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기눌린 방송·제작사 '숨 못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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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가 K콘텐츠 유통의 핵심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주도권을 잃은 국내 방송사뿐 아니라 수혜자로 여겨졌던 콘텐츠 제작사마저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OTT의 거대자본 투입으로 제작비는 폭증했지만 실제 OTT 투자를 받는 창작자들은 극소수인 데다 지상파 등 기존 방송시장마저 위축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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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환경 불리…호재 아닌 악재" 위기 호소
OTT 성장 따른 방송시장 위축, 경영 악화로
"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에서 선호하는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문제는 그런 배우가 몇 명 안된다. 좀 과장하면 배우 10명으로 돌려막기한다. 제작사는 이 배우들을 잡기 위해 돈을 더 줄 수밖에 없다."(드라마 제작사 관계자)
OTT가 K콘텐츠 유통의 핵심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주도권을 잃은 국내 방송사뿐 아니라 수혜자로 여겨졌던 콘텐츠 제작사마저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OTT의 거대자본 투입으로 제작비는 폭증했지만 실제 OTT 투자를 받는 창작자들은 극소수인 데다 지상파 등 기존 방송시장마저 위축됐기 때문이다.
19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2023년 방송 프로그램 외주제작 거래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사·제작사 모두 OTT로 인해 외주제작 환경이 불리해졌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방송사는 제작사에 제작비를 제공하되 수익은 보장하지 않는 대신 부가판권(PPL(간접광고), 해외판권 등)을 일정비율로 나눈다. 반면 넷플릭스 등 OTT는 일체 권리를 가지되 제작비에 일정수익까지 보장해 제작사에 불리할 게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제작사 역시 OTT 등장에 따른 위기감을 호소했다. OTT 등장에 따른 유불리(3.0=변화없음, 초과시 유리, 미만시 불리)를 설문한 결과 제작사 평균응답은 2022년 조사의 3.03에서 지난해 2.78로 낮아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OTT 등장을 '호재'라고 여긴 제작사들의 인식이 1년 만에 '악재'로 돌아선 셈이다.
보고서는 드라마·예능·교양 등 각 분야 방송사 및 제작사 관계자들을 인터뷰했는데 이들은 한목소리로 제작비 상승에 대한 문제인식을 드러냈다. 드라마부문 A제작사 관계자는 "옛날에는 지상파 프로그램을 제작하고도 남았던 제작비 금액이 요즘에는 협찬을 더해도 부족하다"며 "지상파 채널들도 다양하게 제작하기 어려워 드라마 편성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OTT가 성장하면서 기존 방송사의 경영이 어려워졌고 이는 전반적인 제작환경 악화로 이어졌다. 광고재원은 한정됐는데 제작비는 급증하고 결국 방송사·제작사 모두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KISDI는 "OTT와 일하는 제작사는 소수일 수밖에 없고 그렇지 못한 제작사는 결국 기존 방송사와 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송사 경영악화는 제작사의 경영악화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K콘텐츠는 최대 호황이라 여겨지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 이후 쪼그라드는 흐름이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편성된 국내 방송사·OTT 드라마 수(방송 또는 공개시점 기준)는 125편으로 전년(135편) 대비 7.4% 줄었다. 올해는 더 줄어들어 100편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배우들도 콘텐츠 급감을 체감한다. 배우 이동건은 한 유튜브채널에서 "요즘 제작 편수가 어마어마하게 줄었다"며 "예전에는 작품을 고를 수 있었는데 요즘은 1년에 한두 권 받아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드라마부문 B방송사 관계자는 "제작비 증가폭이 커지고 광고 또는 프로그램 판매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의 폭은 줄었다"며 "소수에게 권리 및 이익이 크게 보장되는 승자독식의 기형적 시장형태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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