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아내의 절규 "그의 사명 잇겠다, 함께 해달라" [SNS&]
"나는 알렉세이 나발니의 일을 계속할 겁니다. 우리나라를 위해 계속 싸워야 합니다. 여러분도 제 옆에 서 있어 주세요."
가입일 2024년 2월. 게시글 1개.
19일(현지시간) 율리아 나발나야 씨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2분여 가량의 동영상과 함께 메시지를 올렸다. 그녀는 16일 급작스럽게 죽음을 맞은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아내다. 불과 며칠 전 뜻하지 않게 남편을 먼저 보냈건만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2분여 가량 이어지는 영상에서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힘이 느껴졌다.
동영상에서는 최근 감옥살이를 하던 중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은 그의 남편 나발니의 생전 활동 모습, 가족들의 행복했던 한 때, 혹독한 환경으로 악명 높은 시베리아 교도소의 모습이 빠르게 지나갔다. 환하게 웃는 나발니의 모습으로 영상이 끝났다.
◇"푸틴, 가장 소중했던 사람을 빼앗아 갔다"
나발나야는 동영상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흘 전 블라디미르 푸틴이 내 남편 알렉세이 나발니를 죽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의 지지자들에게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의 일을 계속하겠다고 다짐도 했다.
"저는 알렉세이 나발니가 하려던 일을 계속할 것입니다. 저는 조국의 자유를 위해 계속 싸울 것입니다. 여러분도 제 편에 서주실 것을 부탁 드립니다."
나발나야는 "푸틴이 가장 소중한,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아 갔다"며 "남편을 죽음으로 몰고 갔을 뿐 아니라 우리의 희망과 자유, 미래를 함께 빼앗으려 했다"고 말했다. "전쟁과 부패, 불의, 공정한 선거,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우고 우리 조국을 되찾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도 했다.
◇"조만간 남편 죽음의 진실 공유하겠다"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을 한 후에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 후 나발니의 사체가 사라졌다가 다시 발견됐는데 온몸에 타박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죽음 뒤에 푸틴이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나발나야는 남편의 죽음에 진실이 숨겨져 있다며 "푸틴이 왜 사흘전 알렉세이를 죽였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조만간 관련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했다. 크렘린궁은 나발니의 죽음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세계 각국과 러시아 내에서 나발니를 추모하고 푸틴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나발니의 죽음으로 푸틴이 더욱 기세등등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나발니에 이어 푸틴에 반대 목소리를 낼 야권의 대표 주자가 누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발나야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것은 직접 남편의 뒤를 이어 정치적 활동을 하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가장 가까이 있었던 '평생의 지지자'
나발니와 나발나야는 1998년 여름 터키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처음 만나 2년 후 결혼했다. 슬하에 딸 다리아(23)와 아들 자카르(15) 두 자녀를 두고 있다. 경제학자였던 나발나야는 결혼한 후 남편의 개인 비서이자 가정주부로 지냈다. 남편이 여러 차례 건강의 위기를 겪을 때마다 곁을 지키며 충실하고 변함없는 지지자가 돼 줬다. 남편이 독살로 목숨을 잃을 위기에서 그를 살려내기도 했다.
나발니는 감옥에 투옥된 후에도 변호사 등 자신의 측근들을 통해 텔레그램 채널을 관리했는데 마지막 게시물은 사망 이틀 전인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그는 메시지에서 나발나야에게 "당신을 점점 더 사랑한다"며 마지막 사랑 고백을 했다. "당신과 함께 하면 모든 것이 노래와 같다. 우리 사이에는 도시들, 비행장의 이륙 불빛, 푸른 눈보라, 수천 킬로미터가 있다"면서 "하지만 나는 당신이 매 순간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당신을 점점 더 사랑한다"고 했다.
◇"당신과 함께 할게요"
한편 이날 나발나야가 엑스에 첫 게시글을 올리자마자 몇 시간 만에 5만5000명 이상이 팔로잉을 하고 그녀가 올린 게시글에는 30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200만명 넘는 이들이 게시글을 보고 3만2000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9000명 넘는 사람이 글을 리트윗했다.
한 네티즌은 댓글에서 "율리아, 당신은 나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2013년에 내가 알렉세이를 만났을 때 함께 본 적이 있어요. 저는 2013년 알렉세이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경찰관입니다. 나는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나발니와 함께 찍은 사진도 올렸다.
네티즌들은 "내가 얼마나 바랬는지, 얼마나 기다렸는지, 고마워요, 율리아!!",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덩치 큰 늙은이인데 눈물이 흐르고 있어요. 감정이 북받쳐 오릅니다", "소식을 보고 나도 울었어요. 우리 모두는 공포에 질식했습니다", "우리는 당신과 함께합니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우리에게 도둑맞은 희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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