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음악은 장애 극복 아닌 도전이란 희열을 찾는 곳
내달 3일 첫 내한 독주회 가져
일본 피아니스트 쓰지이 노부유키(辻井伸行·36)는 선우예권·임윤찬 같은 우승자를 배출한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2009년 공동 1위에 올랐다. 그에게는 인간적 사연이 하나 더 있다. 선천적 소안구증으로 태어날 적부터 앞을 볼 수 없었다. 당시 결선 연주곡이었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지휘자와 악단을 바라보면서 연주해도 쉽지 않은 대곡. 하지만 심사위원이었던 보자르 트리오 출신의 전설적 피아니스트 메나헴 프레슬러(1923~2023)는 “신은 그의 시력을 가져갔지만 위대한 피아노 걸작을 아우를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재능을 주셨다”고 격찬했다.
다음 달 3일 예술의전당에서 방한(訪韓) 리사이틀을 앞둔 그는 최근 한국 언론과 영상 인터뷰에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비결에 대해 들려줬다. “평소 리허설도 많이 하지만, 현장에서는 지휘자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고 숨소리를 서로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2009년 콩쿠르 당시 현장에서 그의 연주를 접한 적이 있다. 당시 지휘자의 도움으로 무대에 오른 그는 휴지부에서도 음폭(音幅)을 가늠하기 위해 건반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그가 협연하는 동안에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점자 악보를 사용했다. 까다로운 현대음악이나 대곡을 익히려면 한 달 가까이도 걸린다. 하지만 콩쿠르 우승 이후 미 뉴욕 카네기홀이나 영국 명문 음악제인 BBC 프롬스 등 정상급 무대에 서면서 곡을 익히는 요령도 늘었다. 그는 “왼손과 오른손으로 따로 녹음한 뒤 그 음원을 들으면서 작품을 통째로 암기하는 방식으로 준비한다”고 했다. 발달한 청각 능력을 암보에도 활용하는 셈이다. 작곡가로도 활동하는 그는 자작곡인 ‘동일본 대지진 희생자를 위한 비가(悲歌)’를 눈물을 흘리며 연주하는 모습으로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당시 영상 조회수는 4200만 회에 이른다.
의사인 아버지와 아나운서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두 살 때 장난감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네 살부터는 정식으로 악기를 배웠다. 그는 “어머니께서는 음악 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불꽃놀이와 등산에도 데려가 주셨다”고 했다. 열두 살에 도쿄 산토리홀의 소극장에서 데뷔 리사이틀을 열었고 그 뒤 해외 연주도 시작했다. 2011년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듀오 연주회를 가진 적이 있지만, 한국 독주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장애라고 하면 고난이나 극복 같은 단어를 연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음악은 장애와는 관계없다. 어려움이 없을 수는 없지만 언제나 열정이 차오르는 낙천적 성격이라서 도전을 즐기고 그 속에서 희열을 찾는다”고 했다. 이날 그가 가장 많이 했던 말도 “무조건 즐겁게 연주하자”였다. 3만~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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