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한순간에 나를 중산층으로 만들어준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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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제대 후 복학했던 2008년쯤으로 기억한다.
점심을 먹고 수업을 기다리는 데 동기 녀석 하나가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강의실로 들어왔다.
스타벅스 '고~오급' 커피를 마시는 주변 사람들은 부자이거나 허세가 가득한 사람으로 비쳐졌다.
그럼에도 스타벅스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 이유를 분석해 보면 커피라는 식음료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고, 순댓국이나 김치찌개 1인분도 만원은 줘야 먹을 수 있는 물가 속에 4500원짜리 커피는 이제 먹을 만하다는, 이른바 가격 저항감이 많이 줄었기 때문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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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제대 후 복학했던 2008년쯤으로 기억한다. 점심을 먹고 수업을 기다리는 데 동기 녀석 하나가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강의실로 들어왔다. 그날 점심으로 1700원짜리 학생회관 학교식당 밥을 먹었던 내겐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그 친구가 이해되지 않아 “너 ‘된장남’이냐? 네가 무슨 스타벅스 커피야”라고 농반진반의 핀잔을 줬다. 그때만 해도 내게 커피는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나 1000원 이하의 캔 커피가 다였다. 스타벅스 ‘고~오급’ 커피를 마시는 주변 사람들은 부자이거나 허세가 가득한 사람으로 비쳐졌다.
그런데 나는 최근 계급이 서민에서 중산층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갑자기 월급이 대폭 오르거나 주식이 폭등한 건 아니다. 감사하게도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렇게 만들어줬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5일 서울 경동시장 인근의 스타벅스 매장을 찾아 “스타벅스는 사실 업계의 강자잖아요? 굉장히. 여기가 서민들이 오고 그런 곳은 아니죠”라고 말했다.
물론 한 비대위원장이 ‘스타벅스=중산층 이상이 이용하는 카페’라고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테다. 그의 취지는 경동시장 인근 스타벅스가 음료 한 잔을 팔 때마다 300원씩 상인회에 기부하는 게 대기업과 전통시장의 상생모델의 표본임을 말하고 싶었음을 잘 안다.
본론부터 말하면 되지 굳이 민감한 계급 관련 발언을 전제로 깔았어야 했나 싶다. 불필요한 사족에 어느새 본래 전하고 싶은 의미는 다 사라지고 강남 8학군 출신인 그의 계급과 연결돼 ‘한 위원장의 계급의식이 은연중에 나온 것 아니냐’라는 등 각종 논란이 가중됐다.
한 위원장이 무심코 던진 말이 논란을 지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 부산을 방문했을 때 ‘민주당 정권하에서 부산으로 좌천당했을 때 사직에서 롯데 야구를 봤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발령받아 재직한 시기인 2020년 1월부터 6월까지는 코로나19로 인해 KBO리그가 5월에야 개막했고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그가 사직에서 야구를 봤다면 방역수칙을 어기고 몰래 봤다거나 거짓말이란 얘기다. 해명으로 내놓은 사직구장 명물 ‘봉다리 응원’ 사진도 2008년에 찍은 사진이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고 했던가. 한 위원장이 법무부장관을 거쳐 지금 여당대표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민주당 의원들을 보기 좋게 짓눌러버린 말솜씨다. 발언 하나하나가 기삿거리가 되는 지금엔 그 말솜씨가 그에겐 독이 되는 듯하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이를 만회할 유일한 방법은 빠른 인정과 솔직한 사과다. ‘사직에서 롯데 야구 봤다’가 ‘사직구장에서 야구 본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는 궤변을 내놓는 건 그 독이 더 커지기만 할 뿐이다.
남정훈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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