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해외 부동산 '구조조정' 시급…"옥석부터 가려야"

김인경 2024. 2. 20.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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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까지 만기 도래하는 공모형 해외부동산펀드 8747억
업계 '제2의 ELS 우려'에 레스큐펀드 논의도
"옥석 가려 수익성 나는 상품 투자 구조 필요" 목소리
미온적인 당국…"규모 작아도 파장 확대 가능" 지적도

[이데일리 원다연 김인경 기자] “기관 투자자들과 접촉해 공모형 해외 부동산펀드의 선순위를 따오거나 소위 레스큐 펀드(구조 펀드)를 구성하기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지만 합의가 잘 안 되고 있다.”(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2026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공모형 해외 부동산펀드 자금이 8700억원에 이르는 가운데, 뉴욕 상업용 부동산이 추락하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미 일부 펀드는 최근 1년 수익률이 마이너스(-) 80%까지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업계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책을 업계와 정부가 함께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나 금융 당국은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외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대체투자의 경우 부동산PF 대비 규모가 절반 이하에 불과하고, 개인투자자보다는 기관투자자 등의 비중이 커 홍콩H지수 ELS와 달리 ‘민생 이슈’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책적 지원으로 살릴 수 있는 펀드의 손실을 막고, 부실 채권 등을 빠르게 매각해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2026년까지 만기 8700억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6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공모형 해외 부동산 펀드 자금은 8747억원이다. 올해 만기만 4104억원에 달한다.

해외 부동산펀드는 연 4~5%의 배당을 받으며 공실 없는 선진국 빌딩에 투자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개인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현재 개인투자자들은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의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꺾이며 해외 부동산의 수익률도 고꾸라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4분기 해외부동산 투자에 앞장서 온 대다수의 대형 증권사와 운용사는 관련 부실을 실적에 반영하거나 충당금을 적립해 두기도 했다.

업계는 공모형 해외 부동산펀드가 제 2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가 될 수 있다며 ‘레스큐 펀드’와 같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레스큐 펀드는 급전이 필요한 우량 기업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펀드로 ‘리파이낸싱 펀드’로도 불린다. 레스큐 펀드가 마련되면 운용사 입장에서는 해외 부동산이 정상화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주 입장에서는 대출 회수 수준으로만 부동산을 매각하면 되기 때문에 펀드로 투자한 돈은 고려하지 않고 낮은 수준으로 매각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펀드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지는 것이라 제대로 된 상품의 경우 정상화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리파이낸싱 펀드 필요성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민간 운용사들이 자율적으로 옥석을 가린 후 수익성이 나는 상품을 가려 투자가 가능한 구조로 만들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재원도 문제…“당국 나서야” 지적도

만기를 연장하면서 시장 상황이 나아질 수 있도록 기다린다 해도 다시 미국의 경기가 침체하면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손실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물론 문제로 손꼽힌다. 실제 미국 상업용 부동산이 앞으로 15%가량 더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펀드 내에서 펀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맞다”면서 “리파이낸싱펀드로 만기를 연장하다가 해외 부동산 시장이 더 안 좋아지면 기존 펀드에 리파이낸싱펀드까지 손실이 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원도 문제다. 마냥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바라기도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공모형 해외 부동산 펀드 자체가 공적인 명분이 없는데다,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관 등 자금의 비중도 높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당국이 자금 지원까지는 아니더라도 해외 부동산 펀드의 옥석을 가리고,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조조정하도록 보다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당국은 해외 부동산 펀드의 만기 도래 현황이나 환매 관련 모니터링을 진행해 사태의 확산을 막겠다고까지만 밝힌 상태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해외 부동산 문제를 업계가 풀어나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독려하는 정도의 역할은 해 줘야 한다고 본다”면서 “개인투자자의 규모가 크지 않다지만 대규모 손실이 한꺼번에 발생해 또 소송과 책임 소재 다툼이 일기 시작하면 파장은 만만치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인경 (5to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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