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승련]경호처의 ‘입틀막’,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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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월쯤 윤석열 대통령의 외부 행사 때 누군가 큰 목소리로 정치적 구호를 외친다고 가정해 보자.
대통령은, 현장의 경호처 요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예상 밖 위기와 맞닥뜨리면 몸에 밴 무언가가 툭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최근 불거진 대통령 행사 강제퇴장 문제를 경호처 매뉴얼의 적절성 정도가 아니라 대통령의 정치력과 국정 스타일의 문제로 살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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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이나 발생했다. 1월 전북 전주에서 진보당 국회의원이, 지난주엔 대전 KAIST 졸업식에서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인 석사 졸업생이 소란을 일으켰다가 들려 나갔다. 둘 다 경호원 손에 입이 틀어막혔다. 평범한 시민의 목소리가 아니라 정치 구호인 것은 맞다. 의도한 소란이란 걸 감안하더라도 ‘입틀막(입 틀어막기)’이라는 신조어가 말하는 과잉 대응 논란은 피할 수 없다. 누구나 촬영하고, 실시간 공유하는 세상이다. 옛 시절에 고여 있는 경호처 때문에 대통령이 손해를 봤다.
▷영상 속 윤 대통령은 행사에 집중했다. 전주에선 국회의원을 지나쳐 갔고, 대전에선 “실패를 두려워 말라”는 연설을 이어갔다. 용산 대통령실에선 두 장면을 복기하며 점검 회의를 열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결론이 궁금하다. “규정대로 했을 뿐”이라는 경호처 말에 수긍하고, 동일 상황에는 동일하게 대응하는 쪽으로 마무리했을까. 요즘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현직이던 2013년 연설 영상이 주목받고 있다. 영상 속 오바마는 불법 이민자 강제추방에 반대하는 한국계 청년의 돌발 외침을 40초 넘게 놔두고, 경호원 개입을 제지하고, 그 청년과 대화하듯 연설했다. 그는 능숙하게 경청했다.
▷경호는 순간의 과업이다. 찰나의 대응에 안위가 결정되는 만큼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다. 그걸 인정하더라도 기계적 경호는 아쉬움을 남긴다. 국회의원을, 대학원 졸업생을 요원 4, 5명이 들어내지 않고 걸어 나가도록 안내했다면? 퇴장시키는 동안 주장을 외치도록 놓아뒀다면? 들어내기와 입 막기는 대통령 안위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정치 경호였고, 심기 경호였다. 경호처 판단에는 우리 대통령이 저 정도 주장도 불편해할 것으로 본다는 뜻인가.
▷윤 대통령이 “발언을 멈춰달라. 행사가 끝난 뒤 나랑 더 이야기하자”고 다독였다면 어땠을까 싶다. 노정객 바이든 미 대통령이 작년 9월에 했던 그대로 말이다. 오바마나 바이든이나 오랜 현장정치 경험이 있다. 윤 대통령의 대민 접촉은 사전 기획, 선발대 점검, 경호 통제 속에서 대부분 진행됐다. 그렇다고 이런 일을 2번이나 겪고도 용산 참모들이 매뉴얼도 고치지 않고, 대통령의 임기응변 시나리오를 준비하지 않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입틀막’만큼은 경호처가 경호 규정에서 삭제해야 한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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