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더 유연하게… 유럽은 여러 번 나눠쓰고 조부모도 대상”
해외선 1개월 단위로 나눠 쓰거나 손주 돌보는 근로자에게도 제공
상황 맞게 쓰도록 자율성 높이고, 사용 꺼리는 기업 인식 개선해야

총선을 앞두고 지난달 여야가 저출산 대책으로 육아휴직 확대 공약을 잇달아 내놨다. 국민의힘은 ‘아빠 출산휴가 1개월’을 의무화하고,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월 150만 원에서 210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부모 누구나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출산 전후 급여와 육아휴직 급여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여야의 공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육아휴직 기간 및 급여 확대와 함께 현행 제도를 더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 “유럽처럼 분할 사용 유연하게”

전문가들은 육아휴직 제도를 더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달 5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남성 육아휴직 사용 활성화 및 제도 유연성 확보’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선 일하는 부모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육아휴직을 나눠 쓸 수 있도록 한 사례가 많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아이를 돌보는 경우 조부모에게 육아휴직을 허용하는 나라도 있다. 리투아니아는 2018년 조부모에 육아휴직 사용권을 부여했다. 단, 육아휴직을 쓰는 조부모가 직전 24개월 중 12개월 이상 사회보장세를 낸 근로자여야 한다. 제도 도입 첫해인 2018년 503명이 손주를 위해 육아휴직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헝가리도 2020년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의 경우 1년의 육아휴직을 세 번으로 나눠 쓸 수 있다. 보고서를 쓴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한국의 경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제도가 상대적으로 경직돼 있다”며 “제도적 유연성을 확보할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제도의 분할 사용 횟수 등에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 육아휴직 대-중소기업 격차도
기존 육아휴직 제도조차 자유롭게 못 쓰는 문화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적으로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부모 모두에게 1년씩의 육아휴직이 보장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갑질119가 민주당 이수진 의원을 통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2023년 5년간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관련 법 위반 신고는 각각 394건, 1078건 접수됐다.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지난해 출산한 한 여성 근로자는 이른둥이로 태어난 아이의 상태가 악화돼 회사에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하지만 회사에서 “너 없으면 누가 일을 하나. 언제까지 휴직을 쓸 건가”라며 압박해 어쩔 수 없이 육아휴직을 3개월밖에 쓰지 못했다고 한다.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업무를 대신할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상사와 동료 눈치가 보여 육아휴직을 못 쓰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육아휴직을 시작한 아버지의 70.1%는 300인 이상 기업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50∼299명 규모 기업 소속 비율은 14.7%, 5∼49인 규모 기업 소속은 10.9% 등으로 회사 규모가 작아질수록 육아휴직 비율이 하락했다. 육아휴직을 쓴 어머니 역시 300인 이상 기업에 다니는 비율이 60.0%로 가장 많았다.
정성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모가 작은 기업에선 직원 한 사람의 공백이 너무 커서 남녀 불문하고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육아휴직과 더불어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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