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거점 국립대학 집중지원이 인구 소멸 타개책이다
갑진년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나라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저출산과 지방 소멸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외국 전문가가 한국을 ‘인구 소멸 1호 국가’로 운운할 지경에 이를 정도가 되었다.
저출생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되었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그동안 막대한 예산(과거 16년 동안 약 323조원)을 쏟아부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게다가 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젊은이들은 수도권으로만 몰려드니 지방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큰 지역 도시마저 고사 직전이다. 수도권은 점점 더 비대해져 가는 데 비해 지방은 갈수록 말라비틀어져 가고 있는 비상 상황이다. 이것은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 지역불균형 등의 문제와도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대한민국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까? 필자는 우리나라의 초저출생은 교육과 부동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들에 투입되는 정력과 돈이 막대한데 그런 희생을 기꺼이 감내할 젊은이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각설하고 필자는 초저출생과 지역 소멸 저지의 해법을 지역거점 국립대학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지역거점 국립대학은 이제껏 지역의 인재들을 육성해 국가적인 인재들을 배출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지역의 많은 인재를 수도권에 빼앗기고 있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 갈수록 양질의 교육 제공은 요원하고 이를 통해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돈이 필요하다. 대학이 좋아지는 데는 다른 것이 필요 없다. 실력 있는 교수, 학생의 확보와 교육환경 개선이 최우선이다.
그러나 우리 지역거점 대학의 현실은 어떠한가? 현재 법인화가 되었지만 여전히 국립대라 봐도 무방한 서울대 1년 예산(1조5000억원)과 지역거점 국립대학의 예산(약 5000억원)을 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약 3배 차이가 난다. 서울의 주요 사립대학의 1년 예산도 1조원을 넘는다. 정부는 사립대학에도 상당한 액수의 돈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국립대학에는 너무나 인색하다.
물론 정부도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글로컬 대학사업’ 가동이 그 예다. 산재해 있는 대학의 통폐합을 이끌고 그 당근으로 30곳에 한 해 200억원씩 5년간 각각 10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런 사업이 나름의 의미는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지방 소멸과 지역국립대학의 위기를 실제적으로 타개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다 근본적인 각성에 기초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재정 투입이 절실하다. 학령인구 절벽으로 큰 거점국립대학 외에는 자그마한 대학들은 가만히 놔둬도 폐교될 수순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형국에 이런 단기적 사업으로 통폐합을 시도해 곧 숨이 넘어가는 소규모 대학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줘봤자 말짱 도루묵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사업보다는 몇몇 중요 거점국립대학에 집중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충분한 재정을 과감하게 투입해 지속성을 갖고 육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대학 졸업 후 수도권에 가지 않더라도 일할 수 있는 직장이 필요하다. 즉 수도권에 몰려 있는 큰 기업체들이 지역에 유치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지역거점 국립대와 산학협력이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지역에서 양질의 교육을 저렴한 비용으로 받고 또 든든한 직장에 들어간다면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인구 분산 효과로 수도권의 인구 비대 현상도 사그라들 것이고 그 결과 부동산 가격도 안정화되고 과열된 입시 열기도 진정될 것이다. 안정된 생활의 여유 속에서 자연스레 인구도 늘어날 것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까지 투입된 저출생 대응 예산의 반의반만이라도 지역거점 대학에 쏟아부어 획기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지방 소멸과 인구 절벽의 위기를 타개하는 데 일석이조 그 이상의 효과를 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필자는 국회에 지역거점 대학 육성을 위한 협의체를 당장 설치할 것을 주문한다. 지역거점 국립대학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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