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범 칼럼]인구감소 적응능력을 키워라

여론독자부 2024. 2. 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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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생산 자동화등 투자 늘려 노동력 부족 대처
외국노동자 적극 활용·정년 연장도 고려
줄어드는 내수시장도 교역 확대로 극복
누적된 저출생의 경제 여파 최소화해야
[서울경제]

지난해 0.6명대로 떨어진 한국의 낮은 출산율이 이제 국경을 넘어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사사건건 대립하던 정치권도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시급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해 각종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남성의 출산휴가 의무화와 유연 근무 등을 내세운 정책을 발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신혼부부 대출 확대 등 현금성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양당에서 발표된 정책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어떻게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어떤 방식으로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지 등 구체적인 방안은 결여돼 있다. 또 출산 장려 정책으로 출산율이 반등하더라도 태어난 아이가 성인이 돼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데 최소 20여 년의 기간이 필요하고 그 동안의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다. 그러므로 감소하고 있는 인구를 고려한 경제정책도 준비해야 한다.

누적돼온 낮은 출산율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인해 앞으로 지속적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할 것은 자명하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청년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넓혀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경제 전체적으로 노동력이 부족해 생산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공급 측면에서 부족한 노동력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로봇 등의 도입과 같은 생산의 자동화, 인공지능(AI)의 이용 등 생산 과정에서 자본의 투입을 늘려야 한다. 이러한 방향으로 생산 과정을 구조조정하는 기업들의 투자를 장려하고 규제를 정리하는 것은 단순한 경기 부양의 효과를 넘어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것으로서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둘째 저출산으로 인한 국내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의 도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산업계에서 당장 필요한 비숙련 노동자뿐 아니라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한국어가 유창한 유학생들도 한국에서 취업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비자 등의 문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 유능한 이란 출신 대학원생이 졸업 후 한국에서 취업하기를 원했으나 출신 국가의 문제 때문에 학위 취득과 동시에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들었다. 해당 학생의 학문 분야가 국가 안전과 관련이 없다면 외국 유학생들을 활용하는 데 좀 더 적극적이고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노동력에 대응하기 위해 정년 연장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의학의 발전으로 정년에 도달해도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건강한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등을 정비해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이러한 사람들의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정년 연장은 현재 정치권에서 눈치만 보고 있는 연금 개혁 문제에서 연금 고갈을 늦추는 부수적인 효과도 가져오기에 두 문제를 연계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는 내수 시장의 규모를 줄이는 수요 측면의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 내수 시장의 감소는 규모의 경제에서 발생하는 혜택을 줄인다. 다시 말하면 시장 규모 감소로 대량생산을 통해 비용을 낮추는 경제적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수요 부족 문제를 극복하려면 인근 국가와 보다 자유로운 교역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협정을 과감하게 체결해 적극적으로 경제활동 영역을 넓혀야 한다. 이러한 대책은 인구 감소로 인한 내수 시장 규모 축소뿐 아니라 최근 보호무역 추세를 극복하는 대응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혼외자 등의 이유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을 관리하는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얼마 전 감사원이 찾아낸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이 최소 2236명에 달한다고 한다. 일단 태어난 아이들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출생 사실을 신고하거나 지방자치단체가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하도록 하는 제도, 임산부가 익명으로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그래서 일단 태어난 아이들에 대해 부모가 양육을 원하지 않으면 국가가 의료·복지·교육의 서비스를 제공해 건강한 경제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출산율이 당장 반등하더라도 누적된 저출산이 경제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 경제의 공급 및 수요 측면, 그리고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에 대한 대책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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