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분이면 되는데 호환이 안돼"..전기이륜차 BSS 구축 갈림길
전국 BSS 1256기...모두 제각각 배터리
표준화 필요하나 속도조절 필요 '급제동'시 넘어져
논란된김에 '구매 보조금' 개선 논의도 필요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지난달 12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의 한 편의점 앞. 전기 이륜차를 이용해 배달 업무에 종사하는 30대 이모씨는 편의점 한켠에 마련된 하얀색 배터리교환스테이션(BSS) 박스 투입구에 배터리를 꽂았다. 이미 충전된 다른 배터리 2개를 빼서 전기이륜차에 넣었다. 전기이륜차 배터리 교체의 시작과 끝이다. 이씨는 “시동을 끄고 배터리를 교체 장착하고 다시 시동을 거는 데 1분”이라며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인근의 배터리 교체가 가능한 곳을 찾아볼 수 있다. 그곳에 몇 개의 배터리가 충전됐는지도 알 수 있다”고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전기이륜차는 1회 배터리 충전 주행거리가 70~80㎞에 불과하다. 300㎞에 이르는 내연기관 이륜차 주행거리의 4분의 1수준이다.
전기이륜차 배터리는 충전시간도 3시간이 걸린다. 하루에 100~150㎞를 운행할 뿐만 아니라 ‘배달 시간=돈’인 전업 배달 종사자가 충전식 전기이륜차를 선택하기 어려운 이유다. 반면 배터리 교환형 전기이륜차와 BSS는 충전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배달 종사자가 전기 이륜차 선택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정부가 배터리 교환형 전기이륜차 확산에 중점을 두는 이유다.
문제는 BSS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BSS는 전국에 1256기(2023년 기준)가 설치돼 있다. 특히 현재 표준 규격에 맞는 배터리(표준 배터리)가 상용화돼 있지 않아 BSS간 배터리 호환이 되지 않는다.
BSS 구축에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사내 독립벤처기업 ‘쿠루’와 전기이륜차 생산업체 DNA모터스(구 대림), 충전 서비스 전문기업 에임스 등이 있지만 모두 각사의 배터리에 최적화 한 각자의 BSS를 구축 중이다. 환경부가 BSS 구축 보조금을 올해부터 표준 배터리를 사용하는 표준 BSS에만 지급하려는 이유다
전기이륜차 업계도 표준 배터리를 사용한 BSS 확대 필요성을 인정한다. 문제는 속도다. 업계는 보조금 정책 전환에도 단계적 전환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의 BSS구축 보조금 정책은 BSS 구축업체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표준 배터리를 사용한 BSS만 사실상 권장되기 때문에 전기이륜차도 표준 배터리를 장착한 모델로 사실상 전환돼야 한다. 기존 전기이륜차 제조나 BSS구축 업체 입장에서는 별도의 설계나 생산 비용이 추가될 수밖에 없다.
전기이륜차 제조사 한 관계자는 “표준 배터리가 상용화되기 전에 구축 보조금 정책을 바꾸면 기존 보조금을 전제로 사업해오던 입장에서 영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올해 보조금 예산을 2025년 BSS 구축 지원 예산에 추가해주거나 기존 BSS 슬롯(배터리 투입구)을 표준 배터리에 맞게 변경하는 경우에도 보조금을 지급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BSS구축 보조금 논란이 촉발된 만큼 ‘구매 보조금’ 정책에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기이륜차 구매 보조금은 유형(일반형, 기타형), 규모(경형·소형·중형·대형), 성능(항목·비중, 연비·20%, 배터리용량·45%, 등판능력·35%)을 기준으로 최대 지급 상한선이 140만원부터 300만원으로 차등화 돼 있다. 배달종사자가 주로 타는 소형 전기이륜차 보조금은 230만원이다.
업계는 배터리 용량이 보조금 성능 배점의 4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배터리 교환형 전기이륜차 보급 방향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교환형 배터리는 개당 11㎏를 초과하지 않는다”며 “가벼운 배터리를 사용하는 배터리 교환형 전기이륜차는 배터리 용량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조금을 많이 받기 어렵다”고 했다.
또 배달 종사자가 애용하는 소형 전기이륜차 보조금도 1년 전보다 10만원이 줄어 배달 라이더의 부담이 커졌다. 이씨는 “보조금이 줄다보니 향후 구매 시점에는 부담이 더 커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배달 라이더가 주행거리가 긴 것을 감안해 일정 주행거리를 초과하면 배달 종사자에게 추가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산보다 국산 전기이륜차에 정부 구매 보조금을 더 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전기이륜차의 국내 제조 생태계를 육성한다는 취지에서다. 현재 국내에서 90% 이상의 부품까지 제조해 전기이륜차를 만드는 업체는 대동모빌리티가 유일하다. 다른 국내 전기이륜차 제조업체도 배터리를 제외하고는 부품 대부분을 중국에서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부품이 비싼 탓이다.
중국이 전기이륜차 제조 생태계를 사실상 장악했지만 현재 구매 보조금은 국산이든 중국산이든 관계없이 지급된다. 저가 중국산 전기이륜차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정부 보조금 상당 부분이 중국 제조업체에 흘러간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민간에 전기이륜차 구매보조금을 지급한 대수는 9801대로 이중 국산은 5513대(56.2%), 중국산도 4288대(43.8%)에 이른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출 국가 입장에서 전기 이륜차 제조국에 따라 보조금을 차별하기는 어렵다”며 “보조금 지급도 구입 때 요건으로만 정하기 때문에 주행거리 등 구매 이후 요건은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노희준 (gurazi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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