이 성명으로 공개되진 않았지만, 우주 프로그램과 군사·기술 협력은 물론 외무장관 회담과 북·러 정부 간 위원회 회의 개최, 의료, 교육, 교역, 물류 시설 개발 등 협력 가능한 전 분야에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극동 및 돈바스 건설 현장에서 북한 노동력 활용 방안도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임 센터장은 “남북관계가 지금처럼 악화하지 않았다면 북한이 이렇게 무기 거래나 지원을 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군비 경쟁이 어느 때보다 격화되는 상황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다 보니 남북의 기싸움이 우크라이나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제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 질서 변화에 따른 혼란을 틈타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한편 핵 보유를 전제로 미국과 군축 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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