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반도체 붐'…엔비디아·ARM·AMD까지[비즈니스포커스]
인공지능(AI) 효과로 시작된 ‘반도체 붐’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AI 대장주로 꼽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를 시작으로 최근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의 주가까지 치솟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미국 반도체 기업인 퀄컴도 올해 가장 매력적인 반도체 주식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최근 미국의 CPI(소비자물가지수) 발표로 증시는 하락세로 전환됐지만 반도체 붐은 올 하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진격의 엔비디아, 아마존까지 제쳤다
1993년 설립된 미국의 시스템반도체 회사 엔비디아가 아마존을 제치면서 미국 증시의 대장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지난 13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17% 떨어진 721.28달러(종가 기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1.79% 떨어진 나스닥 지수에 비해 비교적 하락률이 낮았다.
그러면서 시가총액 순위도 뒤바뀌었다. 엔비디아의 시총은 1조7816억 달러를 기록한 반면 아마존 주가는 172.34달러에서 2.15% 내려앉은 168.64달러로 떨어지면서 시총이 1조7517억 달러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모회사)에 이어 미국 상장기업 4위까지 올라섰다. 엔비디아의 시총이 아마존을 뛰어넘은 것은 2002년 4월 이후 약 22년 만이다. 당시 엔비디아는 게이밍 PC용 그래픽카드를 주력 제품으로 판매했다.
최근 상승세는 AI에 필요한 반도체 칩이 늘어난 영향이다. MS, 오픈AI, 메타 등은 자사 AI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수만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한데 GPU 시장의 점유율 90%를 차지하는 곳이 엔비디아다.
실적 발표를 앞둔 것도 주가 상승을 이끄는 요인이다. 엔비디아는 2월 21일 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한 590억4000만 달러(약 79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심화하는 AI 경쟁’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로 실적이 좋아졌다는 입장이다.
엔비디아의 주가가 실적 발표 이후 더 오를 경우 애플, MS에 이어 시총 2조 달러 클럽까지 입성할 수 있게 된다. 엔비디아는 지난해에도 매 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 엔비디아 주식은 나스닥 전체 주가 상승까지 견인하고 있다.
CNBC는 “이번 변화는 최첨단 AI를 실행할 수 있는 반도체 칩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강한지, 그리고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전했다.
치고 나오는 ARM…인텔에 근접한 시총
또 다른 수혜주는 1990년 설립된 영국의 ARM이다. ARM은 반도체 설계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앱 프로세서(AP) 시장점유율 90% 이상의 회사로, 스마트폰 AP 시장점유율은 99%에 달한다. IT기기 칩 시장점유율은 70%, 차량용 IC 시장점유율은 80% 수준이다. 온디바이스 AI 시장 확대가 ARM 성장에 직접적 영향을 주면서 ARM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ARM은 지난해 9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ARM 주가는 상장 첫날 63.59달러(종가 기준)에서 최근 119.98달러까지 치솟았다. ARM의 시가총액은 1160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특히 지난 12일(현지 시간)에는 전일 대비 29.30% 급등한 148.97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ARM의 시총은 1530억 달러까지 치솟으며 인텔과의 시총 격차를 300억 달러까지 좁혔다.
ARM이 지난 8일 실적 발표에서 내놓은 발언의 영향이다. 로열티 매출의 15% 비중을 차지하는 최신 명령어 세트에 대해 최대 2배 가격을 청구할 수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AI 수요처가 확산되며 자동차 등 신규 시장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RM 기업가치에는 ‘엔비디아급 프리미엄’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ARM은 제2의 엔비디아로 꼽힌다”며 “AI 주식에 대한 열풍으로 ARM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ARM의 주가는 온디바이스 AI 미래 확장성이 반영된 것”이라며 “또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엔비디아 GPU 견제를 위해 최대 7조 달러(9300조원) 자금 조달을 통해 AI 반도체 제조 공장을 직접 설립하겠다고 밝혀 중장기 AI 메모리와 파운드리 수요는 큰 폭의 증가세가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CNBC는 “투자자들은 ARM의 가치를 향후 수익의 90배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AMD, 엔비디아 경쟁자…MI300 흥행
1969년 만들어진 미국 반도체 기업 AMD도 AI 성장에 힘입어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AMD 주가는 지난해 2월 14일 종가 기준 85.95달러에서 지난 13일 171.54달러로 99.58% 급등했다.
AMD는 GPU 시장에서 유일한 엔비디아의 경쟁사로 꼽힌다. 점유율은 10% 수준으로 1위인 엔비디아와 격차가 크지만 최근 들어 AI 칩 개발에 앞장서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AMD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AI용 신제품인 ‘MI300 칩’에 대한 시장 반응이 긍정적이다. MI300은 엔비디아 제품(H100)과 경쟁 가능한 데이터센터용 GPU로 평가받고 있다.
진 후 AMD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12월 개최한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시장참여자들의 관심이 큰 AI용 신제품 수요와 데이터센터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며 “다음 분기와 2024년에는 매우 강한 두 자릿수의 데이터센터 매출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진 후 CFO는 “MI300 수요가 견조해 2024년 이 제품의 매출만 2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AMD가 MI300 출시로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더 높게 평가받는 요인을 제거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GPU의 수요 증가로 CPU 판매가 둔화되면서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이 시장 예상을 밑돌았지만 업계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AMD는 1분기 매출이 월가 예상치(57억 달러)보다 낮은 54억 달러라고 발표했다.
미국 투자전문 매체 더모틀리풀은 “장기적으로 GPU 판매가 CPU 손실을 상쇄할 것”이리며 “AMD는 시장 동향에 맞춰 사업 초점을 옮기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AI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GPU 칩 수요가 증가했다”며 “AMD는 AI 탑재 PC에 대한 수요 증가로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급성장하는 AI 시장에서 PC 관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최근 출시된 AI GPU 제품과 AI PC 시장 전망을 고려하면 AMD 주식에 투자해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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