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홍콩 ELS 조단위 과징금 '구제 길' 있다…100% 감면도 가능

국종환 기자 2024. 2. 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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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징벌적과징금 도입 때 '과도하다' 지적에 100% 감면 길 열어놔
"피해 투자자 위해 금융사 노력과 함께 당국의 유연한 대처 필요"
4대 금융지주 사옥 전경.ⓒ 뉴스1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사에 대한 '조 단위' 과징금 부과 가능성이 금융사들의 발목을 잡으면서 투자자에 대한 선제적 자율배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금융사의 사태 수습 및 당국과의 협상 노력에 따라 과징금이 감면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지난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에 따라 '징벌적 과징금'을 도입했지만, 과도한 과징금에 따른 산업 위축을 우려해 최대 100% 구제 가능성도 열어뒀기 때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투자 만기가 도래하는 피해자들에 대한 손실 배상이 시급한 만큼, 금융사의 적극적인 배상 노력만큼이나 당국의 과징금에 대한 유연한 대처도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주 '기업금융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콩 ELS 관련 금융사 과징금 부과에 대한 질문에 "눈앞의 현안이 많은데 과징금은 한참 뒤의 문제"라며 우선순위가 아님을 밝혔다. 이번 사태에서 과징금은 본질이 아니며, 피해자에 대한 손실 배상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권에선 홍콩 ELS가 금소법에 따른 첫 '징벌적 과징금'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과징금 규모가 최대 수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업계 우려를 키운 바 있다.

금소법은 2021년 3월 시행됐다. 앞서 자본시장법에서는 불완전판매시 과태료 위주로 제재했으나, 금소법에선 과태료 외에 수위가 높은 징벌적 과징금이 처음 도입됐다. 금융상품 판매시 설명의무 위반, 부당권유 등이 적발되면 수입의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ELS와 같은 투자성 상품에서 '수입'은 투자액을 뜻한다.

2021년 이후 12개 금융사가 판매한 홍콩 ELS는 총 19조3000억 원으로, 그중 금소법 시행 전 두 달간 판매액을 제외하면 약 17조1000억 원이 과징금 대상이 된다. 설명의무 위반 사례 등이 10%만 넘어도 '조 단위'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자료제공=금융위원회

다만 금융당국은 징벌적 과징금을 도입하면서 '과징금 감경 기준'도 마련해 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21년 초엔 시행령을 변경해 과징금의 감경 한도도 없앴다. 당초 입법예고안에는 과징금의 2분의 1까지만 감경할 수 있게 한도를 정했는데, 징벌적 과징금 상한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해당 규정을 삭제해 법적으로 과징금을 100%까지 감면받을 수 있게 해놓은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시행령에서 위반 상태의 해소나 예방을 위한 노력, 내부통제기준·금융소비자보호 기준 운영상황 등을 고려해 과징금 금액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설령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금융사의 해결 노력을 촉구하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내에 금융사에 대한 'ELS 책임분담 기준안'(배상안)을 마련할 계획임을 밝히며, 각 금융사에 선제적으로 자율배상을 병행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과도한 과징금 우려로 인해 자율배상을 주저하고 있다. 자율배상을 하면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는 셈이어서 향후 과징금 부과 과정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배상을 유도하기 위해 이를 가로막는 과징금 문제를 정부가 유연하게 풀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주도의 상생금융 동참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 확대 등으로 금융사들의 지난해 실적 성장세는 둔화됐다. 또한 ELS 책임분담 기준안이 나오기도 전에 해외부동산 투자에서도 잇따라 손실이 발생하면서 경영 건전성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ELS 사태에서 시급한 것은 불완전판매로 피해를 본 투자자에 대한 빠른 배상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라며 "과도한 과징금 논란은 사태 해결을 지연시키고 금융사 건전성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금융사의 배상 노력만큼이나 당국의 유연한 대처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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