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공존하는 생태시스템이 눈앞에…댄 리, 첫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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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금(강황)으로 노랗게 염색한 직물들이 전시장을 둘러싸고 있다.
새싹과 버섯종자가 자라나고 있는 흙더미, 국화와 삼베, 면포로 만든 구조물, 그리고 쌀과 누룩이 발효되고 있는 옹기들이 날 것 그대로의 생태시스템을 보여준다.
댄 리는 탄생, 확산, 죽음, 그리고 새로운 탄생에 이르는 생명의 순환을 탐구해 온 작가다.
댄 리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생명은 부패와 발효, 즉 삶과 죽음의 순환 과정 안에 놓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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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발효문화·장례문화서 영감받아
부패·발효·시들어가는 새싹 등 보여줘
5월 12일까지 아트선재센터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울금(강황)으로 노랗게 염색한 직물들이 전시장을 둘러싸고 있다. 새싹과 버섯종자가 자라나고 있는 흙더미, 국화와 삼베, 면포로 만든 구조물, 그리고 쌀과 누룩이 발효되고 있는 옹기들이 날 것 그대로의 생태시스템을 보여준다. 인도네시아계 브라질인이자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댄 리(Dan Lie, 36)의 설치작품 ‘상실의 서른 여섯 달’이다. 올해는 작가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지 3주기가 되는 해로, 한국의 장례 문화 중 ‘삼년상’을 재해석했다.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관람객들은 서서히 시들어가는 새싹과 햇볕을 받아 탈색되어가는 직물, 발효되어가는 쌀과 누룩 등을 직접 관찰하면서 생명의 순환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한국의 발효문화와 장례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소이자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장소로 미술관을 변신시켰다. 전시의 제목은 아버지를 떠나 보낸 ‘3주기(서른 여섯 달)’의 상실감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댄 리는 “재료의 발효와 부패, 소멸 과정을 통해 애도를 끝마치는 여정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며 “이 순간에만 존재하는, 다시 만들어질 수 없는 유일한 작업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댄 리는 박테리아, 곰팡이, 식물, 동물, 광물 등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소재로 작업해왔다. 변형, 부패, 진화하는 물질들을 시각화함으로써 서로 밀접하게 공존하는 여러 존재들을 부각시켜왔던 것이다. 이를 통해 인간도 태어나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과정을 겪는 존재임을 일깨운다. 김지나 큐레이터는 “죽어가는 것과 새롭게 탄생하는 것을 독특하게 경험하는 전시”라며 “시각뿐 아니라 후각과 촉각 등 온몸을 자극하는 생태시스템을 경험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윤정 (younsim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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