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어둠의 경로’를 막아라

박웅진 한국콘텐츠진흥원 태국비즈니스센터장 2024. 2. 2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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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어둠의 경로’라 불리는 P2P, 웹하드 서비스로 공짜 콘텐츠를 이용하는 걸 당연히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그땐 합법적으로 콘텐츠를 사는 이용자들이 외려 바보 취급을 받았다. 유명 MP3 불법 공유 사이트 가입자는 한때 전 국민의 절반 가까운 2000만명에 이르기도 했다. 이후 법 제도 보완, 강력한 단속 시행, 편리한 서비스 도입 덕에 국내에선 유료 콘텐츠 이용자가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해외 사정은 사뭇 다르다. 태국은 과거의 우리나라처럼 아직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은 편이다. 특히 태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K웹툰의 피해가 크다. 2021년 태국에 진출한 웹툰 플랫폼은 단기간에 누적 다운로드 450만회, 회원 300만명, 매출액 350억원의 성과를 냈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 불법 유통으로 인한 경영 손실도 막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까지 나서 차단한 불법 유통 사이트가 누적 225만건에 달한다고 한다.

태국 현지에서 국내 창작자 권익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기 시작한 이유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지난해 국내 드라마 300편 이상을 무단 송출한 태국 방송사를 적발했고, 적극적인 중재로 거액의 합법 유통 계약까지 성사시켰다. 해외에서 우리 문화 주권을 지키면서도 이를 수익 창출로도 연결시킨 일거양득의 성공 사례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태국 경찰청에 우리나라의 선진 저작권 보호 기술을 수출·이전하는 것도 협의 중이다. 단속 못지않게 저작권 보호 시스템 정착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곳간을 지킬 수는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132억4000만달러(약 17조3801억원)로 전년 대비 약 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2차 전지(약 13조1139억 원), 전기차(약 12조9038억원) 등 주요 품목 수출액을 뛰어넘는 수치다. 대한민국 효자 수출 상품이 된 K콘텐츠의 과실(果實)을 자격 없는 이들에게 뺏기지 않으려면 정부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합법적인 콘텐츠 이용이 생태계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 결국 소비자들에게 더 큰 즐거움으로 돌아올 거란 사회적 인식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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