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환절통
2024. 2. 2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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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바람이 불면 눈사람은 사람인 척 손을 흔든다.
눈사람이 계속 손을 흔든다.
눈사람이 꽃잎의 손을 놓자, 눈보라가 친다.
계절의 여운에서 눈사람이 사람인 척 손을 끝까지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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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아직도 바람이 불면 눈사람은 사람인 척 손을 흔든다. 꽃바람이 분다. 눈사람이 계속 손을 흔든다. 흔들리는 손에서 꽃잎이 떨어진다. 꽃잎이 눈사람을 안고 떨어진다. 눈사람이 꽃잎의 손을 놓자, 눈보라가 친다. 젖은 꽃잎은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지난 계절을 배웅하고 다음 계절을 맞는다. 다음 계절을 위해 지난 계절을 온몸에서 지운다. 아직 좁혀지지 않는 시차에서 눈사람은 봄의 일부다. 계절의 여운에서 눈사람이 사람인 척 손을 끝까지 흔들고 있다.
(하략)
나는 지난 계절을 배웅하고 다음 계절을 맞는다. 다음 계절을 위해 지난 계절을 온몸에서 지운다. 아직 좁혀지지 않는 시차에서 눈사람은 봄의 일부다. 계절의 여운에서 눈사람이 사람인 척 손을 끝까지 흔들고 있다.
(하략)
새로운 계절이 가까이 와 있다. 이맘때면 더러 ‘환절통’을 앓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새 계절을 맞기에 앞서 지난 계절을 앓는 사람. 앓으면서 하나의 계절을 천천히 지워내는 사람.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매번 아프고, 또 아프고. 자신이 아파한 만큼 지난 계절이 온전히 떠날 수 있기를, 새 계절이 조금 더 오래 곁에 머물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 지극한 사람의 마음.
이런 마음이 단지 계절에 국한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눈사람을 “봄의 일부”라 말하는 이는 무엇 하나 쉽지 않을 것이다. 버리는 일도 잊는 일도, 그리고 맞아들이는 일도. 천천히 지워내면서, 떠나보내면서 실은 남몰래 간직하기도 할 것이다. 사람이든, 사랑이든. 자신을 괴롭힌 상처든. 기억이든. 제 속에 켜켜이 포개진 것들을 꺼내보면서 누차 어루만질 것이다. 이로 인해 꽃잎은 눈사람의 손을, 눈사람은 꽃잎의 손을 기어코 잡게 될 것이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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