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한국이 했듯, UAE도 하겠다”

김동현 기자 2024. 2. 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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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두바이 고층빌딩 스카이라인./AFP 연합뉴스

“한국은 기술을 갖추지 못한 국가라도 노력하면 수십 년 만에 ‘기술 수출국’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만난 파이살 알 반나이 첨단기술연구위원회(ATRC) 사무총장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는 “우리도 같은 길을 걸으려 한다. 그 과정에서 한국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7000㎞ 떨어진 타국에서 온 기자를 위한 감언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기자와 만난 현지 정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얘기를 했다. 아부다비 진출 관문으로 통하는 아부다비투자진흥청 마시모 팔치오니 최고경쟁력책임자는 요즘 눈독 들이는 해외 기업이 있느냐는 물음에 “자율주행·AI처럼 최근 약진한 기술에 예부터 공들인 기업이 눈길을 끈다. 특히 훌륭한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현대’처럼 한국 기업들은 굉장히 앞서 나가 있다”고 했다.

최근 UAE는 ‘넥스트 오일(석유 다음 세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가 “화석연료는 10년 내 끝날 수 있다”며 ‘화석연료 시대 종말’을 경고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화석연료를 딥테크(핵심 원천 기술)로 대체하자며 전방위적 첨단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ATRC가 지난해 발표한 LLM(대량 언어 모델) ‘팰컨 시리즈’는 3조5000억 토큰(정보 접근 권한)을 담은 정보량을 내세워 메타 라마(LLaMA)의 이용량을 따라잡았다. 아부다비 국영 헬스케어 기업 M42는 도시 폐수를 분석해 감염병 전파를 예측하는 기술을 갖췄고 최근 전 국민 유전자를 수집하는 ‘게놈 프로젝트’에 착수, 국가 의료 인프라를 완전히 개편하려 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이 ‘넥스트 오일’을 준비하는 아부다비의 모델로 꼽히는 것이다. 양국의 인연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09년 한국전력·삼성물산 등이 수주한 아부다비 ‘바라카 원전’은 작년 4월 전체가 가동됐다. 아부다비는 석유 다음 핵심 자원으로 원자력 발전을 꼽는다. 이 핵심이 한국 기술력으로 굴러가는 것이다.

UAE는 국제사회에서 존재감도 키우고 있다. 대(對)한국 외교만 보더라도,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초청을 받았고 5월 국영 통신사 WAM 대표단이 방한해 국내 언론사들을 돌아다니며 일일이 MOU(업무 협약)를 맺었다. 석 달 전 두바이에서 열린 COP28도 외교적 몸집을 키운 성과로 꼽힌다.

이처럼 국제사회에서 떠오르는 UAE가 한국에 보내는 ‘러브콜’은 최근 격변하는 국제 정세에 보기 드문 희소식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혼란한 중동에서도 “정치, 경제는 별개”라며 자기들의 정치적 안정성을 강조하는 아부다비이기에 한국으로선 장기적인 중동 진출 관문으로 고려할 만하다. 아부다비투자진흥청은 7국에 해외 사무소를 뒀는데, 이 중 하나가 서울에 있다. 올해 이곳이 아부다비와 ‘시너지’를 꿈꾸는 국내 기업들의 문의로 쉴 틈 없어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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