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의무 적용 3년 유예’ 여야 합의

김형민 기자 2024. 2. 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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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상제 대상… 내일 국토위소위 처리

여야가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3년 유예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지난해 1월 정부가 실거주 의무 폐지 방침을 발표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수분양자 입장에선 입주 전에 한 번은 전세를 놓을 수 있게 된 셈이다. 1, 2월 입주가 시작된 6000여 가구도 한숨 돌리게 됐다.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여야는 이달 21일 오전 열리는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논의에서 여야는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시점을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3년 뒤’로 유예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처리할 전망이다.

그동안 실거주 의무 폐지에 반대해 왔던 야당도 실거주 의무로 인한 입주민의 불편이 현실화하면서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 관계자는 “실거주 의무 완전 폐지는 반대지만, 입주 시기를 3년 유예하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자는 데는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가 적용된 단지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77개 단지 4만9766채다. 이 중 이미 입주가 시작된 곳은 11개 단지 6544채다. 실거주 의무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은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입주가 가능해진 시점부터 최대 5년간 거주해야 하는 규정이다.

11월 입주 둔촌주공 등 4만9766채 한숨 돌려

“실거주 의무 3년 유예”
여야, 29일 본회의 처리 목표
“입주마친 주택도 소급적용 논의”

19일 여야가 총선을 51일 앞둔 시점에 3년 유예 방안에 의견을 모은 것은 실거주 의무로 실수요자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거주 의무는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자녀 교육이나 부모 봉양 등으로 당장 입주가 불가능한 실수요자가 발생하며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여야는 이달 21일 국토위 소위 이후 22일 전체회의에서 주택법 개정에 합의한 뒤 29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야당 일부 의원이 여전히 3년 유예도 반대하고 있지만, 국토위 소위 전에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공사 현장. 2023.10.31 뉴스1
실거주 의무 규제가 완화되면서 시장에선 일단 급한 불을 껐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출이 여의치 않은 수분양자는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잔금을 낼 수 있게 됐다. 특히 올해 11월 입주를 앞둔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채)이 실거주 의무 유예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아파트의 한 수분양자는 “정부가 지난해 1월 3일 실거주 의무 폐지를 발표했고 주변에 정부 발표를 믿고 분양을 받은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일단 전세금을 활용해 잔금을 치를 수 있게 돼 다행이다”라고 했다. 이 단지 무순위 청약은 실거주 의무 폐지 방침이 발표된 뒤인 지난해 3월 진행됐다.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한 인천의 한 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입주를 미루고 국회만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한숨 돌리게 됐다”며 “대기 매물만 30채가 넘었는데 이들 매물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불법 매물이나 미끼 매물도 줄어들 전망이다. 입주를 앞둔 실거주 의무 적용 단지에서는 실거주 의무 유예를 기정사실로 한 ‘미끼 매물’이나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불법 매물들이 나오면서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서울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업소는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매물을 내놓으려는 수분양자도 있었는데 이런 매물도 정상 매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단지 전월세 매물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여야는 이미 실거주 의무 적용을 받아 입주를 완료한 사람들에게 소급 적용을 해줄지도 함께 논의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거주 의무를 이미 적용받은 6000여 채 중 입주를 끝낸 분들도 제도 개선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합리적인 방안 같다”며 “다만, 해당 소급 적용은 여야 논의에 따라 결정될 사항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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